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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 불법체류자 등 주요 법안 확정에 미국인들 희비 엇갈려


부대창설 기념식을 올리는 이라크 주둔 미군 (자료사진)
부대창설 기념식을 올리는 이라크 주둔 미군 (자료사진)

미국 의회에서 지난 주말 두 가지 중요한 법안에 대한 표결이 있었는데요, 동성애자들은 웃고 불법 체류자들은 울었습니다. 표결 결과 동성애자들은 군에서조차 당당히 나설 수 있게 된 반면, 불법 체류자들은 계속 자신을 숨겨야 하는 처지에 놓였는데요. 두 법안의 내용과 처리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문) 둘 다 지난 주말 통과된 법안으로 지금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데, 우선 동성애자는 군 복무 길이 트였어요.

답) 그 전에도 동성애자가 군 복무를 할 수 없었던 건 아닙니다. 다만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공개하면 강제전역 당했던 거죠. 그 동안은 군 내에서 병사들의 성 정체성을 물어봐도 안되고 대답해도 안 된다는 모호한 원칙이 적용돼 왔으니까요. 그렇게 17년을 끌어왔습니다.

문) 17년 전엔 무슨 일이 있었죠?

답)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동성애자 군 복무를 허용하는 쪽으로 바꾸려고 시도했던 게 바로 그 때입니다. 1993년의 일이죠. 당시 군 지휘부와 의회는 물론, 일반 여론의 반발이 상당히 거셌습니다. 그 때 반대론자들이 들고 나온 게 이른바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 정책이었던 겁니다. 이 법안이 지금까지 시행돼 온 거구요.

문) 그 법안을 폐기해서 동성애자임을 밝힌 사람도 군 복무를 할 수 있게 하겠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런 공약을 내세우지 않았습니까? 이번에 약속을 지키게 된 거네요.

답)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에겐 정치적 승리라고 할 만합니다. 하원에선 지난 16일 통과됐구요. 이틀 만에 상원의 승인까지 얻어냈습니다. 찬성 65표 대 반대 31표로 가결됐는데요. 공화당 상원의원 8명이 57명의 민주당 상원의원들에 동조해 의결에 필요한 찬성표 60석을 가볍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

문) 그럼 이제 군인이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혀도 트집 잡힐 일이 없어진 거네요.

답) 그렇습니다. 지난 17년 간 1만 3천 명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군복을 벗어야 했는데요. 이제 옛날 얘기가 돼 버린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을 남겨놓고 있긴 하지만, 대통령이야 2008년 대선 때부터 공개적으로 지지 입장을 밝혀오지 않았습니까? 역사적인 조치다, 오바마 대통령의 반응은 그렇습니다. 국방장관도 가결 소식을 반기고 있구요.

문) 동성애자들은 이런 조치에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데, 같은 날 불법 체류 학생들은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어떤 사정이 있는 겁니까?

답) 동성애자들의 들뜬 모습과는 달리 불법 체류 젊은이들은 이만저만 낙담한 게 아닙니다. 이들에겐 ‘꿈의 법안’으로 여겨졌던 ‘드림법안’이 상원에서 부결됐기 때문입니다.

문) 드림법안이요, 쉽게 얘기해서 일정 요건을 갖춘 불법 체류자에게 합법적인 신분을 부여하겠다, 그게 골자죠?

답) 크게 봐서 두 가지인데요. 우선 16살 이전에 미국에 정착해서 최소 5년을 거주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입학하면 영주권 신청 자격을 부여하는 겁니다. 또 다른 경우는 군에 입대해서 최소 2년이 지난 30살 미만의 불법 체류자에게도 역시 영주권 신청 자격을 주겠다는 거구요.

문) 그런데 그게 잘 안 됐군요.

답) 동성애자들의 손을 들어 준 미 상원이 같은 날 불법 체류자에겐 여전히 엄한 잣대를 들이댔습니다. 드림법안을 표결할지 결정하기 위한 절차투표 – 토론종결 투표라고도 하는데요 - 여기서 부결돼 버렸습니다. 상원의원 1백 명 중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55표에 그쳤습니다. 따라서 표결에도 부치지 못한 겁니다.

문) 이번엔 그래도 기대를 해 볼만 했는데 말이에요.

답) 민주당 지지에 힘 입어서 이달 초 하원을 통과할 때까지만 해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진작부터 전망이 아주 밝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지난 9월에도 상원에서 부결된 바 있었으니까요. 이후 민주당이 공화당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서 이달 다시 법안 통과를 추진한 건데요. 가령 범죄를 저지른 경우 영주권 신청을 제한한다든지 신청자격 나이도 35살 미만에서 30살 미만으로 낮춘다든지 말이죠. 이런 노력도 결국 안 통한 겁니다.

문) 또 다른 불법 이민이 양산 될 것이다, 반대 측 논리는 그렇더군요.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는 이유도 내세우고 있구요. 그나저나 앞으로는 더더욱 어렵게 됐네요. 의회 상황이 지금 불법 체류자에게 더 불리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잖아요.

답) 이민개혁에 대해선 공화당이 보수적 입장을 고수해 왔는데요. 공화당이 지난 달 중간선거에서 승리하지 않았습니까? 내년부터 하원을 장악하게 된 겁니다. 따라서 하원에서의 본격적인 재논의가 상당히 어려워졌습니다. 폐기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미국에 들어와서 불법 체류 신분으로 남아 있는 학생들은 억울하게 느끼겠네요. 자신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불법 이민자가 돼 버린 거니까요.

답) 그런 학생들이 지금 미국에 2백10만 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한국계도 3만 명이 넘는다고 하구요. 이들 불법 체류 학생들은 학자금 융자 신청은 물론 부업도 구할 수 없습니다. 졸업 후에도 정식 직장을 가질 수 없구요. 이런 처지를 벗어나는 데 앞으로 또 얼마나 더 걸릴지 알 수 없게 돼 버린 겁니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결국 동성애자들의 손을 들어 준 미국, 하지만 불법 체류자들의 바램은 여전히 꿈으로 남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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