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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공은 다시 서울과 평양으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한 간 대화를 위한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남북한 양측이 상호 대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봉합형 정상회담’으로 평가했습니다. 회담의 초점이 무역적자 등 미-중 간 경제 현안에 맞춰졌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는 두 정상이 원칙적인 수준에서 기존 입장을 적당히 봉합하는 선에 그쳤다는 것입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북한 담당관을 지낸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의 말입니다.

퀴노네스 박사는 미국과 중국 같은 초강대국이 정상회담을 할 때는 국제적인 차원의 문제에 이어 지역 현안을 논의하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는 자연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우드로 윌슨센터 방문 연구원인 류길재 박사도 한반도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아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과 미국이 세계질서 전반을 논의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가 정상회담의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다는 점을 재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정상회담 뒤 발표된 공동성명을 보면 한반도 문제가 그리 큰 비중으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모두 41개 항목에 걸쳐 3천8백여 단어로 이뤄진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문제는 18번째 항목에서 2백11단어 분량으로 다뤄졌습니다.

공동성명은 최근의 한반도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진지하고 건설적인 남북대화가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위해 필수적인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도널드 그레그 씨는 미-중 두 정상의 이 같은 합의가 갈등 상태에 있는 남북한이 관계를 개선하는 좋은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워싱턴의 민간 연구소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했다고 해서 남북한 간 대화가 바로 재개될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남한은 현재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 등 북측의 진정성을 문제 삼고 있는데, 북한이 지금처럼 거칠게 대남 평화 공세를 펼치는 상황에서는 남북대화가 재개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퀴노네스 박사는 미-중 정상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에 대해 우려하면서 조속한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한 것은 ‘선 남북대화 후 6자회담’ 수순에 합의한 것이라며, 남북한도 이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우드로 윌슨센터 방문 연구원인 류길재 박사는 문제의 본질은 6자회담 재개 여부가 아니라 북한 핵 문제가 과연 해결되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6자회담이 열리면) 결국 비핵화 문제로 넘어가게 되는데 그럴 경우 오바마 행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우라늄 농축 문제를 비롯해 북한이 얼마나 만족할만한 해명이나 검증과 관련 얼마나 진전된 얘기를 해줄 수 있을 것인지..”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공이 다시 서울과 평양으로 넘어갔다고 말했습니다. 두 강대국의 최고 지도자들이 한반도 문제를 ‘선 남북대화 후 6자회담’ 수순에 따라 풀기로 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느냐 여부는 남북한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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