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방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이들은 우선 미국의 패권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합니다. 특히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 우위를 잃고 있다는 위기감입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기업연구소 (AEI)의 댄 블루멘털 아시아 담당 국장과 마이클 매자 외교국방 담당 선임연구원은 5일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중국의 군사력 확대를 그 근거로 들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앞으로 12년간 국방비 4천억 달러 절감 계획을 추진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은 20년 넘게 매년 국방비를 평균 10%씩 늘려 왔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해군과 공군, 미사일 전력을 계속 증강해 미국의 우위를 잠식해 왔으며 이는 곧 아시아 지역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동 기고자 가운데 한 사람인 매자 연구원은 5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국방예산 삭감을 통한 현재의 절감 효과보다 미래의 비용이 훨씬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군이 아시아 지역 내 평화와 안정 뿐아니라 세계무역과 동맹국 보호 역할을 해왔다는 점, 그리고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견제하면서 태평양을 거쳐 미국 본토를 위협할 지역 패권국가의 출현을 저지해 왔다는 점 등은 가치를 매기기 어려운 순기능이라는 설명입니다.
블루멘털 국장과 매자 연구원에 따르면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력 우위가 상실돼 이 지역 국가들이 중국의 압박에 직접 부딪힐 경우 야기될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개별국가들이 저마다 자주국방을 내세우며 대량살상무기 등으로 무장해 아시아에서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의 유럽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겁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헤리티지재단의 중국 전문가인 딘 쳉 연구원도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합니다.
중국이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J-20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전력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미국도 신무기 개발과 군사훈련, 작전 수행 능력 향상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막대한 재정적자와 경제 위기로 인해 국방예산 삭감은 최근 미 정가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돼 가고 있습니다.
지난 1일 부임한 리언 파네타 신임 국방장관은 국방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국방개혁을 이뤄야 한다는 임무를 부여 받고 국방부에 입성했습니다.
파네타 장관은 이미 지난 달 5일 상원 인준청문회에 참석해 국방예산이 줄어도 미국의 안보는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은 바 있습니다.
당시 인준청문회를 주재한 칼 레빈 상원 군사위원장도 미 정부의 예산 지출 삭감 노력에 국방비가 예외가 돼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전통적으로 국방예산 분야를 성역으로 여기며 국방예산을 늘리는 데 앞장서 왔던 미 공화당 내에서도 과감한 예산 삭감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습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12년간 4조 달러의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으며, 이 중 10분의 1인 4천억 달러를 안보 분야에서 감축할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