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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행 탈북자들, 면담시 정직해야


전문가들은 제 3국에서 난민지위를 받아 미국에 오시려는 탈북자들에게 “미 당국과의 면담에서 정확하고 일관된 답변을 하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사소한 거짓과 과장 그리고 실수 때문에 미국행 지연되거나 가족을 데려오는 데 어려움을 겪는 탈북자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하는데요.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 중서부 지역에 살고 있는 30대 탈북 여성 C 씨는 요즘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중국인 남편 사이에 낳은 자녀를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유전자 검사까지 마쳤는데 최근 또 다른 벽에 부딪힌 겁니다.

“제가 잘못한 것은 태국에 있을 때 인터뷰할 때 아들의 지금 쓰는 이름을 올려놓은 거예요. 그냥 그 때는 생각 없이 아들 이름이 뭐냐, 데리고 갈 거냐 그래서 올렸는데…”

3년 전 태국에서 미국 영사와 면담할 때 자신이 평상시 부르는 자녀의 이름을 서류에 썼는데, 현재 중국에 있는 아들이 최근 심사에서 호구에 올라있는 다른 이름을 제시해 혼란이 빚어졌다는 겁니다. C 씨는 면담 때 별 것 아닌 것 같아 그렇게 했는데, 그 게 걸림돌이 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답답해 했습니다.

미 남부지역에 사는 탈북자 J 씨는 오랜 기다림 끝에 올 초 제3국에서 입국한 아내와 상봉했습니다. 아내는J씨와 부부 관계 인데도1년 반 이상 제3국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J 씨는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자신의 사소한 실수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결혼 증명과 날짜 등은 다 맞는데 연도를 내가 1년이 틀려서 내가 물어봐서 와이프가 야 나보고 내가 잘못했다고 하더란 말입니다.”

J씨가 미 영사와의 인터뷰 때 말한 결혼 연도와 이후 아내가 북한에서 가져온 공민증에 적힌 결혼 연도가 달라 미 당국이 추가 조사를 해야 했다는 겁니다.

미국에서는 몇 년 전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이 중개인들에게 돈을 받고 현지인을 부부 등 가족으로 위장해 초청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 미 정부의 심사가 매우 엄격해졌습니다.

탈북자들이 미국 관리와의 면담에서 거짓말과 과장 등으로 미국행이 지연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해 미 북동부 지역에 정착한 50대 탈북 남성은 자신보다 먼저 미국에 입국한 동생의 보증에도 불구하고 제3국에서 2년 가까이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남을 잘 믿지 못하는 이 남성이 생년월일 등 인적 사항을 거짓으로 말해 확인 기간이 길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들도 미국 영사와의 면담에서 그런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속이니깐 나도 탈북자지만 마음을 잘 모르겠어요. 거짓말 쓰는 것을 보면 두 가지 부류예요. 하나는 자기를 감추려고 하고 하나는 자기를 대단한 사람으로 나타내려 하고.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요.”

탈북자들의 심리적 정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미 존스 홉킨스 대학 보건대학원의 유시은 박사는 탈북자들의 이런 현상이 매우 보편적이라고 말합니다.

“본인들이 불이익을 당할까 봐 어떻게 보면 잔머리를 써서 이렇게 했다 저렇게 했다 번복도 하고 거짓말도 하고 그럽니다. 그런 것들이 제3국 뿐아니라 북한에서도 본인의 생계가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북한에서도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습관들이 있으셔서 제3국에 오면 똑 같은 현상들이 일어나고 또 자유국가 입국이 목적이다 보니까 거기서 더 거짓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생존을 위한 거짓말! 정말 거짓말 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유 박사는 또 탈북자들이 어려운 과정을 거치면서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문화적 차이 때문에 서류를 잘못 작성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거기 오랫동안 있으면서 여러 가지 겪어온 트라우마도 그렇고 상황들이 안 좋으니까 판단력이나 기억력이 안 좋으셔서 잘못 판단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요. 그래서 혼인 기간이나 숫자 등은 미국측이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탈북여성 C 씨는 자신도 과거 면담 때 말을 번복한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보면 정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은 것이 가장 지혜로운 방법임을 탈북자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때는 안 데려간다고 했고 또 어떤 때는 데려간다고 했고, 어쨌든 북한 사람들이 뭐 특이하죠. 어떤 때는 본의 아니게 숨겨야 하고, 어떤 때는 숨길 수 밖에 없어서 숨기다 보니 거짓말이 되고. (그러나)멀리 내다보고 서류를 정확히 하면 앞으로 가족에게 좋겠죠.”

미 성공회 난민정착기관의 쉐리 린 변호사도 탈북자 뿐아니라 모든 난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과 일관성’이라고 강조합니다.

일관성이 없으면 신뢰가 떨어져 미국 입국 수속이 지연될 수 밖에 없고, 후에 가족들을 데려오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겁니다.

미 의회산하 회계조사국(GAO)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국이 지난 2006년부터 2009년 사이에 접수한 제3국 내 탈북자들의 신원조회를 하는 데 평균 147일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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