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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빈대와의 전쟁’ 중


미국인들이 최근 갑자기 늘어난 빈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번식하고 생명력이 강해 불쾌감을 일으키지만 뾰족한 방역수단은 없다고 합니다.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빈대와의 전쟁, 알아 보겠습니다.

문) 저도 최근 빈대 확산을 전하는 뉴스 화면을 봤는데요. 침대와 이불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게 기분이 썩 개운하지가 않더라구요.

답) 예. 주로 침대에서 많이 발견된다고 해서 미국에선 ‘베드버그’라고도 불리는데요. 이 빈대 때문에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비명부터 지르는 미국인들이 많다고 합니다. 밤새 누워있던 침대가 벌레로 새카맣게 덮여있다면 얼마나 놀라겠습니까? 이 빈대가 지금 미국 각 지역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문) 보니까 크기가 그렇게 작지도 않던데요.

답) 다 자란 빈대의 길이는 5mm에서 7mm 정도 되는데요. 몸통이 납작해서 언뜻 보면 진드기나 작은 바퀴벌레로 잘못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말씀 드린 것처럼 옷이나 가구, 특히 침대 여기저기에 숨어 지내다 밤에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기생충입니다.

문) 피를 빨아먹는다면 무슨 병을 옮기고 다니는 건 아닌가요?

답) 다행히 그렇진 않다고 합니다. 다만 물린 자국이 남고 불쾌한 가려움에 시달려야 한다는 건데 그래도 께름칙한 건 마찬가지겠죠. 미 질병통제센터와 환경보호청은 지난 달 빈대가 빠른 속도로 재등장하고 있다는 경고를 담은 공동성명까지 발표했습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본 거죠.

문) 오랫동안 눈에 안 띄긴 했지만 예전엔 흔했다고 하잖아요.

답) 예. 아주 오랫동안 사람이 사는 곳엔 늘 따라다녔던 벌레가 바로 빈대입니다. 지난 1940년대와 50년대 DDT라는 강한 살충제가 널리 쓰이면서 자취를 감췄구요. 이후 1970년대에 이 DDT 사용이 금지되면서, 살충제에 강한 내성을 가진 빈대가 또다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문) 그러다가 최근 갑자기 부쩍 늘었다는 건데요. 상황이 어떻습니까?

답) 뉴욕시가 특히 심각한데요. 지난 2004년 접수된 빈대 관련 항의가 5백37건이었는데요. 지난 해엔 1만1천 건이 넘었다고 합니다. (20배가 넘네요) 항의 들어온 수치가 그 정도라는 거구요. 실제 빈대의 숫자는 뉴욕에서 지난 1년 동안 5백% 늘어났다는 게 정설입니다.

문) 엄청나네요. 다른 지역은요?

답) 볼티모어에서는 2008년 내내 2 건에 불과했던 빈대 관련 신고가 지난 달에만도 92건으로 늘었구요. 워싱턴 D.C.의 경우에는 지난 달 2백 57건의 신고가 들어왔는데요. 역시 전달보다 2 배 늘어난 수치입니다.

문) 빈대가 집에서만 발견되는 게 아니라고 하죠?

답) 그렇습니다. 일반 가정집을 비롯해서 호텔, 극장, 의류매장 가리지 않고 빈대가 나타나서요, 특히 뉴욕에서는 일부 매장들이 속속 문을 닫을 정도라고 합니다. 특히 뉴욕 지역 호텔 4곳 중 한 곳엔 빈대가 서식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통계도 나왔습니다. 최근 뉴욕시 법무국 사무실에도 방역회사 직원들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구요.

문) 미국의 빈대가 지금 50년 만에 최악이라는 말이 실감이 나는데요. 왜 이렇게 급격히 퍼지는 걸까요?

답) 아직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습니다만, 과학자들은 빈대의 강한 생명력을 첫 번째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웬만한 살충제로는 죽지 않는다는 거죠. 게다가 빈대를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살충제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러는 사이에 빈대는 옷이나 소지품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퍼지는 중이구요.

문) 마땅한 살충제가 없다고 했는데, 정부 규제하고 관계가 있는 겁니까?

답) 예. 미국 정부가 환경 문제를 이유로 DDT사용을 금지시켰다는 말씀은 앞에서 전해드렸는데요. 1996년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예전에 승인 받은 살충제에까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많은 종류의 살충제가 시장에서 사라진 것도 빈대 확산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문) 그렇다고 방역 당국이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지 않습니까?

답) 지금 인체에 덜 해로우면서도 빈대를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는 살충제를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선 빈대가 치명적인 질병을 옮기는 해충은 아니라는 게 걸림돌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 아닌가요?) 역설적인 얘기긴 한데요. 바로 그 점 때문에 정부로부터 살충제 연구기금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거죠.

문) 반대로 또 그런 벽에 부딪히는 군요. 그리구요, 새 살충제가 개발된다 해도 금방 시장에 나올 수 있는 형편도 아니잖아요.

답) 안전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나긴 시험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바로 사용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 미 환경보호청과 농무부가 기존의 살충제를 대상으로 실내 사용 안전도를 측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적당한 살충제를 찾을 때까지 당분간은 빈대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로 들리는데요. 미국의 ‘빈대와의 전쟁’,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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