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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장관 아시아 순방 결산..."아태지역 중시 전략 구체화"


미국은 오늘 끝난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의 아시아 3개국 순방을 통해 새로운 국방전략을 구체화했습니다. 미군 전력의 중심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이동시키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는데요. 파네타 장관의 이번 아시아 방문과 그 의미를 백성원 기자와 함께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문) 안녕하십니까? (네) 파네타 장관이 아시아 어느 나라들을 방문했는지 소개해주시죠.

답) 예. 모두 남중국해에 면해 있는 나라들입니다.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 이렇게 세 나라를 차례로 방문했는데요. 우선 싱가포르는 11차 아시아안보회의 참석차 들렀습니다. 샹그릴라 대화라고도 부르는데요. 6월1~3일까지 사흘간 회의에 참석하면서 각국 국방장관들과 만나 안보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문) 중요한 얘기들이 많이 나온 걸로 아는데요. 물론 북한 문제도 거론됐겠죠?

답) 물론입니다. 회의 둘째 날인 지난 2일 파네타 장관이 기조연설을 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북한의 행동이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든다면서, 이를 미국이 처한 위협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북한에 대한 미 국방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구요. 나머지는 미-한 동맹 강화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확인하는 내용들입니다.

문) 특기할 만한 게 있나요?

답) 역시 미-한 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을 텐데요. 양국간의 동맹관계를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핵심 중 하나로 꼽으면서 앞으로도 이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앞으로 5년 남짓한 기간 동안 전체적인 미 지상군 규모는 줄이겠지만 주한미군은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계획도 언급했습니다. 또 양국간 정보 공유체계를 강화하면서 북한의 도발에 강하게 대처하겠다고 했구요.

문) 한반도가 역내 중심축 중 하나다, 그런 인식으로 들리는데요. 파네타 장관의 이번 아시아 순방이 더욱 주목을 받는 건 미국의 새 국방전략을 공식화하고 있다, 이런 측면 때문 아니겠습니까?

답) 예. 크게 보면 그렇습니다. 사실 미국이 전략 중심을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밝힌 건 어제 오늘의 얘긴 아닙니다. 2001년 4개년 국방정책 검토보고서에 벌써 그런 내용이 들어 있었으니까요. 그렇다면 파네타 장관이 이번 아시아 순방 중에 밝힌 아태 중시 전략은 기존 입장과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는 걸까요? 그 답은 이렇습니다. 이전에 아태 지역이 미군 전략의 핵심이라고 할 때는 일종의 방향, 정책선언적 성격이 강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 파네타 장관의 발언과 행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구체적인 실행방안들이 들어있다는 게 과거와 다른 점입니다.

문) 예를 들어 어떤 방안들이죠?

답) 우선 미 군사력의 구체적 규모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역시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에서 나온 얘긴데요. 현재 미 해군 함정 비율을 보면 태평양 50%, 지중해 50%, 이렇게 반반씩 나눠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비율을 2020년까지 60대 40으로 태평양에 더 무게를 두겠다, 파네타 장관이 이런 계획을 밝힌 겁니다.

문) 육군과 공군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해군력으로 아태 지역에서 패권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같군요.

답) 바로 그렇습니다. 육군, 공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비용도 적게 들구요. 냉전이 끝난 뒤 미국이 군비를 계속 줄여왔지만 해군력만큼은 감축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파네타 장관의 아시아 순방 일정을 보면 아태 중시 전략이 더 분명해 집니다. 싱가포르에서 회의를 마치고 베트남, 인도로 향했으니까요.

문) 그런 동선은 어떤 의미로 읽을 수 있을까요?

답) 우선 미 국방장관이 베트남전쟁 이후 최초로 베트남을 방문했다는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도 캄란만이라는 곳을 찾았다는 게 더 주목을 받았습니다. 캄란만, 바로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의 핵심 전략기지였던 곳입니다. 따라서 미 함정을 태평양 지역으로 이동시키면서 아태 지역의 전략기지들을 부활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일방적 추측은 아니구요. 미 해군 함정들의 캄란만 이용이 양국관계를 이루는 핵심이다, 파네타 장관이 직접 이런 얘길 했습니다.

문) 미국의 입장에선 아태 지역에서 자국 이해를 도모하는 차원이긴 합니다만, 중국으로선 상당히 긴장할 만한 상황 아닙니까?

답) 미 국방장관의 이번 아시아 순방이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중국을 경계하려는 의도가 아니냐, 그런 관측이 있기 때문에 중국이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파네타 장관이 싱가포르에서 베트남으로 떠난 지난 3일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필리핀으로 향했는데요. 베트남과 필리핀, 공통점이 있죠? 모두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나라들이라는 겁니다.

문) 게다가 베트남과 필리핀 모두 자력으로 중국에 맞서기 어려운 상황인만큼 미국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거기에 중국의 고민이 있는 것 같군요.

답) 그런 가정이 지금 현실화되고 있으니까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미국이 베트남 캄란만 해군기지 사용을 바라고 있고, 아울러 필리핀 수빅만에도 해군기지 확보에 나섰습니다. 지도를 놓고 보면 중국이 위에 있고, 그 아래 좌우로 베트남과 필리핀이 나란히 위치해 있거든요. 미국이 양국 해군기지를 다 확보하면 베트남과 필리핀 사이에 일직선으로 선이 그어지는 겁니다. 중국으로선 남중국해에 자국을 봉쇄하는 경계가 그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입니다.

문) 중국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지난 2일 관영 `신화통신’ 보도가 중국의 입장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남중국해에 새로운 풍랑을 만들지 말라”, 미국에 이런 경고를 하고 있는데요. 좌시하지 않겠다는 반응으로 읽힙니다. 게다가 중국은 이번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에 고위급 인사를 보내지도 않았습니다. 지난 해 회의 때는 량광례 국방부장을 비롯해 인민해방군 장성들, 국방 외교 전문가들을 대거 파견했는데 말이죠.

문) 미국과 중국이 아태 지역에서 노골적으로 힘 대결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그래서 나오고 있구요.

답) 그렇긴 합니다만, 미국은 중국과의 직접적인 갈등은 피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력 이동은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 전략에 따른 것일 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건 아니라는 설명인데요. 오히려 미국의 아태 지역 개입과 중국의 발전과 성장이 완벽히 양립한다, 이렇게 선을 긋고 있습니다.

진행자) 예. 파네타 장관의 아시아 순방과 여기서 구체화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중시 전략에 대해 알아 봤습니다.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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