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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3대 세습, 후계자 김정은 시대] 2. 왜 후계 구도를 서두르는가?


북한이 김일성에서 김정일에 이어, 다시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째 권력 세습을 사실상 공식화 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북한의 `김정은 후계자 시대’를 전망하는 특집방송을 보내 드리고 있습니다. 모두 여섯 차례로 나눠 보내드리는 이번 특집방송에서는 김정은 후계 시대의 새로운 권력실세들, 정책 변화 가능성, 체제 안정 여부, 그리고 3대 세습을 보는 미국의 시각 등을 살펴봅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북한이 권력 세습을 서두르는 배경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가속도가 붙은 북한의 3대 세습 구축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습니다.

미 국무부 정책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워싱턴대학 학장은 김정일의 건강 상태가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오랜 세월을 공들여 가꿔가야 할 후계 과정을 단숨에 건너뛰어 새파랗게 젊은 아들에게 고위직을 준다는 건 세습을 위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겁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68살에 당뇨병까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 위원장의 예상수명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이란 관측 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일본 언론에 포착된 동영상을 보면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왼쪽 다리와 팔이 정상이 아닌 것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한국 방송: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은 오늘 오후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김정일 위원장이 최근 뇌졸중이나 뇌일혈로 쓰러졌다가 회복 중이라고 보고했습니다.”

한동안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북한의 세습 움직임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2008년 8월 이후부터 입니다.

한국의 ‘연합뉴스’는 지난 해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일 위원장이 2009년 1월 8일 막내아들 김정은을 후계자로 결정했다는 교시를 조직지도부에 하달하고, 인민군 총정치국에 전파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날은 김정은의 생일이었습니다.

북한은 이후 2009년 상반기까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통해 대외적으로 위기 국면을 조성하고 헌법 개정과1백50일, 1백일 전투를 잇따라 실시해 내부 결속을 다졌습니다. 특히 2009년 2월 작전부와 35호실, 정보, 치안 기관들을 총괄하는 정찰총국이 들어선 뒤 천안함 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해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대의원의 절반을 교체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쉬 박사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문제 외에 3대 세습에 부정적인 기득권층의 세 규합을 막기 위해 후계 추진세력이 서두르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군부와 지배엘리트 계층 뿐 아니라 중국의 반대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말미를 주지 않는 발 빠른 행보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북한은 올해 매년 한번씩 열었던 최고인민회의를 두 번이나 개최했고, 김정일 위원장은 넉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중국을 두 차례나 방문했습니다. 이어 44년 만에 노동당 대표자회를 개최해 김정은에 대한 3대 세습을 사실상 공식화하는 숨가쁜 절차를 밟았습니다.

북한 후계 문제 전문가인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연구국장은 북한의 이런 움직임이 후계자를 공표했던 1980년대와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세습을 위해 수 십 년을 준비하며 스스로 투쟁해야 했던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이를 속성으로 받고 있다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그러나 김정은이 이데올로기와 지도력 강화, 업적과 경험, 명분을 쌓기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이기동 선임연구위원은 현 상황이 김일성 후계체제 구축 과정에서 펼쳐진 3단계 가운데 1단계인 1973년의 준비 상황과 흡사하다고 말합니다.

세습 명분을 구축하기 위해 헌법을 개정하고 3대 혁명소조운동을 통한 후계 기반을 조성한 뒤 김정일이 활동할 특정 권력기구를 강화하고, 수령이 후계자 지명과 핵심 요직을 임명했던1972-74년 사이의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는 겁니다.

탈북자 출신인 워싱턴 북한인권위원회의 김광진 방문연구원은 다급하게 진행되는 3대 세습 과정이 국제사회 뿐아니라 북한의 전통적 기준에서도 용인되기 힘든 행보라고 지적했습니다.

“3대째 권력을 세습한다는 건 북한의 기준으로 볼 때도 아주 어처구니 없는 사실이고, 국제사회에서나 자유세계에서 볼 때는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상상도 할 수 없는.”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현 상황이 후계 구도 절차를 개시했을 뿐 김정은이 후계자가 됐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이 사망할 때까지는 그 누구도 진정한 후계자의 답을 줄 수 없다는 겁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김정은 옹호세력이 후계 구축을 강화하기 위해 한동안 더욱 보수적인 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면 완전히 다른 게임이 펼쳐질 것이라며,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생존해 있느냐 여부가 북한 후계 구도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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