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천안함 사태의 대응책으로 발표한 이번 조치들은 북한을 전방위로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먼저 국방부의 조치 가운데 관심을 끄는 부분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즉, PSI의 역.내외 차단훈련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참관국가 자격으로 참여했던 PSI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밝혔습니다.
“확산방지구상의 정신에 따라서 북한의 핵 및 대량 살상무기의 확산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 역내.외에 해상차단 훈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 장관은 구체적으로 한국 해군이 주관하는 PSI 역내 해상차단훈련을 올 하반기 중 실시하고 이어 9월엔 호주가 주관하는 역외 해상차단 훈련에도 참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라 허용돼 온 북한 선박의 한국 해역 내 해상교통로 운항 금지 조치에 대한 구체적 실행 방안도 소개했습니다.
김 장관은 “북한이 상선을 모함으로 활용하거나 운항 시간대를 이용해 한국 해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획득하는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한다”며 “만일 북측이 해당지역 내에서 무단진입을 시도할 경우 강제퇴거나 나포 등 단호히 대응한다는 원칙을 갖고 해경과 해군이 협조해서 조치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남북해운합의서는 그대로 있지만 정부는 운항을 취소하거나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혀 이번 조치가 남북해운합의서 자체를 파기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와 함께 남북 합의에 따라 지난 6년 간 중단됐던 대북 심리전 방송도 재개합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각종 매체를 통해 한국 대통령과 정부를 악의적으로 비난하고 있다”며 이 같은 조치가 정당한 대응 조치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의 대북 심리전 재개는 정전협정, 남북불가침 협약, 상호비방 및 중상금지 등의 합의사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북한에 대해서 엄중한 경고를 보내는 정당한 대응 조치입니다.”
남북은 지난 2004년 6월4일 ‘서해안 우발충돌 방지 및 군사분계선 일대 선전활동 중지’에 관해 합의한 바 있습니다. 국방부는 하지만 북한이 지난 2008년 5월부터 남북 함정 간 통신망 교신과 제3국 불법 어선에 대한 정보 교환, 서해 통신연락소 운영 등 서해상 우발 충돌 방지를 위한 합의사항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 군 당국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대북 전단지 살포 작전도 곧 재개할 방침입니다.
북한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북한 인민군 전선중부지구사령관은 이날 심리전 방송 재개와 관련해 “심리전 수단을 새로 설치하는 경우 그것을 없애버리기 위한 직접조준 격파 사격이 개시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측은 이 같은 심리전이 “북-남 군사적 합의에 대한 노골적 파기 행위이고 북한에 대한 엄중한 군사적 도발이며, 북-남 관계를 최악의 상태로 몰아가는 중대 사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무력 침범에 대해 적극적 억제 원칙과 자위권 발동을 언급한 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그 진의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자위권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느냐에 따라서 북한의 무력 도발에 앞으로 한국 측의 대응이 어떻게 달라지느냐가 달린 문제여서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언급한 자위권 안에 선제공격권이 포함되는 것인지 여부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일단 이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북한의 추가적인 군사도발에 대한 강력한 경고와 동시에 응징 의지를 드러낸 대북 메시지라는 게 군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자위권 행사 원칙을 ‘한국의 영해 영공영토를 침범한다면’이라고 전제조건을 달았기 때문에 선제공격권을 포함하는 의미로 말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은 “자위권은 국제적으로 어느 정도 개념이 확립된 것으로 군사적 위협의 격퇴 뿐만 아니고 침해를 제거하기 위한 필요한 행위까지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는 선제권은 포함이 안됐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즉각적인 자위권 발동을 위해 대북 교전규칙이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도 지난 21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북한과의 교전규칙 문제는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 대통령이 밝힌대로 남북 간 교류를 거의 모두 중단한다는 방침 아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밝혔습니다.
먼저 남북 간 일반교역과 위탁가공 교역을 위한 모든 물품의 반출과 반입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또 인적 교류 면에서도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구를 제외한 북한 지역에 대한 한국 국민의 방북을 불허하고 북측 주민과의 접촉도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개성공단도 유지는 하되 신규 진출과 투자가 금지되고 체류 인원도 절반 가량으로 줄이기로 했습니다. 현 장관은 특히 북한이 개성공단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개성공단에 관해서는 우리가 이러한 상황에서도 개성공단을 유지하려는 깊은 뜻을 북한이 거스르고, 우리 국민의 신변에 위해를 가한다면 이를 추호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단호하게 대처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힙니다.”
외교통상부는 기존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 1874호와 1718호의 이행을 강화하거나 추가적인 제재 조치를 담은 새로운 대북 결의안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대북 결의안의 형태에 대해선 “앞으로 안전보장이사회 논의 과정에서 어떠한 수준에서 어떠한 조치가 나올지를 예단하기 어렵다”며 “긴밀한 협력을 통해 대책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 장관은 특히 북한과 우호관계에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지지와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설득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의심할 수 없는 확정적인 증거가 나왔기 때문에 이 사태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도 거기에 따라서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담화는 문안 조율 막판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름을 직접 거론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한 끝에 이름을 넣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와대 측은 “개인을 거명하기 보다는 북한체제 전체에 책임을 물은 것”이라며 “변화를 촉구한다는 면에서 북한 정권이라는 표현이 더 의미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