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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EU 가입 준비에 진전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일원이었던 세르비아가 유럽 연합 가입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섰습니다. 세르비아가 가입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는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점검키로 한 건데요. 세르비아에 까다로운 가입 요건을 제시해 왔던 네덜란드가 한 발 물러선 결과라고 합니다. 최근 어떤 진전이 있었는지 알아 보겠습니다.

문) 세르비아, 한때는 유고연방의 맹주를 자처하지 않았습니까? 그 때문에 대가도 톡톡히 치렀구요.

답) 그야말로 ‘발칸반도의 화약고’라고 불릴 만큼 내전과 민족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곳입니다. 이미 와해된 유고슬라비아를 억지로 신유고연방으로 재통합하려다 비극을 자초했던 장본인이기도 하구요. 결국 보스니아 전쟁, 코소보 전쟁을 차례로 치르면서 세르비아는 무지막지한 인종학살의 주범으로 낙인 찍혔던 게 사실입니다.

문) 그래서 국제사회의 온갖 비난을 다 받았었고 유엔 제재에 까지 묶였었던 거구요. 그러던 세르비아가 당당히 유럽연합의 일원이 되겠다, 이렇게 가입을 신청하기에 이른 것 아닙니까? 한 1년 됐나요?

답) 그게 정확히 지난해 12월22일이니까 아직 1년은 채 안 됐네요. 말씀 드린대로 세르비아는 1990년대를 완전히 내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냈는데요. 이후 경제성장을 기치로 친서방 노선을 걸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유럽연합 가입에 총력을 기울이게 됐구요.

문) 원죄는 그래도 남았다고 해야 하나요? 전범 취급 당해온 세르비아를 유럽연합으로서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가입조건이 까다로운데?

답) 말씀하신 그대롭니다. 유럽연합 일원이 된다는 게 그리 만만한 과정이 아니라는 거죠. 단지 유럽에 위치한다는 기본적인 조건만으로는 한참 부족합니다. 일정수준의 정치, 경제적 역량이 돼야 정식가입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물론 종교, 문화적 동질성이 있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조건도 무시할 수 없구요. 왜 이거 때문에 터키도 가입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문) 세르비아로서는 이래저래 걸리는 게 많았겠네요.

답) 열악한 경제도 경제지만 세르비아의 피비린내 나는 인종 청소를 기억하는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처음에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습니다. 유고 내전은 이미 십 수년 전의 일이 돼 버렸지만 전범 처리와 코소보 독립 문제 등 난관이 산적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입까지 험한 길이 예정돼 있었던 거죠.

문) 그래도 세르비아만큼은 절대 안 된다, 유럽연합이 무조건 이렇게 우길 수만도 없는 사안이잖아요. 최소한 공정한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답) 기회 말씀을 하셨는데 그래서 내건 가입 승인의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수십 만 명의 희생을 초래했던 유고 내전을 세르비아가 어떻게 마무리 짓는지 두고 보겠다는 겁니다. 특히 네덜란드가 높은 기준을 내세웠었습니다. 보스니아 내전 전범 용의자인 라트코 믈라디치와 고란 하지치가 체포되기 전까지는 절대 안된다, 이런 강경 입장을 고수해 왔으니까요.

문) 지금 언급하신 두 사람이요. 악명 높은 전범들이죠?

답) 그렇습니다. 특히 믈라디치는 보스니아 내전 당시 세르비아계 군사령관이었는데요. ‘스레브레니차’라는 곳에서 이슬람계 주민 8천명을 학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른바 인종청소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물론 ‘국제유고전범 재판소’가 기소했습니다만 10년 넘게 붙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문) 그럼 이 사람들 잡힐 때까진 세르비아가 아무리 다른 조건을 충족시켜도 유럽연합 가입 길은 막힌 거네요.

답) 아니오. 그 조건이 이번에 완화된 겁니다. 핵심 사안인 두 전범 체포에 대한 세르비아 측의 협력을 보여달라, 이 정도 수준으로 기준을 낮춘 겁니다. 물론 네덜란드가 한 발 물러선 결과구요. 그러면서 세르비아의 유럽연합 가입 논의가 급물살을 탔습니다.

문) 마침 유럽연합 회원국 외무장관들이 최근 룩셈부르크에 모였었잖아요. 거기서 뭔가 얘기가 있었던 거죠?

답) 예. 중요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세르비아가 제출한 가입 신청서에 대해 의견을 표명해 달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이렇게 요청하기로 합의했으니까요.

문) 의견 표명해 달라는 정도 가지고 중요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나요?

답) 보기보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되면 집행위원회가 이제 세르비아가 유럽연합 가입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는지 기술적으로 분석을 하게 되구요. 의견도 물론 제출해야 하는데요. 이게 유럽연합 가입 절차에서 상당히 중요한 단계라고 합니다. 세르비아로서는 머나먼 유럽연합 가입 여정이 조금 단축됐다, 그런 의미가 있겠구요.

문) 세르비아로서도 최대한 성의를 보여야 하는 상황이네요. 보스니아 무슬림 학살 사건에 대해서 사과한다, 전에 이런 의사까지는 전달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답) 예. 그건 벌써 지난 4월 일입니다. 세르비아 의회가 결의안 형식으로 공식 사과 입장을 밝혔었습니다. 물론 유럽연합에 가입하기 위한 정치적 시도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하지만 세르비아로서도 마냥 양보만 할 수 없는 사안이 있습니다. 바로 코소보 독립 문제입니다. 유럽연합은 세르비아에 코소보 독립 승인을 요구하고 있지만 세르비아는 반대 입장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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