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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기침체 종료” 발표에도 체감경기 변함없어


금융위기로 시작된 미국의 경기 침체가 지난 해 6월로 종료된 것으로 공식 선언됐습니다. 대공황 이후 미국의 최장기 경기 침체에 해당한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미국인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경제 실태를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문) 전쟁 종료, 이런 건 공식 선언이 물론 가능합니다만, 경기 침체가 끝났다, 이런 것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나 보군요.

답) 사실 특정 시점을 칼로 자르듯이 베어내긴 어려워 보이지만, 그래도 그런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 따로 있다고 하네요. 바로 전미경제조사국이라고 하는 곳인데요. 정치적 편향성이 없는 독립된 민간기구입니다. 경기 침체의 시작과 종료 시점을 선언하는 게 주요 업무라고 합니다.

문) 워낙 중요한 판단이어서요, 그럴만한 권위는 갖춘 곳인가요?

답) 미국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31명 가운데 16명이 전미경제조사국 회원이라고 하니까 그 정도면 믿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이 기구는 지금까지 경기 침체의 시작과 종료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번에도 경기 침체의 시작 시점은 1년 후, 그리고 종료 시점은 1년 3개월 만에 공식 발표했으니까요.

문) 나름 고심 고심해서 내놓은 결과란 뜻이군요? 그렇게 해서 경기 침체 종료 시점이 지난 해 6월로 판정됐단 말이죠. 침체가 얼마나 계속된 건가요?

답) 경기 침체 시작 시점은 2007년 12월로 잡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18개월 간 침체가 계속된 겁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미국의 최장기 침체로 기록됐는데요. 그 때는 43개월 간 지속됐으니까 지금보다 훨씬 더 상황이 안 좋았죠. 하지만 ‘오일 쇼크’로 기억되는 지난 1970년대 초.중반, 그리고 1980년대 초 보다는 2개월 더 오래 불황을 겪은 겁니다.

문) 경기 침체가 끝났다고 선언할 만한 근거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답) 일반적인 경기지표들을 두루 분석하고 있습니다. GDP라고 하죠, 국내총생산, 개인소득, 산업생산, 또 실업률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런 수치들이 호전되는 시점을 눈 여겨 본 겁니다.

문) 그 기준은 알겠는데요. 글쎄요, 과연 경기 침체 종료 선언이 현실을 충분히 반영한 것이냐, 그 부분엔 의문을 갖는 미국인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답) 그 점은 전미경제조사국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경기 침체가 끝났다고 해서 현재 미국경제가 정상 수준을 회복해 건강하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 성명에서 이렇게 밝혔으니까요. 경기 확장의 초반에는 경제활동이 정상 수준을 밑도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설명입니다.

문) 예. 충분히 근거가 있는 설명이겠습니다만, 그런 설명에 위안을 못 느끼는 미국인들이 많아 보여서요. 특히 실업률을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지금 직장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잖아요?

답) 일리가 있는 지적입니다. 뭐 그 뿐이겠습니까? 주택가격도 지난 해 반짝 상승하는 듯 했지만 다시 떨어지고 있구요. 경제 성장률도 하락을 멈췄다고는 하지만 성장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딘 게 맞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이죠?) 회복세가 워낙 부진하다 보니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에서 2.6%로 낮췄다고 합니다.

문) 실업률은요?

답) 역시 별로 안 좋습니다. 10% 아래로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9.6%에 달하고 있으니까요. 경기 침체 종료 시점 때보다 오히려 0.1% 높아진 수치입니다. 더 우려되는 건 다음 대통령 선거 때까지도 아마 이 수준 그대로 갈 것이다, 그런 전망을 전문가들이 내놓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문) 바로 그렇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변한 게 없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답) 경기와 고용 수준이 호전되는 시점이 딱 맞아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들 느끼는 건데요. 소위 ‘고용 없는 경기상승’이라고 할까요? 따라서 성장이 부진하고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경기회복을 과연 회복이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 그런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가 많다는 겁니다. 미국 노트르담대학교 경제학과의 김관석 교수의 진단을 들어 보시죠.

“현재의 경기 침체는 재정위기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은행 융자 관계에 밸런스가 맞기 전엔 회복이 안 됩니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회복되기 전에 침체가 끝났다고 보기 힘듭니다. 그러므로 고용지표에 무게를 둬 경기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문) 지금 경기 순환을 결정하는 방식은 좀 문제가 있다, 그런 지적이네요.

답) 예. 경기 침체가 종료됐다는 선언이 물론 듣기 좋긴 하지만, 경제 호황과 불황의 순환을 공식적으로 판정할 때 일자리 현황에 더 가중치를 주는 쪽으로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들이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물론 관련 경제기구들은 과거 자료와의 일관성 차원에서 여기에 신중한 입장입니다만 말이죠.

1년 전보다 실업자가 훨씬 더 늘었는데도 자꾸 경기 침체가 끝났다고 하니까 믿지 못하는 미국인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쨌든 공식적으로는 불황이 끝났다고 하니까요. 그 후유증을 빨리 벗어나는 게 다음 과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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