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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폴란스키 감독 미국 송환 거부


스위스 정부는 세계적인 영화감독인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신병을 넘겨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이로써 미국 정부는 33년 전 미국에서 미성년자와 불법적인 성관계를 가진 혐의를 받고 있는 로만스키 감독을 법정에 세울 수 없게 됐는데요, 이연철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 먼저 화제의 주인공인 폴란스키 감독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 주시죠?

답) 올해 76살인 폴란스키 감독은 1933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습니다. 1960년대 말 미국으로 건너온 후 ‘로즈마리의 아기’, ‘차이나타운’ 등의 연이은 성공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세계적인 영화감독인데요, 2002년에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피아노 연주자의 처절한 생존을 그린 ‘피아니스트’라는 작품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에서 유년기를 보낸 폴란스키 감독의 경험이 녹아 있는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당시 로만스키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답) 도망자 신분이었기 때문입니다. 폴란스키 감독은 1977년에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서 당시 13살 소녀 모델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그 후 폴란스키 감독은 유죄인정 협상을 통해 미성년자와의 불법적인 성관계로 혐의가 완화됐습니다. 하지만, 선고공판을 하루 앞둔 1978년 2월 1일, 판사가 유죄인정 협상을 인정하지 않고 실형을 선고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프랑스로 도주했는데요, 그 후 프랑스에 거주하면서 도피생활을 한 폴란스키 감독은 아카데미 상을 받기 위해 미국에 입국할 경우 체포될 것을 우려해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 하지만, 폴란스키 감독은 유럽에서는 자유롭게 활동을 해 오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프랑스와 폴란드 이중국적을 갖고 있는 폴란스키 감독은 미국으로 송환될 것을 우려해, 미국과 범죄인 인도협정이 체결된 영국 같은 나라를 피해왔지만, 대부분의 유럽 국가를 자유롭게 오가며 활동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해 9월, 취리히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하기 위해 스위스에 입국하다가 공항에서 전격적으로 체포됐는데요,

그 동안 폴란스키 감독의 활동을 묵인하던 스위스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습니다. 폴란스키 감독은 체포된 후 4주 간 수감생활을 한 후 스위스 칸톤의 휴양지 내 자택에서 연금상태로 지냈고, 미국은 체포 이후 처벌을 위해 폴란스키를 송환해달라고 스위스에 요구해 왔습니다.

)당초 스위스 정부는 미국의 송환 요청에 쉽게 응할 것으로 예상됐었는데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군요?

답) 그렇습니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12일, 폴란스키 감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송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에벨리네 비드머-슐룸프 연방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폴란드계 프랑스 국적인 폴란스키 감독을 미국에 송환되지 않을 것이며, 그의 자유를 제한했던 조치들도 해제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스위스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 정부는 항소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 스위스 정부는 폴란스키 감독이 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인가요?

답) 그렇지는 않습니다. 스위스 정부는 단지 미국 신병인도 요청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위스 정부는 폴란스키 감독이 체포된 이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판사와 변호인 간의 1977년 회의 기록을 요구했는데요, 이 기록에는 폴란스키 감독이 정신분석을 위해 감옥에서 보낸 6주일을 끝으로 더 이상 실형을 살지 않을 것이라고 담당 판사가 말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기록 제공 요청을 거부했고, 스위는 정부는 이를 근거로 신병인도 요청을 거부하면서 폴란스키 감독을 석방한 것입니다.

) 이로써 30여 년 동안 폴란스키 감독을 법정에 세우려던 미국 정부의 노력은 허사가 됐다고 할 수 있겠죠?

답) 그렇습니다. 이제는 폴란스키 감독이 제 발로 미국에 입국하기 전에는 그를 법정에 세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폴란스키 감독이 살고 있는 프랑스는 자국 국민의 신병을 다른 나라에 인도하지 않고 있고, 이번 스위스 정부의 결정으로 대부분의 다른 유럽국가들도 폴란스키 감독을 체포하려 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 그런데, 스위스 정부의 이번 결정이 외교적인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무슨 얘기인가요?

답) 스위스는 지난 해 폴란스키 감독을 체포하면서 프랑스, 폴란드 등과 외교적 긴장을 불러 일으킨 바 있는데요, 이번에 예상과 달리 미국의 송환 요청을 거부한 것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유명인사들의 석방 요청을 쉽게 물리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스위스 정부도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이 국가적 이해를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밝힘으로써 그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 주었는데요, 스위스가 미국보다는 프랑스 등 이웃국가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스위스가 폴란스키 감독을 석방함으로써 미국과 스위스 간 외교관계는 긴장될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스위스 정부가 세계적인 영화감독인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신병을 넘겨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한 것과 관련한 소식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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