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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노, 필리핀 대통령 사실상 당선


지난 10일 실시된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인 자유당 소속의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 상원의원이 제15대 필리핀 대통령으로 사실상 당선됐습니다. 아키노 당선자는 지난 해 사망한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의 아들로도 유명한데요, 그가 앞으로 부패 척결과 경제 성장 등 필리핀의 난제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극복해 나갈지가 주목됩니다. 유미정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먼저 아키노 당선자가 어떤 인물인지부터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답) 네, 아키노 당선자는 올해 50살로 필리핀의 유력 정치가문의 외아들인데요, 아버지 베니그노 니노이 아키노는 상원의원이었고, 어머니 코라손 아키노는 대통령을 지냈습니다. 아키노 당선자는 지난 1998년 부모의 후원으로 하원의원에 당선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는데요, 이후 3차례 하원의원을 역임한 뒤 2007년에 상원의원으로 당선됐습니다.

아키노 당선자는 필리핀의 아테네오 드 마닐라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다국적 기업인 나이키에서 근무해 경제 실무에 밝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은 독신이구요, 취미는 골프와 당구, 그리고 재즈 음악 CD 수집이라고 합니다.

문) 세계 정치사에서 어머니와 아들이 대를 이어 대통령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아키노 당선자의 어머니인 코라손 아키노는 남편인 베니그노 아키노가 마르코스의 독재정권에 투쟁하다 암살되자, 1986년 대선에 나가 마르코스와 대결해 민중의 절대적 지지로 대통령이 됐습니다.

이번 필리핀 대통령 선거운동이 본격화하기 이전에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는 평범한 정치인이었던 아키노 상원의원이 유력한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게 된 것은 바로 이 같은 어머니의 후광이 컸습니다. 지난 해 8월 코라손 아키노 여사가 대장암으로 사망하자 필리핀에서는 그에 대한 추모 바람이 크게 일었고, 이에 따라 아들인 아키노 상원의원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떠오르게 된 것입니다.

) 아키노 당선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부패한 현 정권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주력했다지요?

답) 네, 그렇습니다. 필리핀은 고위 공직자들과 그 친인척들의 부패 등으로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 조사에서 매년 하위권에 기록되고 있는 나라인데요, 아키노 당선자는 이번 선거 운동에서 물러나는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의 무능과 부패 등을 집중 공략했습니다. 아키노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 중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아로요 정권의 부정부패에 대한 수사를 빠른 시간 내에 시작하겠다고 말해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아키노 당선자는 특히 부패 문제로 탄핵 당했던 조셉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 등 이번 대선의 다른 경쟁후보들과는 달리 부패와 관련한 추문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처럼 깨끗하고 청렴한 이미지를 내건 것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큰 역할을 한 것입니다.

) 외신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습니까?

답) 외신들은 이번 선거 결과가 현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 정부의 부정부패에 대한 필리핀 국민의 심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외신들은 또 아키노 의원이 국민의 압도적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지난 12년 간 의원으로 일하면서 이렇다 할 입법 성과가 없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습니다.

) 아키노 당선자가 앞으로 대통령으로서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들이 있을 텐데요?

답) 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필리핀에 만연한 부정부패의 고리를 차단하느냐가 대통령으로서 성공의 가장 큰 관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경제 문제도 아키노 당선자가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2008년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필리핀 인구 4명 가운데 1명은 하루 1.25달러 이하 수입으로 살아가고, 필리핀의 경제력은 1950년대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이었지만 지금은 전체 17개국 중 13번째 정도에 불과하다고 전했습니다.

필리핀은 잇따른 토지개혁 실패로 유력 가문 2백여 곳이 전체 토지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또 국내 제조업 기반도 취약해 인구의 10%가 넘는 9백만에서 1천1백 만 명이 해외에서 저임금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데요, 이처럼 망가진 경제를 어떻게 회생시키느냐가 세계 역사상 첫 모자 (母子) 대통령이 된 아키노 당선자가 직면해야 할 가장 어려운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진행자: 필리핀의 새 대통령으로 사실상 확정된 베니그노 아키노 상원의원에 대한 소식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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