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와 한미경제연구소, 코리아 소사이어티 가 11일 워싱턴에서 미-한 정상회담의 의제를 전망하는 공동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한미경제연구소의 잭 프리처드 소장은 한국의 류우익 신임 통일부 장관이 대북정책의 유연성을 언급하고, 2차 남북 비핵화 회담이 열리는 등 지난 몇 달 동안 남북관계에 변화가 있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미-한 정상회담에서 대북정책의 전환을 제안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정책의 일관성을 중요시 하는 만큼 대북정책에 변화가 있더라도 매우 미묘한 변화에 그치고 원칙 있는 접근을 유지할 것이라는 겁니다.
빅터 차 전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보좌관도 이 대통령이 남북간에 상호주의를 강조하는 원칙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을 너무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또다시 군사도발이나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미국과 한국의 두 정상이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억제하고 군사도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대북 협상을 재개할 이유는 충분하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끝난 뒤 미국과 북한의 후속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럴 경우 첫 회담과는 달리 탐색전보다는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빅터 차 전 보좌관은 전망했습니다.
토머스 허바드 전 주한 미국대사도 지금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이 대북정책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고 북한과 대화할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는 겁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대북 식량 지원과 미군 유해 발굴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논의 내용을 공개할 경우 두 사안이 너무 큰 주목을 받게 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두 정상이 직접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빅터 차 전 보좌관은 말했습니다.
빅터 차 전 보좌관은 특히 식량 지원과 관련해 미국이 북한 측으로부터 식량 분배감시 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현안들에 대해서도 협조 의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편 최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러시아의 역할에 대해서는 참석자 모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한국과 러시아가 한반도를 관통하는 가스관 사업을 논의하고 있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기는 했지만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러시아가 중대한 역할을 할 여지는 별로 없다는 겁니다.
빅터 차 전 보좌관은 러시아는 북한 핵 협상과 관련해 움직임이 없을 때마다 활발하게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며 가스관 사업도 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러시아의 역할도 과거처럼 급격하게 축소될 것으로 빅터 차 전 보좌관은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