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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핵무기 관리에 또 ‘구멍’


미 공군의 핵무기 관리체제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는 위기 의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에 배치된 핵 미사일 50기가 한 시간 가까이 통신이 두절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핵무기 관리 사고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합니다. 어떤 아찔한 일이 있었는지, 또 왜 자꾸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지 백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 보겠습니다.

문) 먼저 가장 최근에 있었던 사고 소식부터 알아보죠. 쉽게 얘기해서 거의 1시간 동안 핵 미사일이 통제가 안됐던 거라면서요?

답) 그런 셈입니다. 지난 달 21일 와이오밍 주 워런 공군기지에서 발생한 일인데요. 여기 ‘미니트맨 3’라고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1백50기가 배치돼 있습니다. 그 중 50기가 발사통제센터와의 통신 연결이 끊긴 겁니다.

문) 물론 통신 연결은 1년 365일 유지돼야 하는 거겠죠? 비상시에 발사를 하려면?

답) 꼭 발사가 문제가 아니라요, 핵 미사일이 제대로 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도 당연히 통신 연결이 돼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45분간의 공백이 생긴 겁니다. 미 공군 당국이 사고 당시 핵 미사일 발사 능력을 상실하진 않았다고 강조하긴 했지만 자칫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소지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문) 당연히 그렇겠죠. 최첨단 기기로 둘러싸여 있을 핵 미사일 기지에서 왜 그런 일이 발생한 걸까요? 혹시 외부적 요인은 없었답니까? 컴퓨터 바이러스, 이런 거요.

답) 외부의 그런 고의적인 파괴 행위는 없었던 걸로 보입니다. 군 당국도 그런 가능성은 일축했구요. 5개 발사통제센터 가운데 하나가 미사일과 통제센터들간의 통신신호를 끊어뜨린 것 같다, 이 정도 얘기까진 나왔습니다만, 아직 최종 결과는 아니구요. 정확한 사고원인은 지금 조사 중이라고 합니다.

문) 사고원인만 조사할 일이 아닌 것 같네요. 통신 끊긴 동안 혹시 뭔 일이 없었는지도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답) 그 절차가 사실 급선무죠. 당연히 사고 직후 핵무기 안전을 위해 비상사태 행동계획을 가동했다고 합니다. 또 전문 병력을 핵 미사일이 보관된 지하 저장고로 보내 미사일이 안전한 상태인지 일일이 점검했다고 하구요.

문) 당연한 수순이겠죠. 그런데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요?

답) 예, 그게 문젭니다. 또 과거 사례를 들여다보면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대부분입니다. 2006년에 미 공군이 타이완과 무기 거래를 하면서 헬기용 배터리를 주문 받은 적이 있는데요. 대신 핵탄두를 탑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기폭장치 부품을 보냈다는 거 아닙니까? (황당한 실수네요) 더 황당한 건 그 사실을 2년 가까이 파악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2008년 3월에야 타이완으로부터 문제의 부품을 회수했으니까요.

문) 미국이 체면을 구겼네요. 그런 실수가 거기서 그친 게 아니더군요.

답) 웃지 못할 일이 4개월쯤 지나 또 발생했습니다. 이번엔 핵 미사일 발사통제센터 요원 3명이 발사 코드장치를 켜놓은 채 모두 잠들어 버린 겁니다. (그 상황에 잠이 왔을까요?) 그러게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잠에 빠졌던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문) 미 공군의 허술한 핵무기 관리 실태, 이 정도 예까지만 들려고 했는데 꼭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중대한 실수가 또 있었네요. 핵무기를 실은 줄도 모르는 비행기가 미 대륙을 종단했다, 이쯤 되면 이거 대형 사고 아닙니까?

답) 영화에나 나올 만한 일이 실제로 발생했습니다. 2007년 8월 일어난 사건인데요. 미 공군의 B-52 폭격기가 핵무기가 실린 줄도 모른 채 말씀하신 대로 미 본토를 종단 비행한 겁니다. 북부 노스타코다 주 마이넛 기지에서 남부 루이지애나 주의 바크스데일 기지까지 36시간 동안이나요. 이 전투기엔 재래식 탄약 대신 핵탄두 탑재 순항미사일이 6기 실려있었다고 합니다.

문) 조종사들도 몰랐다면서요?

답) 그래서 더 아찔한 순간이었다는 겁니다. 이게 비행훈련이었기 때문에 도중에 사고라도 났다면 미 대륙이 핵 재앙을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미 공군이 핵무기를 다루면서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뻔한 또 한번의 사례라고 할 수 있겠구요. 이런 저런 사고로 2008년엔 미 공군 최고위 인사 2명이 동시에 옷을 벗어야 했습니다.

문) 물론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네요. 워낙 치명적인 허점들이 드러나서요.

답) 안 그래도 그런 논의가 뜨겁습니다. 윗선 몇 사람 갈아치운다고 개선될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전문가들은 미국의 현 핵무기 운용체제가 여전히 냉전시대 소련의 위협에 맞서는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지적들을 합니다.

문) 그게 미 공군의 연이은 실수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걸까요?

답) 미 핵무기 운용체제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걸 현장 실무자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자신이 맡은 핵무기 관리수칙을 소홀히 하기 일쑤라는 거구요. 어차피 실전에 운용되기 힘든 방식에 굳이 주의를 기울일만한 동기부여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또 미 공군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이런 쪽이요) 예 바로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치른 대가가 바로 핵 작전을 소홀하게 다룬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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