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에서 오랜만에 합의문이 나왔어요.
답) 그렇습니다. 지난 2000년에 열린 평가회의에서 최종 결과문서가 채택된 뒤 10년 만입니다. 평가회의는 지난 1970년 핵확산금지조약이 발효된 뒤 5년마다 열렸는데요, 지난 2005년에는 부시 전 미국 행정부와 핵무기 비보유국들 간에 의견 차이가 커서 합의문 채택에 실패했었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에 채택된 최종 선언문은 의미가 큽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더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중대한 합의가 마련됐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문) 그럼, 이번에 채택된 최종 선언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죠. 먼저, 핵 군축 문제에서는 어떤 진전이 있었습니까?
답)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5대 핵 보유국들의 핵 군축 진전 상황을 오는 2014년까지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핵 보유국들은 2014년에 예비위원회를 열어서 비핵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보고해야 합니다. 그리고 1년 뒤인 2015년에 열리는 차기 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에서는 관련 필수 조치들이 검토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문) 이번 평가회의에서 핵 군축 문제는 미국이 상당히 공을 들인 사안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해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해 노력할 것을 천명한 뒤, 핵 군축 문제에 심혈을 기울여 왔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4월 초 미국의 안보전략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줄인다는 내용의 핵 태세 검토보고서를 발표했고, 곧이어 러시아와 전략무기 감축협정의 후속협정을 체결했습니다. 핵 군축의 본보기를 보여준 것이죠. 이번 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에서 채택된 최종 선언문도 미국과 러시아의 핵 군축 협정을 높이 평가하고 궁극적으로 모든 핵무기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로 해서 오바마 대통령의 핵 정책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문) 중동 비핵화지대 창설도 이번 회의에서 큰 관심을 모았죠. 이스라엘 문제가 핵심 사안이었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중동 비핵화지대는 지난 1995년에 열린 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에서 이미 얘기가 나왔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뒤따르지 못했습니다.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데요, 이스라엘 문제를 어떤 식으로 다룰 것인지를 놓고 서방국가들과 중동 국가들 간의 의견대립이 큰 게 사실입니다. 이번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란이 됐는데요, 오는 2012년에 모든 중동국가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중동 비핵화지대에 대해 더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문) 문제의 중요성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어떤 식으로 풀어야 할지는 아직 합의가 안된 거군요.
답) 그렇습니다. 관련 내용이 모호하고 2012년에 중동 국가들이 회의를 갖는다 해도 논의 결과가 구속력을 가질지도 분명치 않습니다. 2012년 회의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참석 거부로 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문) 그런데 중동 국가들 입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큰 성과가 하나 있었어요.
답) 그렇습니다. 이스라엘에 대해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고 핵 시설도 공개하라는 내용이 최종 선언문에 들어갔습니다. 반면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과 관련해서는 이란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는 내용은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핵 물질과 기술의 군사전용을 막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의 핵 안전협정을 거듭 강조하고 협정 위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사실상 이란을 지목한 것입니다.
문) 서방국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런 내용이 합의될 수 있었던 이유는 뭡니까?
답) 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는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종 선언문 내용 역시 어느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채택될 수 없는 것이죠. 이란 관련 내용은 당연히 이란이 반대해서 수위가 낮아진 것이고, 이스라엘 관련 내용은 당초 미국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지만 이 문제로 최종 선언문 자체가 채택되지 못할 위기까지 가자 미국이 한발 물러섰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그동안 핵 군축과 핵 확산 방지를 위해 기울여 온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을 우려한 겁니다.
문) 북한과 관련해서는 핵확산금지조약 탈퇴 문제가 특히 관심을 모았죠?
답) 그렇습니다. 북한의 핵실험을 비난하고 핵 폐기를 촉구하는 내용은 별로 논란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약 탈퇴 문제에 대해서는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 서명국 가운데 유일하게 탈퇴를 선언했는데요, 조약 위반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 한국, 일본 등은 탈퇴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조약 위반 행위를 처벌하도록 해서 탈퇴 조항의 악용을 막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비동맹회의 국가들의 반대에 부딪혀 합의 도출에 실패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국제법상 조약 탈퇴국은 탈퇴 이전에 발생한 조약 위반 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지금까지 지난 28일 폐막된 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김연호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