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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컴퓨터, 한국 80~90년대 수준"


북한이 ‘태블릿 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북한의 기술 수준을 들어 북한의 발표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북한 컴퓨터산업의 현 주소를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이 개발했다고 발표한 ‘태블릿 컴퓨터’는 손가락으로 직접 화면을 조작하는 최첨단 컴퓨터로, 미국의 애플사가 개발한 ‘아이패드’와 한국의 삼성이 개발한 ‘갤럭시 탭’이 대표적인 제품입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에 따르며 ‘조선컴퓨터중심’은 최근 평양에서 열린 제15차 ‘평양봄철 국제상품전람회’에서 태블릿 컴퓨터를 공개했습니다.

조선컴퓨터중심의 신흥정보기술무역회사 박세철 부원은 북한 TV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좀더 혁신적인 생각을 공부하고 과학과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며, 영화 감상을 하고 사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태블릿 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TV에 따르면 태블릿 컴퓨터는 어른 손바닥보다 조금 큰 크기로, 은색 본체에 화면을 손가락으로 조작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운영체제를 비롯한 자세한 기술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공개한 태블릿 컴퓨터에 대해 관계자들은 엇갈린 견해를 밝혔습니다.

청진 출신으로 지난 2009년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권효진 씨는 북한이 태블릿 컴퓨터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권효진] “실용적 가치는 없을지 몰라도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연구소 박현옥 상임연구위원은 북한의 기술 수준을 감안할 때 태블릿 컴퓨터를 만들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녹취: 북한연구소 박현옥 상임 연구위원] “소형화된 PC를 직접 생산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북한이 컴퓨터 하드웨어를 직접 생산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의 그레그 브레진스키 교수는 중요한 것은 북한이 실제로 태블릿 컴퓨터를 만들었는지 여부가 아니라 북한의 컴퓨터산업이 낙후됐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지 워싱턴 대학 그레그 브레진스키 교수] ”NORTH KOREA DOSEN’T HAVE…”

북한처럼 정보통신 시장과 컴퓨터 기술이 낙후된 상황에서는 태블릿 컴퓨터가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에 컴퓨터가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부터입니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흡연자와 음치, 그리고 컴퓨터를 모르는 사람은 21세기의 3대 바보’라며 컴퓨터산업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1990년에는 평양 만경대구역에 조선컴퓨터중심이 들어섰고, 98년에는 국내용 컴퓨터망인 ‘광명’이 개통됐습니다.

또 평양과 지방에는 ‘정보통신기술판매소’ 라는 이름으로 PC방도 생겼습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남북한의 컴퓨터 기술이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탈북자 권효진 씨의 말입니다.

[녹취: 탈북자 권효진] “컴퓨터나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비교하면,한국과 비교가 안 되죠, 숫자로 하면 0.5나 될까요.”
북한의 컴퓨터산업이 낙후돼 있다는 사실은 컴퓨터 보유 실태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컴퓨터와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83%로, 거의 모든 집에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돼 있습니다. 반면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에는 평양에만 컴퓨터가 조금 보급돼 있을 뿐 지방에는 30가구에 한 집 정도가 중고 중국산 컴퓨터를 갖고 있는 실정입니다.

북한의 컴퓨터 산업이 낙후된 이유는 일관된 정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한국은 90년대부터 정보통신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정책 목표에 따라 10년 이상 꾸준히 투자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정책도 없고 투자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탈북자 권효진 씨의 말입니다.

[녹취: 탈북자 권효진] “북한 정부 자체가 국가발전에 대한 의지가 없고 간혹 과학 부문을 발전시킨다고 해도 핵 개발이나 하지 절대로 과학발전이나 국민들의 생활향상에 투자하지 않습니다.”

북한연구소 박현옥 상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잘못된 정책 우선순위도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컴퓨터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정보통신 인력을 많이 양성해야 하는데, 수가 적을 뿐아니라 컴퓨터 전문가를 인민군이 운영하는 대남 컴퓨터 해킹부대에 배치한다는 겁니다.

[녹취: 북한연구소 박현옥 상임 연구위원] “특히 해킹 분야에 대해서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북한의 컴퓨터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로 인터넷 연결이 안된 것을 꼽았습니다.

컴퓨터와 정보통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외부세계와 기술적 교류를 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인터넷 연결을 하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 산업이 낙후될 수밖에 없다고 브레진스키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지 워싱턴 대학 그레그 브레진스키 교수]”ONLY POLITICAL LEADER…”

1990년대 중반 등장한 인터넷은 미국과 한국, 일본, 유럽, 중국, 아프리카 등 전세계18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세계적인 정보통신 수단입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인터넷을 사용할 경우 외부 정보가 유입될 것을 우려해 인터넷 연결을 꺼려왔습니다.

현재 전세계 2백여 국가 중 일반 주민들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나라는 북한과 투르크메니스탄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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