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24일 동부 시베리아 부라티야 자치공화국의 수도 울란우데에서 열렸습니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약 2시간 10분 동안 계속된 회담에서 북 핵 6자회담 재개 문제와 상호 경제협력 방안 등을 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김정일 위원장이 러시아와 남북한을 잇는 가스관 사업에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현재 제안된 가스관 사업은 총 연장 1천7백 킬로미터로, 사업이 시작되면 일단 한 해 최대 1백억 입방미터의 천연가스를 수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가스관 사업이 성사될 경우 한국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주요 소비국이 될 것이란 점도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북 핵 6자회담도 주요 의제로 논의했습니다.
러시아 대통령실의 나탈랴 티마코바 대변인은 회담이 끝난 뒤, 북한이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또 6자회담이 재개되면 회담 과정에서 핵실험과 핵 물질 생산을 잠정유보 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티마코바 대변인은 말했습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실질적이고 허심탄회했다”면서, “상당히 긍정적인 느낌을 갖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두 정상의 이날 정상회담은 울란우데 시 외곽의 군 부대에서 열렸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멀리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 줘서 고맙다”고 인사했고, 이에 대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여기도 우리나라의 한 부분”이라며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어 “이번 여정에서 보고 싶었던 것을 다 볼 수 있었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이에 김 위원장은 “매우 즐거운 여정이었다”며 러시아 측의 환대에 감사한다고 답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상회담을 끝으로 닷 새 일정의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러시아횡단철도 대신 중국을 통과하는 만주횡단철도를 이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세르게이 스토르차크 러시아 재무차관은 북한이 옛 소련에 약 110억 달러의 채무를 지고 있다며,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토르차크 차관은 그러나 북한의 러시아를 옛 소련의 채권을 승계하는 나라로 인정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