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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 1] 북한 라선특구 사회기반시설 개발 활발


북한으로 가기위해 줄을 선 중국 트럭들
북한으로 가기위해 줄을 선 중국 트럭들

함경북도 라선 지역이 최근 활발한 개발 사업으로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경제특구에 걸맞는 각종 사회기반시설이 정비되고 있는데요,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오늘부터 두 차례에 걸쳐 라선특구와 관련한 기획보도를 보내 드립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라선특구 개발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이연철 기자입니다.

북한과 중국의 두만강 쪽 접경지역인 원정리에서 선봉을 거쳐 라진항으로 가는 도로는 북한 내 여느 도로와 마찬가지로 매우 낙후돼 있습니다.

2차선인 이 도로는 산길이 많은데다 대부분 포장이 되지 않은 흙길이어서 화물차 운행에 길게는 3시간이나 걸립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전망입니다. 현재 중국의 투자로 53km에 달하는 도로의 확장과 포장 공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사가 끝나면 화물차 운행시간이 30분 내지 40분으로 크게 단축됩니다.

이 지역에서는 현재 중국이 많은 근로자와 중장비를 동원해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당국자들은 올해 안에 도로공사가 완공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는 국경도시 하산과 북한 라진항을 잇는 철도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총 연장 54km의 이 구간은 너무 낡은데다 북한과 러시아 철길의 폭이 서로 달라 국경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열차바퀴를 바꿔야 하는 등 문제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공사가 한창입니다. 러시아가 낡은 궤도를 새 것으로 교체하고 정차역들을 보수 정비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철길의 폭이 서로 다른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 열차를 통과시키기 위한 선로교환기 설치공사를 포함한 모든 작업이 조만간 끝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서울의 민간단체인 기은경제연구소의 조봉현 연구위원은 이 같은 교통 관련 사회기반시설 공사들은 북한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라선특구 종합개발계획의 일환이라고 설명합니다.

“북한에서는 거점개발 식으로 가는 거잖아요. 거점개발 중의 하나가 라선특구고, 그래서 라선 쪽 종합개발계획이 수립돼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인프라 조성이거든요.”

라선특구의 관문인 라진항도 중국과 러시아의 투자로 개발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두 나라는 낡은 부두를 현대화 하는 보수공사를 대가로 북한으로부터 각각 라진항 부두 개발권과 이용권을 따냈습니다.

중국은 이미 라진항 1호 부두 보수공사와 물류창고 공사를 완료했고, 러시아는 현재 3호 부두 보수공사를 진행 중이며, 곧 화물터미널 공사도 시작할 계획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화물을 처리하기 위해 13개 부두를 새로 건설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 밖에 라선특구 개발을 위해 태국 기업들과 합영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력공급을 위해 수력발전소를 확보했고, 내년에는 화력발전소 건설에도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평화연구소의 존 박 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가 도로와 철도 등 교통 관련 사회기반시설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교통 관련 기간시설이 없으면 경제특구가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기반시설 공사들은 실질적이며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라선특구 개발에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이해관계가 반영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먼저, 중국과 러시아는 라선특구의 관문인 라진항에 접근하기 위해 라선특구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북3성의 개발을 위해 동해로 나가는 출로인 라진항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고, 러시아 또한 부동항인 라진항을 통해 태평양을 드나들 수 있는 길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특히 중국이 라선특구에 대한 투자에 더 적극적입니다. 지난 해 북한과 라선특구 합작개발 5개년 계획에 합의하면서 특구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중국은 올해 안에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제시할 예정으로, 여기에는 궁극적으로 라선시에 산업단지를 건설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러시아의 라선특구 투자에는 경제적인 이유와 함께 중국에 대한 견제라는 정치적 이유도 있다고, 기은경제연구소의 조봉현 연구위원은 말했습니다.

“중국이 계속 동해로 나가버리면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자꾸 후퇴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그것을 만회하려고 러시아가 자꾸 나오고 있고, 그러니까 철도나 가스관 가지고 자꾸 협상을 하는 거고.”

북한은 현재 자력으로는 피폐한 경제를 되살릴 능력이 없는 나라라고, 미 의회 산하 의회조사국의 딕 낸토 연구원은 지적합니다.

북한은 라선특구 개발을 통해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라선특구를 가공무역과 중계무역을 전담하는 국제 무역지구로 육성, 발전시키겠다며, 외국인 투자 유치에 진력하고 있습니다. 라선시 인민위원회의 황철남 부위원장입니다.

“ 라선특구는 육상과 해상 교통의 요충지인 동시에 아시아와 태평양 북미주를 연결하는 동북아시아의 무역과 투자의 중심지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앞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특혜를 볼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보다 유리한 투자환경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북한이 라선특구 개발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미 지난 1991년 함경북도 라진과 선봉 두 지역을 묶어 북한의 첫 번째 경제자유무역지대로 지정했지만, 외부로부터의 실질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방치됐었습니다.

이후 지난 2009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문으로 다시 본격화 된 라선특구 개발이 이번에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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