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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선군청년총동원대회’ 연 까닭은?


북한은 최근 평양에서 ‘선군청년총동원대회’를 열었습니다. 탈북자들은 이집트 사태 등 중동에서 시작된 민주화 바람을 차단하고 젊은 층의 동요를 막기 위해 이런 행사를 연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26일 ‘선군청년총동원대회’를 열었습니다. 이어 북한은 27일 평양에서 대학생 등 청년 수천 명을 동원해 결의 대행진을 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북한이 청년들을 동원해 행사를 연 적은 있지만 ‘선군청년 총동원대회’ 라는 명칭으로 행사를 연적은 처음입니다. 지난 2008년에 탈북한 젊은 탈북자 김은호씨는 북한 당국이 이집트에서 시작된 민주화 바람을 차단하고 젊은이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행사를 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중동 사태 민주화 바람이 북한 주민들 속에서 많이 돌고 있어요. 당국으로서는 주민들의 반응을 빨리 저지하지 않으면 중동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담보가 없거든요”

탈북자들은 북한 젊은이들이 겉으로 내색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북한 체제에 불만이 많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불만은 오랜 군 복무입니다. 북한 젊은이들은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19세에 군대에 들어가 10년을 복무해야 하는데, 이는 징병제를 채택한 전세계 국가 중에서 가장 긴 복무 기간입니다.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는 가장 큰 목적은 노동당에 입당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당간부 아들들은 입당이 잘되고, 뇌물을 써서 군복무도 짧게 하지만 돈 없고 힘 없는 노동자, 농민의 자식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다시 김은호씨의 말입니다.

“돈이 없고 힘이 없는 노동자, 농민 자식들은 10년 동안 꼬박 군복무를 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이 손가락을 자르거나 해서 감정제대를 받은 경우도 많죠”

북한군의 부실한 식량 배급도 젊은 군인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규정대로 하면 병사들은 하루 7백 그램 이상의 쌀을 배급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군은 하루 4백 그램의 강냉이를 배급 받는 게 고작입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의 말입니다.

“중간 중간에 부정부패로 식량을 빼돌리다 보니 실제로 군인에 배급되는 것은 4백그램에 불과하고…”

북한 젊은이들의 또 다른 불만은 ‘무리 배치’입니다. 북한 당국은 군 복무를 마친 젊은이들을 탄광이나 농장에 강제로 배치합니다. 따라서 청년들은 본인의 적성이나 능력과는 관계없이 당국이 배치해 준 직장에서 평생을 보내야 합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세상을 뜬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생전에 행한 강연에서 북한의 ‘무리 배치’ 때문에 젊은이들이 불만이 극에 달했다고 말했습니다. 황장엽 전 비서의 말입니다.

“아무리 세뇌 교육을 해도 군대는 원한이 뼈에 사무쳐 있어요. 한참 공부할 나이에 10년간 김정일을 위해 죽는 연습만 하다가 또 탄광에 보내서 또 일생을 망치니, 이보다 더 큰 인권유린이 없어요”

성분 문제도 젊은이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북한은 성분 조사를 통해 전체 주민을 핵심계층, 동요계층, 적대계층 등 3계 계층 51개 부류로 나눠놨습니다. 따라서 출신 성분이 나쁜 젊은이는 아무리 머리가 좋고 공부를 잘 해도 대학에 가거나 좋은 직장에 갈 수 없습니다. 지난 2002년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 오세혁씨의 말입니다.

“누가 친구 중에 자매가 있었는데, 공부를 잘했지만 대학을 못 갔어요, 성분에 안 좋아서, 그 누나는 그냥 농기계 공장에 들어갔어요”

탈북자들은 2000년대 북한 젊은이들은 과거 70-80년대 젊은이들과 다르다고 말합니다. 과거에는 젊은이들이 노동당이 하라는 대로 군대를 가고 직장에 배치됐지만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은 세대는 당의 말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더 챙긴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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