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20일이 세계 난민의 날이군요.
답) 네, 유엔이 지난 2001년 세계난민협약 50주년을 맞아 난민 보호에 관심을 갖자는 취지로 만든 날입니다. 유엔총회에서 결의를 통해 제정됐죠. 난민은 박해를 피해 조국을 떠난 사람들을 말합니다. 정치와 인종, 종교, 국적 등의 이유로 박해를 받거나 내전, 분쟁 등으로 탈출한 사람들을 말합니다.
문) 전세계 난민의 수가 얼마나 될까요?
답) 유엔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에 따르면 2011년 초 현재 전 세계에 1천만 4백만 명의 난민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가운데 절반이 아시아에, 20 퍼센트는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 아직도 지구촌에서 박해로 고통 받는 인구가 상당하군요.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죠?
답) 그렇습니다. 이 곳 워싱턴에서는 음악회와 토론회, 의회 행사가 준비돼 있구요. 뉴욕에서는 최고층 건물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희망을 뜻하는 푸른 조명을 밝힐 예정입니다. 유엔에서 난민 문제를 담당하는 유엔난민최고대표사무소 (UNHCR)는 UNHCR 설립 60주년과 세계 난민의 날 10주년을 맞아 별도로 다양한 행사들을 펼치고 있는데요. UNHCR의 친선대사를 맡고 있는 세계적인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이를 위해 홍보 영상을 만들어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지구촌에서 매일 수 천명의 사람들이 전쟁과 박해, 테러를 피해 도망치고 있으며, 난민 수용소에서 자라는 아이들, 희망 없이 사는 난민들이 너무 많다며 관심과 지원을 호소하는 내용입니다.
문) 그런데, 탈북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탈북자들도 난민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UNHCR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조국을 떠났을지라도 조국으로 돌아갔을 때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다면 난민으로 봐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UNHCR 대표 역시 2006년 중국을 방문한 뒤 탈북자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그런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고 언급했었습니다.
문) 그런데 왜 UNHCR이 공식적으로 중국 내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수동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겁니까?
답)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날로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 때문입니다. 중국은 탈북자를 난민이 아닌 식량을 구하기 위해 불법으로 밀입국한 불법 경제 이주민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 관리들은 유엔 회의와 여러 민간 토론회에서 중국 내 탈북자는 마치 돈을 벌기 위해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멕시코인 불법 체류자들과 같은 개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 앞서 구테레스 UNHCR 대표의 입장과는 다르군요.
답) 그렇습니다. 국제 난민전문가들은 중국이 국제난민협약과 유엔난민지위에 관한 협약 당사국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빌 프레릭 난민담당 국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에 탈북자는 명백한 난민이라고 말했습니다.
본국의 허가 없이 떠났다는 이유로 귀국시 박해를 받는다면 자동적으로 현장 난민에 해당되기 때문에 탈북자는 명백히 난민이란 겁니다. 근본적으로 정치적 차별의 피해자들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문) 그럼 중국이 난민지위협약을 위반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요?
답) 그렇습니다. 하지만 워싱턴의 민간 기관인 부르킹스 연구소의 코헨 연구원 등 난민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난민지위협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제재판소에 당사국을 회부한 전례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더구나 중국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 때문에 회부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문) UNHCR 은 이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하고 있습니까?
답) 과거에는 여러 방안들을 제시하며 탈북자 보호에 대해 중국 정부를 설득하려 노력했지만 지금은 거의 손을 놓은 상태라고 UNHCR에 정통한 워싱턴과 한국 내 복수 소식통들이 말했습니다. UNHCR은 중국에서 탈북자 뿐아니라 다른 나라 난민 문제도 다뤄야 하고, 중국 정부가 탈북자와 달리 협조하는 다른 나라 난민들도 있기 때문에 업무 효율 상 탈북자 문제를 적극 제기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하지만 UNHCR이 너무 소극적이란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존 밀러 전 국무부 인신매매담당 대사는 과거 ‘미국의 소리’ 방송에 전통적으로 논란 사안을 기피하려는 유엔 기구들의 관습 때문에 탈북자 문제에 소극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얘기를 듣고 보니 세계 난민의 날에 탈북자 문제가 주목을 덜 받는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답) 네, 그렇지만 UNHCR은 러시아 내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 지원을 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UNHCR이 제공하는 모스크바 내 보호 시설에 머물고 있는 북한 외화벌이 출신 노동자들은 ‘미국의 소리’ 방송에 보호를 잘 받고 있고, 한국행 탈북자의 경우 대개 6개월 안에 출국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그럼 전문가들은 어떤 해법을 제시하나요?
답)전문가들은 유엔 내 다양한 인권 기구들이 중국 정부와 고위층들에게 이 문제를 적극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코헨 연구원은 특히 서방 세계가 중국 내 여러 이해집단, 연구기관들과의 교류를 확대해 중국 정부의 정책을 재고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 오늘 얘기 잘 들었습니다.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탈북자들이 주목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배경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입니다. 이를 맞아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의 탈북자 문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그 배경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