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김정은, '전승절' 참전열사묘 참배…한국전 “승리" 왜곡 주장

2026년 7월 26일, 한국전쟁 정전협정 73주년을 앞두고 평안남도 회창군의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026년 7월 26일, 한국전쟁 정전협정 73주년을 앞두고 평안남도 회창군의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진행자) 북한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입니다. 조상진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소식 있습니까?

기자) 오늘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전협정 체결 73주년을 맞아 여러 묘역을 참배한 소식, 그리고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반응을 짚어보겠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이 어디를 찾았나요?

기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7일 김 위원장이 전날인 26일 조국해방전쟁참전열사묘와 대성산혁명열사릉, 그리고 중국인민지원군열사릉원을 잇따라 참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루에 세 곳을 찾은 겁니다.

진행자) 먼저 참전열사묘부터 짚어보죠. 여기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 발언이 있죠?

기자) 네. 조국해방전쟁참전열사묘는 한국전쟁에서 공을 세운 북한군이 묻힌 곳인데요.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곳에서 참전 노병들을 직접 만나 격려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전쟁을 "제국주의 괴수인 미제와 그 추종 무리들을 상대로 한" 전쟁으로 규정하고 "위대한 승리"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한국전쟁에서 미국에 이겼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이런 '전승'의 서사를 다음 세대가 "추호의 변색 없이"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해마다 이 시기에 참전열사묘를 찾아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날을 전승절, 전쟁에서 승리한 날이라고 부르는 건 북한뿐이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관계를 짚어보겠습니다.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맺어진 것은 '정전협정', 즉 전투 행위를 멈추는 휴전 합의입니다. 유엔군 측과 북한군·중국군 측이 서명했고, 어느 한쪽의 승리나 패배를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평화협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반도는 지금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정전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죠. 이 때문에 한국은 이날을 '정전협정일'로, 국제사회는 '휴전'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이날을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 줄여서 '전승절'이라고 부르며 국가 명절로 기념하고 있는데요. 전쟁 승리를 주장하며 기념하는 것은 북한뿐입니다.

진행자) 북한이 왜 이날을 승리로 포장하는지, 배경이 궁금한데요?

기자) 북한은 한국전쟁을 미국에 맞서 이긴 전쟁으로 규정해 대미 적개심과 체제 결속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왔습니다. 특히 북한 노동신문은 27일 전승절 사설에서 '핵무력 강화 정책'을 내세웠는데요. 여러 한국 언론은 이를 과거의 전쟁 서사와 김정은 정권의 핵무력 노선을 잇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이번 참배에는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처음으로 함께했다고요?

기자) 네. 한국 통일부와 연합뉴스 등 한국 언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딸 주애가 참전열사묘와 혁명열사릉 참배에 동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주애가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지난 6월 4일 이후 52일 만입니다. 한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전쟁을 겪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주애를 '백두혈통'의 계승자로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사진과 영상에서 김주애는 간부들에 앞서 김 위원장 바로 옆에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함께 대성산혁명열사릉도 찾았죠?

기자) 네. 대성산혁명열사릉은 항일 빨치산과 독립운동가들이 묻힌 묘역입니다. 김 위원장은 김책, 강건, 최현 등 이른바 1세대 빨치산의 묘에 헌화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의 "수령에 대한 절대적인 충실성"을 강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했습니다. 여기에도 딸 주애와 동행했는데요. 과거의 충성과 미래의 후계를 한 장면에 담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분석이 한국 내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군 전사자 묘역도 찾았는데,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기자) 김 위원장은 평안남도 회창군의 중국인민지원군열사릉원을 찾아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의 장남 마오안잉의 묘에 헌화했습니다. 이 묘역에는 마오안잉을 비롯한 중국군 유해 134구가 안장돼 있습니다. 북중 관계가 다소 소원했던 지난해에는 조선중앙통신이 관련 소식을 단신으로 짧게 다뤘는데, 올해는 아주 상세히 보도한 것으로 미뤄볼 때 최근 가까워진 북중 관계를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는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한국 통일부는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김 위원장이 혁명열사릉과 조국해방전쟁 참전열사묘,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릉원을 방문했고, 당·정 간부들의 노병 방문과 경축 행사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그러면서 통일부는 "전반적으로 비정주년 행사 동향과 유사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비정주년'이라는 게 무슨 뜻인가요?

기자) 북한은 5년이나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를 '정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히 크게 기념합니다. 올해 73주년은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 평년, 즉 '비정주년'입니다. 통일부는 올해 행사가 예년의 평년 수준과 비슷하다고 본 겁니다.

진행자) 대규모 열병식 가능성도 있나요?

기자) 정주년이 아니어서 무기를 총동원하는 대규모 열병식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통일부는 북한이 전승절 73주년 경축 행사를 평양에서 성대하게 진행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관련 동향을 계속 지켜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김정은 위원장의 정전협정 73주년 관련 행보와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반응을 살펴봤습니다.

Forum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