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최근 미국을 향해 두 가지 상이한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은 영변의 핵 시설에서 새로운 공사에 착수했습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 핵 시설에 2개의 소형 건물을 짓는 한편 땅 파기에 필요한 중장비와 트럭 등을 갖다 놨습니다.
북한은 다른 한편으로는 민간 채널을 통해 미국에 대화 재개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의 말입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북한이 지난 달 평양을 방문한 수전 셔크 미 국무부 전 부차관보 일행에게 모든 현안을 테이블에 올려 놓고 미국과 자유롭고 전면적인 대화를 갖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행태는 `전형적인 강온 양면전술’ 이라고 워싱턴의 민간연구소인 우드로 윌슨 센터의 유길재 박사는 말했습니다.
“북한이 한편으로는 핵 개발을 하는 것처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강석주를 내세워서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이중전략인데…”
북한이 핵 개발 강행 방침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북한의 박길연 외무성 부상은 지난 달 29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미국의 항공모함이 자국 주변의 해역을 돌아 치는 한 절대로 핵 억지력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양면전술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대북 협상론자들은 북한이 핵 능력을 더욱 강화하기 전에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뉴욕의 민간단체인 사회과학원의 리언 시걸 박사입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시걸 박사는 북한을 그대로 놔 둘 경우 핵 능력을 확충할 수 있다며, 미국은 북한과 진지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그레그 전 대사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습니다.
천안함 문제가 걸려있긴 하지만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보수성향 인사들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비핵화 의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화에 나설 수 없다는 것입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헤리티지재단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의 말입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이 영변에서 활동을 개시한 것은 미국의 대북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북 대화는 무의미 하다고 말했습니다.”
천안함 사건으로 꼬인 남북관계도 미-북 대화를 가로 막는 요인입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전제조건은 아니지만 미-북 대화가 재개되려면 남북관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열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간 실무회담은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남북관계 개선이 아니라 금강산 관광 재개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고 우드로 윌슨 센터의 유길재 박사는 말했습니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얘기를 하면서 수재 물자를 얻고 다른 한편으로는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려는 명분으로 이걸 활용하려는 것을 너무나 노골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에, 서울도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데, 북한의 협상 행태가 전혀 변하지 않은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 서울도 고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강온 압박전술이 당장 효과를 내기는 힘들 전망입니다. 미-북 간 대화가 이뤄지려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진정성을 보여야 하는데 지금처럼 핵 개발을 강행하겠다는 언급과 행동이 나오는 상황에서는 대화를 재개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최근 미국을 겨냥해 강온 압박전술을 펴고 있습니다. 영변의 핵 시설에서 공사를 시작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민간 채널을 통해 대화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