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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통일부 차관, “남북 교역 중단, 북한에 가장 실질적 조치”


천안함 사건에 따른 한국 정부의 대북 조치 중 북한에 대한 가장 실질적인 압박은 교역 중단이라고 한국 통일부의 엄종식 차관이 밝혔습니다. 엄 차관은 또 북한이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사과하고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책을 약속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 통일부의 엄종식 차관은 7일 한국 정부의 대북 교역 중단 조치로 북한이 연간 3억 달러 이상의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습니다.

엄 차관은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통일포럼 특강에서 “한국 정부가 취한 천안함 대북 조치 가운데 남북 교역 중단 조치가 북한에 가장 실질적이고 체감적인 조치”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통일부는 지난 달 24일 천안함 사태에 따른 대북 조치를 발표하면서 개성공단을 제외한 대북 교역과 경협 사업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엄 차관은 북한이 대남 일반 교역 중단으로 2억3천만 달러, 위탁가공 중단에 따라 1천5백만에서 2천만 달러,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항 금지 등 해상운송 중단으로 약 1천만 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엄 차관은 한국 정부의 대북 조치에 대해 “북한은 남측 국민을 희생시킨 것에 대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하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갈 수 없다”며 “북한은 잘못을 사과하고 관련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엄 차관은 이어 남북 간 왕래 인원 수와 교류협력 만이 남북관계의 척도가 아니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롭고 건강한 남북관계의 틀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통일부는 대북 제재 조치의 일환으로 북한에 대한 대금 지급을 보류해 줄 것을 대북 교역업체들에 요청했습니다.

통일부는 지난 달 24일 대북 제재 조치 이후 사안별로 반입을 허용한 물품에 대한 대금 지급을 당분간 보류시킨 상태라며 대북 송금 문제도 물품 반입과 같이 사안별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5월 24일 이전에 원부자재가 나간 업체 중에 사안별로 통관을 허용하는 물품에 대한 송금에 대해 보류를 요청했습니다. 임가공비의 송금을 불허한다는 것이 아니라 사안별로 검토를 해서 현재 남북관계 상황이라든가 북한에 대해서 국제적인 차원의 제재가 논의되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보류를 한 측면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지난 1일부터 통관이 허용된 물품은 약 10억원 상당으로, 통일부는 이 가운데 10% 내외가 북한에 임가공비로 제공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조치는 대북 제재 조치의 일환으로 북한에 달러 등의 현금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1일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금 유입을 통제하면 핵 무기 개발에 차질이 생기고 추가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한국 내 관측통들은 대남 교역 중단에 따른 현금 유입 차단은 이미 어려운 상태인 북한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대남 교역에서 확보한 현금으로 중국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온 북한으로선 교역 중단으로 생필품 등 물자 구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여기에다 대북 제재에 따른 달러 유입 차단은 북한 내 달러 부족을 가져와 북한 시장 환율을 더욱 상승시킬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개발연구원 KDI는 한국의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면 북한 내 달러 부족을 야기해 일반 주민들이 시장에서 쓸 수 있는 달러 규모가 위축될 것이라며, 시장 환율 급등은 쌀값 상승으로 이어져 식량을 구하지 못하는 주민들이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KDI는 특히 화폐개혁 이후 북한 원화의 시장 환율이 요동치면서 북한 내에 불안 요인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KDI가 발표한 2010년 5월 북한경제 동향에 따르면 3월 말 1달러당 6백원까지 내려갔던 북한의 시장 환율은 지난 달 25일 1천원까지 올랐습니다. 이로 인해 1㎏당 2백원이었던 쌀 가격 역시 4백50원으로 크게 올랐습니다.

KDI는 지난 3월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시장 가격이 4월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세로 바뀌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화폐개혁 이후 북한 화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달러 선호 심리가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식량 가격이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KDI는 전망했습니다.

서울의 한 대북 소식통은 “지난 달부터 나진선봉 지역을 제외하곤 중국으로부터 식량과 비료가 잘 들어오지 않는데다 시중에 돈이 돌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이 보유한 식량 재고가 없어 보안원들 조차 배급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몰래 농사한 곡식들을 장마당에 내다 팔아 연명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중국에서 대규모 식량 지원이 없거나 한정된 현금으로 식량을 우선적으로 구입하지 않는다면 북한 내 경제난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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