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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제작 짐바브웨 국가영웅 동상 현지서 수모


북한이 제작한 아프리카 나라 짐바브웨의 국가영웅 동상 2 개가 설치 장소를 찾지 못하는 등 외면 당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설치되자 마자 철거됐고, 다른 하나는 아예 설치 조차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유미정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짐바브웨에서 제작한 동상 2개가 현지인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습니다.

‘짐바브웨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슈아 은코모의 동상 2개가 현지 주민들과 은코모 유족의 반대에 부딪혀 설치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 1999년 82살로 사망한 조슈아 은코모는 영국의 식민통치와 백인 지배에 맞서 흑인 저항운동을 전개한 짐바브웨의 국가영웅입니다.

짐바브웨의 관영 언론에 따르면 북한은 은코모의 자유투사상 2개를 제작하고 대가로60만 달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달 짐바브웨 제 2의 도시 불라와요에 세워진 은코모 동상 1개는 설치 직후 몇 시간 만에 철거됐습니다. 높이 3m의 이 청동상이 예술적으로 아름답지 않은데다 은코모를 닮지 않았다는 비판 때문이었습니다.

‘AP 통신’은 동상을 본 짐바브웨 주민들이 위풍당당한 풍채를 갖고 있는 은코모의 두상이 너무 작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은코모의 유족들도 현지 신문들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동상 제작과 관련해 자신들과 상의하지 않았다며, 예술적으로 쓸모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비판론자들은 특히 동상이 북한에 의해 제작된 데 분노를 나타냈습니다. 지난 1980년 은코모가 이끈 저항세력 수 천 명이 로버트 무가베 현 대통령의 정부군에 의해 대량 학살됐는데, 당시 이들 정부군이 북한 교관단의 훈련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갓프레이 마하치 짐바브웨 국립박물관 관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동상 제작을 북한에 의뢰한 것은 북한이 입찰에서 낮은 가격을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제작한 또 한 개의 은코모 동상은 수도 하라레의 한 고층건물 앞에 세워질 예정이었지만 은코모 지지자들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문제는 현지어로 ‘카리가몸베’라는 고층건물의 이름에서 촉발됐습니다. 카리가몸베는 ‘황소의 뿔을 잡고 도살한다’는 의미인데, 황소는 은코모가 결성한 ‘짐바브웨 아프리카 인민동맹 (ZAPU)’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주민들은 이 자리에 동상을 세우는 것은 은코모를 모욕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짐바브웨 정부가 다른 설치 장소를 물색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제작한 은코모 동상 2개는 현재 불라와요 자연사 박물관에 임시 보관돼 있습니다.

북한은 아프리카 나라들의 대형 건물 건설과 동상 제작을 수주 받아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까지 나미비아의 대통령궁전, 앙골라의 평화기념비, 콩고민주공화국의 농구 경기장, 세네갈의 아프리카 르네상스기념탑 등이 북한에 의해 건설 또는 제작됐습니다.

이 가운데 최근 제막된 세네갈의 르네상스기념탑은 막대한 제작비와 이슬람 전통에 어긋나는 디자인 때문에 비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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