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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정보 확산, 북한 정책에도 영향”


북한 내 다양한 정보 확산이 주민들의 의식은 물론 북한 당국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대한 대응으로 대북 정보 확산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마이클 헤이든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 17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정권이 북한에 확산되고 있는 정보 현실을 과거처럼 무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가 최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패를 이례적으로 시인한 것은 정보 현실을 인정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헤이든 전 국장] “Kim Jong Eun or whomever is making this kinds of decision finally decided …

과거처럼 미사일 발사가 성공했다고 거짓말을 하면 잠시 동안은 통할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 장수나 손전화, 외국 방송을 통해 진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김정은 정권이 깨달았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은 국민을 외부로부터 완벽히 차단해 철권통치를 펼쳐온 북한 정권의 통제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이며, 상당히 중요한 변화라고 헤이드 전 국장은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과 대북 소식통들은 북한 내부의 외부 정보 움직임이 헤이든 전 국장의 지적대로 지난 10여 년 사이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합니다.

북한 대학교수 출신인 김흥광 NK 지식인연대 대표는 지난 해 북한 주민들과 북한을 갓 탈출한 탈북자 등 1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외부정보를 접하는 북한 주민들이 상당히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헤이든 국장의 발언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설문조사 결과) 예전에는 봤다 본다는 사람들이 10 퍼센트 미만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37 퍼센트 이상이 나왔습니다. 비약적으로 5년 사이 이렇게 커진 겁니다.”

외국 방송과 알판으로 불리는 DVD 영상들, USB, 책상컴퓨터 (데스크탑)와 학습장 컴퓨터(노트북)의 대량 유입, 대형 풍선을 통한 전단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외부 정보가 북한에서 급속도로 늘고 있다는 겁니다.

대북 소식통들은 한 해 10만 명을 훨씬 넘어선 중국 방문자들과 북-중 국경을 비공식적으로 오가는 상인들, 장마당 확대 등을 통해 입에서 입으로 오가는 정보 확산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런 정보 확산이 북한 주민들의 폐쇄된 의식을 깨울 뿐아니라 적극적인 권리 행사로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북한 내 한 ‘미국의 소리’ 방송 청취자는 지난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당국의 허위 선전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알리고 싶다며 중국으로 이동해 직접 방송국에 전화를 했었습니다.

[녹취: 북한 주민] “죽은 사람을 뭐 어쩌라구 야 참 그냥 먹구살게 가만 내버려두면 얼마나 좋겠습네. 야 우리한테는 좋게만 얘기하니까 나라가 좋다 주체사상 어쩌구 맨날 그런 소리만 듣는데 정말 질리지요. 이거 무슨 세상에 그렇게 좋은데 사는 것은 점점 힘들어지니까. 강성 대국 된다는데 사는 것은 더 힘들어지고.”

이 청취자는 특히 국제사회가 김정일 사망 직후 ‘변화’보다 ‘안정’을 강조하는 데 대해 실망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대북 정보 확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최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미국 정치권에서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공화당 소속 에드 로이스 하원의원은 18일 열린 북한 관련 청문회에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정보 전달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이스 의원] “how about the coast the launch …

북한 정부가 민생을 무시한 채 미사일 발사에 수 억 달러를 투입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며 북한 주민과 직접 소통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겁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신안보센터의 패트릭 크로닌 국장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새롭고 장기적인 전략의 하나로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대한 정보 전달 노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크로닌 국장] “the United State and South Korea should expand their..

북한 주민들은 번영하는 이웃나라들 사이에서 영원히 담을 쌓고 살 수 없으며, 북한 정부 역시 백만 개의 손전화기가 작동하는 상황에서 급속도로 늘고 있는 정보를 막기 힘들다는 겁니다.

크로닌 국장은 김정은이 이런 현실을 실제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미사일 발사 실패를 시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북 정보활동을 강화하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북 민간방송인 ‘열린북한방송’ 대표를 지낸 새누리당 소속 하태경 국회의원 당선자는 ‘미국의 소리’ 방송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그 배경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릴 때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하태경 당선인] “제재는 하되 제재가 있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이 알게 하는 것까지 같이 해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제재 기능이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재하면 미 제국주의 나쁜놈 이렇게 됐잖아요. 그러니까 제재는 미국이 나쁜놈이기 때문이 아니라 김정은이 잘못해서 그런거다. 이런 것이 확산되면 김정은의 스타일로 볼 때 좀 바뀔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김정은은 아버지와 달리 국제사회와 내부의 기류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있기 때문에 대북 정보 강화 노력이 북한의 정책 변화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겁니다.

하 당선자는 이런 노력의 가장 우선순위로 대북 TV 방송이 조속히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새 국회가 개원되면 북한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TV 방송 개국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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