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이란의 군사협력은 미사일을 넘어 소형 잠수함과 지하시설 건설로 확대됐고, 관련 기술과 전술이 헤즈볼라·하마스의 터널망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북한 연어급 잠수정 설계가 이란 가디르급의 현지 생산으로 이어진 데 이어, 최근에는 이란의 샤헤드 드론 기술이 러시아를 거쳐 북한으로 향하면서 오랫동안 북한에서 이란으로 흐르던 기술 이전이 양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진단입니다.
“연어급에서 가디르급으로…설계 이전 뒤 현지 생산”
전문가들은 미사일 이외 분야에서 북한의 기술 계보가 가장 뚜렷한 사례 중 하나로 이란의 소형 잠수함을 꼽습니다.
파진 나디미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에 “이란의 가디르급 소형 잠수함은 북한 연어급 설계에서 파생됐다”며 “북한이 초기 함정을 공급하고 기술을 지원해 이란이 국내 생산시설을 구축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설계 이전 뒤 현지 생산 지원으로 이어진 명확한 사례”라는 평가입니다.
[파진 나디미 /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Iran’s Ghadir-class midget submarines […] are derived from the North Korean Yono-class design. North Korea supplied initial boats and provided technical assistance that enabled Iran to establish domestic production facilities. […] This represents a clear case of design transfer followed by localized manufacturing support.”
공개 기록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미 해군정보국은 2017년 공개 보고서에서 이란이 2004년부터 북한 연어급 소형 잠수정을 구매하고 국내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핵위협방지구상(NTI)은 북한이 2004년 이란에 연어급 잠수정 최소 1척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지며, 이란은 이를 토대로 가디르급을 건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설계와 생산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가디르급은 페르시아만의 얕은 수역과 호르무즈해협 작전에 맞춰 운용돼 왔습니다. 전쟁 이후 운용 가능한 전력 규모는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미 중부사령부는 지난 7월 12일 반다르아바스의 잠수함·함정 정비시설을 타격해 이란의 상선 공격 능력을 약화했다고 밝혔지만, 전체 피해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대동-B급 반잠수정도 이란에…‘북한제 어뢰 사용’”
북한계 설계는 다른 소형 함정에서도 나타납니다.
잠수함·특수함정 분석가 H.I. 서턴이 정리한 공개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서 제작된 대동-B급 반잠수정은 2002년 이란에 수출돼 현지에서 가자미(Kajami)급으로 불렸습니다. 서턴은 이 함정이 북한의 개량형 잠수식 침투상륙정(I-SILC)과 밀접한 설계 계보를 공유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이란형 I-SILC는 북한제 어뢰를 사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 앤젤로주립대 교수] “And by the way, the Iranian version of the I-SILC uses North Korean torpedoes.”
이어지는 쟁점은 이런 지원이 이란의 고속정 전력 전반으로까지 확대됐느냐는 것입니다.
나디미 연구원은 “이란의 고속공격정이나 소형정 군집 운용 분야에 북한이 직접 지원했다는 증거는 공개 자료에서 상당히 약하다”며 “이란 연안 고속정 전력은 자체 설계와 다른 외국의 영향을 주로 받았으며, 북한의 기술 이전은 잠수함이나 터널 분야만큼 문서화돼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파진 나디미 /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Evidence of direct North Korean assistance to Iran’s fast-attack or swarm boat programs, however, is considerably weaker in the open source record. Iran’s coastal fast-boat force draws primarily on domestic designs and other foreign influences; specific DPRK technology transfer in this domain lacks comparable documentation relative to the submarine and tunneling cases.”
“‘땅굴 기술’에 2천500만 달러…나탄즈·이스파한 적용 주장”
북한의 기술 지원은 지하 군사시설에서도 거론됩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관 대사대리는 지난 6월 공개된 한국개발연구원(KDI) 인터뷰에서 “북한은 2000년대 초 이란에 땅굴 설계·기술을 제공하고 약 2천500만 달러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나탄즈나 이스파한 같은 지역의 지하 핵시설에도 북한의 땅굴 기술이 상당 부분 적용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디미 연구원은 “지하 군사시설과 관련해 최근 공개된 가장 직접적인 근거는 류 전 대사대리의 증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과거 평가에서도 북한의 암반 굴착 기술이 이란의 미사일 저장시설과 관련 방호시설에 공유된 것으로 지적됐다”며 “이란의 광범위한 ‘미사일 도시’와 저장 터널도 이런 전문 기술이 적용됐을 가능성과 부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란의 공학 역량도 독자적으로 발전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파진 나디미 /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For underground military infrastructure, the most direct recent evidence comes from testimony by former North Korean diplomat Ryu Hyun-woo, reported in 2026. […] Earlier assessments have similarly noted North Korean expertise in hard-rock tunneling shared with Iran for missile storage complexes and related hardened sites. Iran’s extensive network of underground ‘missile cities’ and storage tunnels is consistent with the application of such specialized techniques, although Iranian engineering capacity has also advanced independently.”
벡톨 교수는 같은 맥락의 과거 기록으로 2010년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를 제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당시 보도들을 인용해 북한이 이란의 핵 기반시설을 위한 지하 벙커와 터널의 설계·건설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북한의 지하시설 전문가가 2005년 초 테헤란을 방문해 지원 사업을 이끌었다고 적었습니다.
두 자료가 다루는 것은 핵 관련 시설의 굴착·방호 기술로, 핵무기 개발 기술 협력 여부와는 구분됩니다.
이란의 전후 재건 과정에서 북한의 지하건설 역량이 다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윌리엄 뉴컴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전문가패널 위원은 “이란은 지도부와 전략적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보호할 더 깊고 견고한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북한의 상당한 지하건설 전문지식을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윌리엄 뉴컴 /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전문가패널 위원] “Iran would likely call upon NKs considerable expertise in underground construction as well, to dig in deeper in better hardened sites for protecting leadership and strategic WMD programs.”
“헤즈볼라 터널망…‘북한 고문들이 크게 도와’”
헤즈볼라의 광범위한 터널망에도 북한과 이란의 지원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탈 베에리 알마 연구교육센터 연구부장은 VOA에 제공한 2021년 보고서에서 헤즈볼라가 2006년 제2차 레바논 전쟁 뒤 북한과 이란의 도움을 받아 베이루트·베카 계곡·레바논 남부를 잇는 ‘지역 간’ 터널망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베에리 연구부장은 “여러 보도에 따르면 북한 고문들은 1980년대 말부터, 특히 2006년 전쟁 이후 헤즈볼라의 터널 사업을 크게 도왔다”고 밝혔습니다.
[탈 베에리 / 알마 연구교육센터 연구부장] “In our estimation, after the Second Lebanon War of 2006, Hezbollah, with the help of the North Koreans and the Iranians, set up a project forming a network of ‘inter-regional’ tunnels in Lebanon […] Various reports indicate that in the late 1980s, and even more so after the Second Lebanon War (2006), North Korean advisors significantly assisted Hezbollah’s tunnel project.”
보고서는 북한 무기 수출업체인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가 지하 기반시설 개발을 지원하고, 실제 공사는 헤즈볼라의 지하드 건설재단이 맡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의 공격용 터널로 규정한 국경 침투 터널의 존재는 유엔도 확인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2018년 12월 시작한 ‘북부 방패’ 작전에서 터널 6개를 발견해 무력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레바논평화유지군(UNIFIL)은 이 가운데 5개의 존재를 독립적으로 확인했으며, 3개가 양측 경계인 블루라인을 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15년 가까이 지하전을 연구해 온 다프네 리슈몽바라크 라이히만대 교수는 VOA에 “북한은 헤즈볼라와 하마스에 지하전 전술과 전략을 확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남미 마약 카르텔 등 다른 영향도 있었지만 북한의 영향은 여전히 지배적”이라며 “북한과 헤즈볼라의 직접 연결에 관한 여러 기록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프네 리슈몽바라크 / 라이히만대 교수] “As someone who has been researching tunnels for almost a decade and a half, I can say with confidence that North Korea has been instrumental in diffusing underground tactics and strategies to Hezbollah and Hamas. It was not the only influence on such violent armed groups, as the drug cartels of South America also played a role, but the North Korean influence remains a dominant one. […] We have several accounts about the direct NK/Hezbollah connection.”
리슈몽바라크 교수는 헤즈볼라의 ‘갈릴리 침공’ 계획에도 북한식 국경 침투 터널의 영향이 나타난다고 봤습니다. 그는 이 계획에 “북한식 침투 터널에 의존한 상당한 규모의 국경 지하 침투 구상”이 포함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다프네 리슈몽바라크 / 라이히만대 교수] “Their focus on the subterranean is an open secret, they […] invest in cross-border subterranean invasion strategies […] Hezbollah’s elaborate ‘Invade the Galilee’ plan […] included significant cross-border subterranean component relying on NK-type invasion tunnels.”
“에레즈 대형 터널…‘북한 터널과 닮아’”
하마스 터널의 북한 연계설은 구조적 유사성에서 출발합니다.
이스라엘군은 2023년 12월 에레즈 교차로에서 약 400m 떨어진 지점까지 뻗은 길이 4km 이상의 대형 터널망을 공개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이 터널망이 여러 갈래로 뻗어 있고 차량이 다닐 만큼 넓으며, 전기·환기·하수·통신망을 갖췄다고 밝혔습니다.
리슈몽바라크 교수는 “이 터널은 전형적인 하마스 터널의 시멘트 아치와 달리 둥근 돔 형태였고, 여러 명이 함께 서거나 차량이 지날 만큼 넓었다”며 “북한 터널처럼 보였고 북한과 하마스의 연계를 확인해준다”고 평가했습니다.
[다프네 리슈몽바라크 / 라이히만대 교수] “That tunnel was wider and shaped differently than the typical Hamas tunnels, with a rounded dome, not the typical cemented arch. It was wide enough for several men to stand in it together and for a vehicle to run through it. The tunnel looked like a NK tunnel, confirming the connection between NK and Hamas.”
앤서니 셀소 앤젤로주립대 안보학·형사사법학과 교수는 VOA에 헤즈볼라와 하마스 사례를 구분해 평가했습니다.
셀소 교수는 “레바논 헤즈볼라 터널에 대한 북한 지원에는 검증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가자지구 하마스의 광대한 터널망이 북한 설계와 지원에 기반했다는 의혹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앤서니 셀소 / 앤젤로주립대 안보학·형사사법학과 교수] “We have verified evidence of North Korea support for Hezbollah’s tunnels in Lebanon […] We have suspicions that Hamas vast tunnel network in Gaza is based on North Korean designs and support but remain unverified.”
북한의 직접 지원 여부를 놓고는 다른 견해도 있습니다. 류현우 전 대사대리는 KDI 인터뷰에서 “많은 언론이 북한-헤즈볼라, 북한-하마스 연계를 이야기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란이 북한의 땅굴 기술을 하마스·헤즈볼라에 넘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외형적 유사성을 북한 연계의 근거로 보는 분석과 북한의 직접 이전을 부인하는 주장이 엇갈리는 대목입니다.
리슈몽바라크 교수는 북한의 지하전 역량이 중동 밖에서도 나타난 사례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북한군을 들었습니다. 그는 “북한군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 들어간 뒤 터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다프네 리슈몽바라크 / 라이히만대 교수] “I would add another point – just as North Korean fighters entered the Russia/Ukraine war theater, they began using tunnels.”
“샤헤드 기술, 러시아 거쳐 북한으로…‘첫 역방향 이전 사례’”
잠수함과 지하건설 기술이 북한에서 이란으로 향했다면, 드론 분야에서는 흐름이 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조너선 코라도 코리아소사이어티 정책국장은 VOA에 “이란이 샤헤드-136 드론을 러시아에 제공했고, 러시아는 이를 개량해 장거리 자폭 드론인 가르피야와 게란을 생산한 뒤 북한이 자체 개량형 드론을 생산하도록 도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를 “오랜 북-이란 군사관계에서 평양이 테헤란의 군사기술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진 첫 사례”라며 “러시아를 통한 간접 이전이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우려스러운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조너선 코라도 / 코리아소사이어티 정책국장] “Shahed drones are a good case in point. Iran provided Shahed-136 drones to Russia. Thereafter, Russia improved this platform to produce the Garpiya and the Geran long-range kamikaze drones, then helped North Korea produce its own domestic variants. In their long history of military relations, this is the first known instance of Pyongyang acquiring military technology from Tehran, albeit indirectly through Russia. It thus represents a worrisome potential indicator of future possibilities.”
분쟁군비연구소(CAR)는 2023년 7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배치한 게란-2 두 기의 잔해를 조사해 러시아가 샤헤드-136의 러시아형을 생산·배치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습니다.
2025년 6월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러시아와 북한이 북한 내 가르피야·게란 생산 역량 구축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코라도 국장은 북한 노동자들의 러시아 드론 공장 파견 움직임도 “귀중한 제조 지식과 기술을 얻을 또 다른 기회”로 지목했습니다.
[조너선 코라도 / 코리아소사이어티 정책국장] “[…] providing another opportunity to gain valuable manufacturing knowledge and skills.”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은 2025년 11월 러시아가 알라부가 경제특구의 드론 생산업체들에 북한 노동자 약 1만2천 명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재건 수요와 북한의 드론 생산 움직임이 맞물리면, 양국 협력이 러시아까지 잇는 다자 군수 생산망 속에서 더욱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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