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열린북한방송’은 최근 발표한 자사의 ‘인권르포지’ 에서 2000년대 중반쯤부터 감소 추세를 보이던 북한 내 공개처형 빈도가 지난 2년 새 다시 증가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종교활동과 손전화기(휴대폰)를 이용한 정보 유출, 화폐개혁 후폭풍 등에 대한 시범껨(본보기)으로 다시 빈도가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자들을 오랫동안 면담 조사한 윤여상 전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도 ‘미국의 소리’ 방송에, 최근 공개처형이 늘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최근 들어서 공개처형에 대한 증언이 꽤 있다는 것은 정확한 거죠.”
과거 자료와 비교분석해 공개처형 빈도를 확인하기는 힘들고 정확한 이유도 파악하기 어렵지만, 공개처형이 늘고 있다는 증언은 최근 들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올해부터 국가안전보위부가 인민보안성이 담당하던 주민등록을 담당하기 시작했고, 3월을 전후해 인민보안성의 격이 인민보안부로 승격된 뒤 공개처형이 더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북한 정부가 과거 공개처형을 종종 주민통제 카드로 활용해 왔다는 사실에 미뤄볼 때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기독교가 계속 확산되고 장마당과 휴대폰 단속이 강화되면서 정부에 대한 민심이 악화되자, 정부가 통제 수단으로 공포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와는 다른 증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북한을 탈출한 한 탈북자는 `미국의 소리’ 방송에, “공개처형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과거보다 빈도가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지난 해 발표한 북한인권백서에서2007년 하반기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공개처형 빈도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에서 갓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외부 영상과 정보 유통, 마약 밀매범들에 대한 공개 처형은 계속 이뤄지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압박 등으로 그 빈도는 줄었다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2009 사형 선고와 처형 국제 보고서’에서 북한 내 공개처형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평안북도 룡천에서 성경책을 배포하고, 외부인을 접촉한 혐의로 세 아이를 가진 주부 이현옥 씨를 지난 해 6월에 공개처형하고 가족을 정치범 관리소로 보냈다는 겁니다.
비팃 문타폰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역시 올해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 내 공개처형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 정부의 법률 담당자가 최근 이례적으로 공개처형 사실을 확인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심형일 북한 중앙재판소 수석법률참사는 지난 해 12월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에 대한 보편적 정례검토(UPR) 심의에서 북한에 일부 공개처형 사례가 있다고 시인했습니다.
“비공개 처형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법 집행기관 일군들이 흉악 범죄, 간혹 극히 드물게 나타나는 범죄자들에 대해서 피해자들, 원한을 가진 주민들이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 이런 문제들이 자주 제기되는 이런 것과 관련해서 한 두 건 공개 처형한 사례들이 있긴 합니다.”
영국 외무부는 지난 달 발표한 인권보고서에서 심 참사가 공개처형 사실을 일부 인정한 사실로 볼 때 북한에서 사법관할 밖의 처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했습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도 사형 관련 국제 보고서에서, 북한은 이슬람 율법을 국가에 적용하는 중동 지역을 제외한 세계 유일의 공개처형 국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단체의 클라우디오 코돈 사무총장 대행은 공개처형 등 모든 사형제도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처벌이라며, 역사 속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형은 노예 제도처럼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로, 어떤 목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에 폐지돼야 한다는 겁니다.
국제변호사인 한국 한동대 법률대학원의 원재천 교수는 북한 내 공개 처형이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 그 자체로 상당히 큰 트로마구요. 그 자체가 인권유린이 될 수 있거든요. 자기 가족이 처형되는 것을 봐야 하고. 또 어린이들에 대한 인권유린이 될 수 있어요. 억지로 가서 봐야 한다는 것도. 그런 문제들이 다 인권유린이 된다는 거죠.”
원 교수는 특히 북한이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국이란 점에서 공개처형에 어린이들을 참여시키는 것은 명백한 인권 유린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20대 중반의 탈북자 강철봉 씨는 12살 때부터 북한을 탈출하기 전까지 공개처형을 자주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강 씨는 이후 10년이 훨씬 지났지만 그 때의 장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자갈 물리고 말뚝에 박아 놓고 사람들 앞에서 공개처형을 하죠. 나라를 배신하고 무슨 죄를 범하고, 술 마시고 총 쏘는데 3 명이 보위원이, 머리 쏘고 가슴 쏘고, 다리 쏘고 이렇게 하죠. 머리통이 피 흘리면서 총알이 뒤로 뚫고 나갔더라구요.”
강 씨는, 내키지 않았지만 학교의 지시로 같은 반 친구들과 공개처형 장면을 봐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때 제가 12살이니까 고등중학교였죠. 학생들까지 다 모아놓고 이렇게 했거든요. 백성들 모아놓고. 솔직히 안 좋죠. 어린아이들한테 나쁜 이미지죠. 전 아직도 기억되는데요.”
일본의 한 인권단체는 실제로 2005년, 회령시에서 있었던 한복남 등 3인에 대한 공개처형 장면을 몰래 촬영한 뒤 국제사회에 공개해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함경북도에서 `꽃제비’ 생활을 했다는 또 다른 탈북자 정태성 씨는 피가 낭자하는 공개처형이 자신 같은 어린이에게는 하나의 구경거리였다고 회상합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저희들이 꽃제비다 보니까 맨날 시장에만 있었잖아요. 구경거리 생겼다. 이런 식으로 보는 거죠. 말리는 사람도 없고. 물어보는 사람도 없고..”
국제사회는 지난 달 열린 북한에 대한 UPR 최종 심의 권고안에서 사법제도의 투명성과 공개처형 폐지 등을 권고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그러나 권고안에 대해 아무런 실행 의지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북한에서 지난 1-2년 사이 공개처형이 다시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일부 인권단체들과 전문가들이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정부가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개처형 빈도를 높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