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탈북자 고향에 보내고픈 선물 1위 '라면'


한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이 북한의 가족들에게 가장 보내고 싶은 물품은 라면과 즉석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일부 탈북 난민들은 물건보다 돈과 디지털 카메라 등을 선호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의 탈북자 인터넷 매체인 ‘뉴포커스’는 최근 탈북자 50여 명을 상대로 흥미로운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북한의 가족들에게 지금 선물을 보낸다면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물건은 무엇일까를 질문한 겁니다.

이 매체는 다양한 출신 배경 때문에 선호하는 선물이 달랐지만 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뽑은 물품은 라면과 즉석밥이었다고 밝혔습니다. 2위는 여성 생리대, 3위는 자가 발전용 전자제품, 4위는 중고 옷, 그리고 5위는 중고 자전거였습니다.

이 단체의 장진성 대표는 26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만성적인 식량난의 아픔 때문에 많은 탈북자들이 먹거리를 선호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진성 대표] “자가 발전기가 1위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라면이 1위더라구요. 그래서 그걸 보면서 아, 아직도 북한은 먹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또 그 것이 주민들에게 아픔이었고 고통이었구나 하는 것을 제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라면은 조리가 간편할 뿐아니라 그냥 먹기에도 좋고 보관과 이동 역시 편리하다는 겁니다. 라면을 뽑았던 탈북자 이주란 씨는 라면을 먹은 뒤 밥을 말아먹는 것을 북한 사람들은 좋아한다며, 말 뿐인 ‘이밥에 고깃국’ 보다 차라리 ‘이밥에 라면’을 배급하면 북한 주민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추천한 생리대는 아직도 가제천을 사용하는 북한 여성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응답이 많았습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탈북 난민 매리 씨는 ‘미국의 소리’ 방송에 생리대가 여성들의 불편함을 크게 덜어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매리 씨] “생리대는 거기서 말하자면 옛날의 그 가제수건을 쓰거든요. 그걸 씻어서 쓰고 또 거기다 양잿물 조금 여어서 끓여서 쓰고 여자들 위생할 때 끼워 쓰거든요. 참 불편하지요.”

매리 씨는 장마당에서 생리대를 팔기 시작하면서 많이 개선됐지만 값이 비싸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생리대를 쓰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자가 발전제품은 전력 상황이 열악한 북한에 매우 유용하다는 대답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미국에 있는 일부 탈북 난민들은 그러나 상품보다 달러를 보내주는 것이 북한인들에게 가장 큰 선물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서부에 사는 브라이언 씨입니다.

[녹취: 브라이언 씨] “달러요. 돈! 돈이면 다 살 수 있고 사 먹을 수 있는데 그렇게 복잡하게 보내요. 합법적으로 돈을 북한에 보내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아요. 여태까지 중간 수수료로 떼어나간 돈만 얼만데요.”

탈북 난민 제니 씨 등 일부는 디지털 카메라를 선호했습니다. “좋은 추억이든 나쁜 추억이든, 못 먹고 잘 먹고를 떠나 그런 것들이 나중에는 추억이 되기 때문에 카메라가 갖고 싶을 것” 이란 겁니다.

‘뉴포커스’의 장진성 대표는 탈북자들이 풍요로운 한국생활을 겪으면서 북한에서의 과거와 비교하며 겪는 애환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진성 대표]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가끔 시식코너 백화점 가게 되잖아요. 그러면 거기 시식코너에 가서 제가 어떤 탈북자랑 같이 갔었는데 막 울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왜 우냐 했더니 북한에서 이런 걸 구경도 못하는데 여기서는 공짜로라도 맛볼 수 있으니 이런 풍요로운 세상이 자기한테는 좋기도 하지만 가슴이 아프다는 거죠. 자꾸 북한에 두고 온 사람들 때문에요.”

‘내 딸을 100원에 팝니다’ 의 시인으로 잘 알려진 장진성 대표는 이런 남북한의 큰 격차 때문에 탈북자들은 씁쓸한 아픔들을 가슴에 간직한 채 살아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진성 대표] “탈북자들이 여기 한국에 와서도 물질의 풍요를 누리는 그 과정 속에서도 자꾸 북한에 대한 추억이나 또 그 것이 바로 슬픔이 돼서 탈북자들은 정말 웃어도 다 웃지 못하는 그런 심정이라고 봅니다.”

미국의 소리 김영권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