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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식량난 특집 III] “북한, 올해 대외 원조받기 위해 노력해야”


북한은 올해도 어김없이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해 저조한 작황으로 1백만t 이상의 식량이 부족한 데다 국제사회의 원조마저 크게 줄어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세 차례에 걸쳐 북한 식량난의 실태와 원인을 깊이 있게 살펴보는 특집기획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세 번째 순서로 식량난을 악화시키는 요인을 알아보겠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좋은 벗들, 이승용: “현재 식량의 절대량이 부족한 상황이고요.”

한국 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 “근본적으로 공급이 부족해서 그런거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올해 북한이 확보한 식량의 절대량이 수요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지난 해 가을 북한의 곡물 생산량만 놓고 보면 예년에 비해 크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에 따르면, 2009년 북한이 생산한 알곡은 조곡 기준 4백32만t으로 2005년부터 2009년까지의 평균생산량과 같습니다. 올해 북한이 1백10만t의 식량을 외부에서 들여와야 하는 상황이지만, 부족분은 예년과 다르지 않습니다.

문제는 부족분을 채워주던 외부 지원이 거의 끊겼다는 겁니다.

미국 샌디에이고 소재 캘리포니아대학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스 테판 해거드 교수는 남북관계 경색이 북한의 식량난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을 축소한 여파가 현재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한국 정부의 식량 지원에 의존해 온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권태진: “한국 정부가 매년 쌀을 40만~50만t 차관 형태로 주던지 유엔 기구로 주던지 지원해 왔는데 그 자체가 끊어진 지가 3년째 돼 있고..”

지난 1996년부터 북한에 220만 t의 식량을 지원한 미국도 지난 해 북한 당국과 분배감시 문제에 대한 견해차로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한국과 미국 등 주요 원조국들 이외에 다른 나라들도 대북 식량 지원에 거의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 WFP은 자금 모금이 되지 않아 올해 대북 사업을 대폭 축소했습니다. 수혜 대상을 2008년 6백40만 명에서 올해 2백50만 명으로 줄인 것입니다.

WFP의 레나 사벨리 북한 담당 대변인은 “지난 2년 간 대북 사업을 위한 자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기부금이 부족해 식량 지원을 어린이와 여성으로 한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북한이 올해 최대 우방국인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곡물은 지난 해에 비해 크게 증가했습니다. 중국 해관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5월 사이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지난 해 같은 기간 보다 41% 늘어난 11만 3백t의 곡물을 수입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도 북한의 식량 수급 상황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권태진 연구원은 지적합니다.

“사실 퍼센테지로 보면 늘어났지만, 수입량 자체가 그렇게 원래부터 많지 않아서 과거 지원되는 양을 상쇄할 만큼 충분하지가 않습니다. 한 때 대북 지원이 많은 때는 1백만 t이 훨씬 넘었으니까요.”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김광진 방문 연구원은 중국의 대북 지원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합니다.

“중국 사람들이 요즘에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게 있어요. 우리는 북한에 무조건적으로 자동적으로 지원해 주지 않는다.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하는데 신경을 쓴다. 북한의 곳간이 차거나 넘치도록 주지 않는다는 얘기죠.”

전문가들은 이렇게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이 줄어든 것은 결국 북한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입니다.

“심대한 악영향이죠. (북한의 도발은) 북한의 정치적 고립화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 인도적 지원이라든지 무역을 통한 식량 구입이라든지 여러 가지 밖에서 들어오는 지원과 교류를 차단시키고 있기 때문에, 천안함 사태나 핵실험 등 긴장은 결국 북한이 화를 자초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 지원이 대폭 줄어든 데 더해, 북한 당국이 지난 11월 단행한 화폐개혁도 시장 기능에 혼란을 줘 주민들이 식량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올해 초에는 화폐개혁 이후 시장 활동이 금지돼 물가가 급상승했다”며 “1월과 2월에 식량난이 일어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보통 지난 해 가을에 수확한 곡물이 남아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 당국은 뒤늦게 5월 들어 시장 활동을 허용했지만, 식량 가격은 계속해서 치솟고 있습니다. 한국 내 탈북자단체인 NK 지식인연대의 김대성 부장은 특히 7월 들어 식량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쌀도 그렇고 옥수수도 감자도 전반적으로 식량 가격이 다 올라갔습니다. 나라 식량 상황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어디서 지원을 들어온다는 얘기도 없으니까. 주민들이 식량에 관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다, 2천원까지 오를 것이다 추측을 하고 있고 많이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이 석 북한 담당 연구원도 시장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케이 석: “(가격 상승이) 당분간은 멈출 것 같지 않다고 북한 사람들은 생각하거든요. 얼마나 나라 자체에 있느냐와 무관하게 상인들이 안 팔기 때문에 식량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취약계층들은 굶어 죽기도 하고..”

지난 몇 주 간 북한 곳곳에서 큰물 피해가 일어나고 올해 수확량에 대한 우려가 일면서 식량 가격은 더욱 상승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당면한 식량 부족 현상을 시급히 타개하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이 핵 문제 등에서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 외부 원조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선임연구원입니다.

“외부 지원은 북한을 둘러싸고 있는 국제적인 갈등이 해소돼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 북한이 국제사회에 잘못했다고 이야기 하고 어느 정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줘야지 국제사회가 지원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각국의 인도주의적 지원과 정치 상황은 무관하지 않다며, 국제사회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 당국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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