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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특집 - 한반도] 나아지지 않은 북한의 경제난 식량난


2010년 한 해 한반도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긴장과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한 해를 마감하면서 남북관계와 북한의 3대 권력 세습, 핵 문제, 북한의 경제난과 인권 상황 등을 살펴 보는 특집방송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네 번째 순서로 나아지지 않은 북한의 경제난과 식량난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2010년 북한 경제는 큰 혼란 속에서 시작됐습니다. 한 달 전인 2009년 11월 말 전격 단행한 화폐개혁과 뒤이은 시장폐쇄의 부작용과 후유증이 새해 초부터 경제의 발목을 잡은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화폐개혁에 대해, `인플레이션을 막고 화폐 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식량과 생필품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가격이 크게 뛰었습니다. 화폐개혁 직후 kg 당 20원대였던 쌀 값이 3개월 만인 3월 초에는 1천3백 원으로 무려 60배 올랐습니다. 올해 7월 초 북한을 탈출한 김모 씨의 말입니다.

“조선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니깐 상품 값이 모조리 다 올라가니 소용이 없게 됐죠. 1천원씩 준 게 쌀 1kg 살 돈 밖에 안 된 거죠.”

화폐개혁의 후유증에 춘궁기까지 겹치면서 노약자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결국 북한 당국이 시장통제와 외화사용 금지 조치 등을 잇따라 철회하면서 한 발 물러섰지만,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은 1년 내내 이어졌습니다.

지난 3월 발생한 한국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사건은 북한 경제의 고립이 더욱 심화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국제 조사단의 조사 결과 천안함 공격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지자,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현인택 한국 통일부 장관입니다.

“남북교역을 중단합니다. 남북간 일반교역은 물론 위탁가공 교역을 위한 모든 물품의 반출과 반입을 금지할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를 불허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의 투자 확대도 금지합니다.

한국 정부는 또 순수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나머지 대북 지원 사업도 원칙적으로 보류한다고 밝혔습니다.

5.24 조치로 불린 이 결정으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올해 남북교역은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한국 관세청에 따르면, 남북 간 교역이 중단된 6월 이후 11월까지 양측의 교역 규모는 1억7천1백만 달러로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나 줄었습니다.

7월과 8월에는 큰물 피해까지 겹치면서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졌습니다. 특히 지난 8월 하순 내린 폭우로 압록강 하류가 범람하면서 신의주가 큰 피해를 봤습니다. 조선중앙TV 보도입니다.

조선중앙TV “ 22일 0시에 압록강이 범람해 신의주 일대가 완전히 물에 잠겼습니다.”

압록강의 섬 가운데 북한의 대표적인 곡창지대로 꼽히는 황금평이 불어난 강물에 휩쓸리는 등 압록강 변 농경지 대부분이 침수되면서 북한의 농산물 생산에도 큰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지난 9월 북한을 방문했던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빅토리아 세키톨레코 중국.북한.몽골 사무소 대표는 수해와 비료 부족 등으로 올해 북한에 1백40만t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 3명 가운데 1명이 기아 상태에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세키톨레코 대표는 방북 당시 길거리나 학교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와 산모들을 목격했다면서, 만나는 주민들마다 영양 과자나 식량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 등은 북한이 적어도 연간 1백만 t 이상의 식량이 부족한 만성적인 식량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한국 등 주요 원조국들의 식량 지원이 여러 해 중단되고 비축 식량도 소진되면서 북한 주민들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은 이전보다 더욱 어려울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북-중 국경지역의 북한 주민들과 자주 전화통화를 하는 탈북자 김모 씨는 지난 6월부터 북한에서 배급이 잘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배급도 하나도 못 주고, 다른 데는 못 줘도 회령시 같은 데는 원래 배급이랑 다 줬거든요. 그런데 근래 들어서 배급이랑 다 없어졌대요”

게다가 여름철 수해로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든 무와 배추의 가격이 올라 올해 겨울에는 김장을 담그기도 어려운 형편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북한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더욱 커졌습니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남북간 교역이 위축된데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올해 북한의 대 중국 교역량은 지난 해 보다 30% 늘었습니다.

올해 유례없이 두 차례나 이뤄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이후 북-중 간에는 다양한 경제협력 계획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워싱턴 소재 북한인권위원회 방문 연구원인 김광진 씨는 경제발전을 위한 내부적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국제 제재로 외부 자원의 유입이 불가능한 북한으로서는 기댈 곳이 중국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자체적으로 자기 힘으로 경제를 회복할 능력이나 힘을 다 상실한 거예요. 지금 현재의 생존을 유지하려고 해도 외부의 자원 유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얘기죠. 거기에 기댈 수 있는 곳이 중국이고….”

김 연구원은 북한이 한때 한국이나 미국에 대해 유화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것도 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시도라고 풀이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1월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그 같은 기대는 모두 물거품이 됐습니다. 오히려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북한의 환율이 급상승하고 물가가 폭등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큰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한국 정부의 인도적 지원마저 전면 중단되면서 북한의 에너지난도 가중돼, 올 겨울 북한 주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북한은 올해 초, 국정의 주요 목표를 담은 신년 공동사설에서 경제 문제 해결, 특히 민생 문제 해결을 강조했었습니다.

“새해 주체99 (2010)년은 혁명적 대고조의 자랑 찬 승리와 성과에 토대하여 인민생활 향상에 전당적, 전국가적인 힘을 집중하여야 할 총공세의 해이다.”

그러면서, 올해를 인민의 행복이 넘쳐나는 번영의 해가 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북한 주민들의 삶에서 행복이나 번영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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