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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자, “2012년까지는 경제발전이 우선”


북한의 고위 당국자들이 최근 평양을 방문한 영국 상원의원에게, 2012년까지는 경제발전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또 심각한 식량난과 관련해 외부의 지원을 얻기 위해서는 정치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지난 달 22일부터 닷새 동안 북한을 방문한 영국의 데이비드 알톤 상원의원을 인터뷰했습니다. 알톤 의원은 영국 의회 북한위원회 의장이며, 이번 방북에는 부의장인 캐롤라인 콕스 상원의원이 동행했습니다.

문) 알톤 의원님 반갑습니다. 지난 2003년과 2006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북한 방문인데요.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에 돌입한 상황에서, 어떤 변화가 보이던가요?

답) 이번 방문 중에 몇 가지 충격적인 변화가 느껴졌는데요. 가장 먼저 북한 관리들이 말하는 정부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바뀌었고, 이들이 구사하는 어휘 자체도 달라졌다는 겁니다.

과거 북한을 방문하거나 북한 관리들과 만났을 때는 항상 ‘주체’와 ‘선군’ 두 가지를 우선순위로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평양에서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궁석웅 외무성 부상을 비롯해 고위 관리들과 만났을 때는 달랐습니다. 앞으로 2년, 2012년까지는 ‘번영’과 ‘인민의 존엄’이 최우선이라고 했습니다. 이 점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문) 북한은 과거에도 2012년까지 강성대국을 건설한다는 목표를 여러 차례 밝히지 않았습니까? 올해 초 신년 공동사설에서도 경제 발전을 상당히 강조했고요?

답) 하지만 북한 관리들이 ‘번영’과 ‘인민의 존엄’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점은 큰 변화로 느껴졌습니다. 북한 관리들은 이 두 단어를 과거 ‘주체’와 ‘선군’을 강조할 때처럼 사용했습니다. 또 저는 북한의 이런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이런 목표를 달성하도록 국제사회가 지원할 의무가 있고, 또 국제사회의 이익에도 부합됩니다.

북한에서는 1990년대 기근으로 2백만 명이 죽었고, 한국전쟁에서는 3백만 명이 죽었습니다. 북한의 이념이나 체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주민들을 도울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문) 북한의 식량난을 말씀하셨는데요. 이와 관련해서는 어떤 인상을 받으셨습니까?

답) 이번 방문 중에 평양에서 좀 떨어진 사리원의 배추농장을 방문했는데요. 마침 수확 중이었습니다. 배추는 겨울을 앞두고 김치를 만드는 데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배추 작황이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또 방문 중에 전반적인 식량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얘기도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

북한은 여전히 식량난이 심각합니다. 그런데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식량 지원을 주저한다면, 결국 고통을 받는 것은 어린이와 일반 주민입니다.

문) 국제사회가 인도주의적인 차원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답)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런 지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치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는 점을 북한 관리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남북한과 미국이 북한의 제안대로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를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고 봅니다. 평화체제가 마련되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습니다. 스위스와 스웨덴 같은 중립국, 또 영국 같은 한국전쟁 참전국이 지원하고, 장소는 중국 베이징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제안을 담은 보고서를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비롯해서 미국과 한국 행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에게도 전달했습니다.

문)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 의사를 밝혀야 평화협정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인데요. 두 정부로부터 어떤 답변을 받으셨습니까?

답) 보고서를 전달한 지 얼마 안돼서, 아직 답변은 못 받았습니다.

문) 북한은 지난달 초 당 대표자회와 당 창건 6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고, 후계자 김정은이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평양의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답) 거의 모든 북한 관리들이 최근 행사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외부에 알려진 내용 외에 새로운 것은 없었습니다. 평양 거리는 과거에 비해 차도 많고, 더 활기찬 모습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새로운 세대로의 변화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문) 알톤 의원님은 그 동안 의회에서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이셨는데요. 이번에 북한 당국에 인권 문제도 제기하셨습니까? 북한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다?

답) 제가 지난 2003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한 이유가 바로 정치범 수용소를 포함한 인권 문제 개선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솔직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공개처형과 종교 탄압, 고문, 정치범 수용소 등 저의 우려들을 제기했습니다. 긍정적인 진전이라면 최태복 의장이 저의 영국 방문 요청을 수락했다는 것인데요. 최 의장은 내년 초 영국에 와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최 의장은 4년 전에도 저의 초청으로 영국을 방문했었습니다.

지금까지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영국의 데이비드 알톤 상원의원과의 인터뷰를 보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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