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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원정리에 물류센터 개설


북한과 중국 접경지대인 함경북도 원정리에 물류센터가 들어섰습니다. 중국의 동북 3성 개발 계획과 북한의 나진항을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하나 둘씩 가시화 되고 있는데요. 중국의 이른바 ‘장지투’ 개발을 둘러싼 북-중 양국의 이해관계를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중 접경지대인 함경북도 은덕군 원정리에 물류센터가 들어섰습니다. 지난 8월 문을 연 이 물류센터는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오는 화물의 통관과 보관을 담당하게 됩니다. 한국의 `MBC방송’이 보도한 물류센터 개통식 장면입니다.

“북한 원정리에 들어선 물류센터 개통식입니다. 가위 자를 사람 안주고 다 어디 갔네. 여기 3개 밖에 안 남았습니다.”

물류센터는 물품의 원활한 유통을 위해 원자재나 완제품을 보관하는 일종의 창고 역할을 합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국경도시 훈춘 맞은편에 건설된 원정리 물류센터가 중국의 장지투 개발과 북한의 나진항을 잇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연구전문위원의 말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나선 지역을 개발하는데 중국 동북 개발과 연계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원정리 물류창고가 그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장지투 개발이란 요녕성과 지린성, 흑령강성 등 중국의 동북3성을 개발하는 계획입니다. 중국 동북부의 대표적 도시인 장춘, 지린, 투먼의 앞 글자를 따 ‘장지투 개발 사업’으로 이름 붙여진 이 사업은 오는 2020년까지 옌벤 자치주와 지린성을 공업과 물류 기지로 개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사업의 개발 면적은 7만3천 평방 km로, 북한 면적의 70%에 이릅니다.

중국 전문가인 한국의 중국연구소 유상철 소장은 중국 정부가 동북 개발에 나선 것은 장기적인 경제발전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지난 1979년 개방을 시작할 때 상하이와 심천 등 주로 남부 지역을 개발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낙후된 동북부를 개발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동북 지역이 예전에는 중공업이 발전했지만 지금은 노후 돼서 원자바오 총리가 들어서면서 동북 지역 진흥 계획을 세웠습니다. 장춘, 지린, 투먼 앞 글자를 따서 장지투 계획을 세웠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원정리 물류센터는 중국과 북한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데 따른 결과입니다. 중국은 동해에 항구가 없기 때문에 동북 3성을 개발해 여기서 생산된 제품을 북한 나진항을 통해 수출하려는 것입니다.

북한도 장지투 개발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이 엄청난 돈을 들여 북-중 접경지역을 개발할 경우 그 경제적 파급효과가 북한에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지난 1월 나선시를 특별시로 지정했습니다. 또 북한의 노동신문은 지난 달 16일, ‘날을 따라 변모되는 중국의 동북지방’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동북 3성과 북한과의 관계를 자세히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8월 중국을 방문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4박5일간 장춘과 투먼 등지의 공장과 산업 시설을 둘러봤습니다.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의 그레그 브레진스키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과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장지투 개발 협력 문제를 논의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동북 3성 개발을 위해 북한의 항구가 필요하고, 북한은 경제난 해결을 위해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두 나라 수뇌부가 협력 문제를 논의했을 것이라는 겁니다.

중국은 이미 훈춘과 나진항을 연결하기 위한 조치를 하나 둘씩 취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민간기업인 창리그룹은 지난 2008년 북한의 나진항 사용권을 확보했고, 옌볜 하이화 무역공사는 청진항 사용권을 확보했습니다. 중국은 또 나진항을 사용하기 위해 훈춘과 나진을 연결하는 93 km의 도로 보수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의 동북 지역 개발이 북한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의 훈춘과 나진항이 연결되더라도 북한이 얻는 것은 항만 사용료와 부대 비용 정도가 고작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경제를 살리고 싶으면 중국식 개방이나 노선을 변경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한국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용승 연구전문위원입니다.

“실질적인 노선 변경이 있어야죠. 중국의 개혁개방을 따르던지, 북한 지도부가 변화를 대내외에 천명하고 실질적으로 그 변화를 실행에 옮기는 모습을 가시적으로 보여야죠.”

한편 중국에 대한 북한경제의 의존도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해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2.6%에 달했습니다. 북한의 무역에서 한 나라가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기는 1990년대 옛 소련 이후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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