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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지원단체들, 한국 정부 인도적 지원 정상화 촉구


한국과 해외의 대북 지원단체들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전면 허용할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남북간 긴장으로 북한 주민들의 삶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인도적 지원을 정치 상황과 분리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이탈리아 로마에 본부를 둔 대북 지원단체인 국제카리타스는 22일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며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 정상화를 촉구했습니다.

국제카리타스의 레슬리 앤 나이트 사무총장은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간 긴장 국면으로 북한 주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달 24일 천안함 관련 대북 제재 조치를 발표하고 북한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모든 대북 지원과 민간단체의 방북을 금지했습니다.

지난 10 여 년 간 대북 지원을 해 온 국제카리타스는 올해 초 북한 보건성과 함께 평양 지역 어린이와 청소년 약 50만 명에게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지난 달에는 한국 정부 기금으로 마련한 1백만 명 분의 백신을 평안도에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한국 정부로부터 반출 허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카리타스 관계자는 볼프강 게스트너 대북 지원사업 대표가 지난 8∼12일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 보건성으로부터 ‘당초 일정대로 백신을 제공해줄 것과 B형 간염 연구를 위한 기술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이 사업이 계속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강력하게 요청했습니다. 북측에서 미리 일정이 잡힌대로 백신을 지원해달라고 했구요. 당초 백신 지원은 북한 보건성의 요청에 의해서 이뤄졌던 것인 만큼 국가 차원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므로 백신이 못 들어가면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다고 봅니다.”

국제카리타스는 앞으로 북한 전역으로 예방접종을 확대해 내년 10월까지 5단계에 걸쳐 모두 3백70만 명에 대한 접종을 마칠 계획입니다.

한국 내 대북 지원단체들도 천안함 사태 이후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대북 지원의 정상화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한국 내 56개 대북 지원단체로 구성된 대북협력 민간단체협의회는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가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대북 지원을 사실상 전면 차단하고 있다”며 “대북 지원은 정치 상황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북협력 민간단체협의회 박종삼 `월드 비전’ 회장입니다.

“인도적 지원은 정상적으로 지속돼야 합니다. 그것이 비록 전쟁 상황일지라도 인도주의 정신은 전쟁터에 한 줄기 꽃이 되어 왔습니다. 인도적 대북 지원과 정치적 상황의 연계는 중단돼야 합니다. 인도적 사업을 제한하는 모든 조치들은 철폐돼야 합니다.”

이 단체는 “식량난과 질병으로 고통 받는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한 물품 지원까지 막는 것은 비인도적 처사”라며 “현재 국민들의 성금으로 마련된 25억원어치의 대북 지원 물자가 묶여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단체는 또 대북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분배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북민협 평양 상주 사무소’를 개설할 계획이라며 남북한 당국에 이를 허용해 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강영식 총장은 “사무소 개설 의사를 남북한 당국에 전달해 연내에 개설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단체는 또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 제한이 계속될 경우 정부의 남북협력기금을 신청하지 않고 순수한 민간 모금만으로 대북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북한의 식량난과 관련해 서울의 한 대북 소식통은 22일 “함경북도의 경우 옥수수 가루와 산나물을 섞어 끓인 죽으로 연명하는 주민들이 상당수"라며 “중국에 친척이 있거나 조총련계 지원을 받는 이들은 끼니 걱정 없이 사는 등 주민들 사이에서도 빈부 격차가 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고사리를 중국 상인들에게 팔면 밀가루로 바꿀 수 있어 일터나 농장에 가는 대신 산에 나물을 캐러 가는 주민들도 많다”며 “통상 중국에서 6월 말에서 7월이면 쌀 재고량이 들어오는 만큼 주민들은 중국에서 식량이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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