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 해주시의 한 소아과 병원에는 피부병 때문에 얼굴에 약을 잔뜩 바른 아기들이 힘없이 울고 있습니다.
영국에 본부를 두고 인도주의 뉴스를 전문으로 하는 ‘얼러트 넷’은 최근 황해남도의 병원, 고아원, 학교, 탁아소, 협동농장 등을 방문한 동영상과 글을 공개했습니다.
‘얼러트 넷’은 황해남도에서 만성적인 기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특히 소아병동에 입원한 아이들은 대부분 피부병을 앓고 있었고 듬성듬성한 머리카락과 기력이 쇠잔한 모습 등 심각한 영양실조 증세를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이번에 큰물피해도 그렇고…
해주시 소아과 병원의 의사 장금선 씨는 “올해 큰물 피해로 인해 어린이들이 설사와 소화불량을 겪고 있다면서,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들의 회복이 더디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과 동행한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 델핀 체도라지 씨는 “어린이들이 영양실조로 인해 이같이 성장이 저해된 경우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며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도 이렇지는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취재진이 방문한 황주의 고아원에서는 8살짜리 어린이들이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고 있어 3~4살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아원의 주방에서는 옥수수와 양파, 무청을 끓여 어린이들에게 제공할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조리사들은 기름이나 설탕, 단백질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해주시의 고아원의 경우는 적절한 영양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는 심각한 상태의 어린이가 전체 28명 가운데 12명이나 됐습니다.
한편, 취재진은 홍수 피해를 입은 농경지의 모습도 목격했습니다.
우리가 7월 장마 들어오면서부터 두 달 동안 비가 오니까…
속사리 농장의 박수동 씨는 “7월부터 두 달간 큰물 피해를 입어 옥수수가 제대로 자랄 수 없었다”며 “당초 계획의 15% 밖에 수확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들판에 옥수수대는 침수 피해를 입어 갈색으로 변하고 축 늘어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주민들이 옥수수를 훔쳐갈 것을 우려해 많은 군인들이 들판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얼러트 넷은 홍수 피해로 손상된 논밭도 있었지만, 바람결에 황금빛으로 물결치는 풍성한 논도 볼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다른 외국인들도 북한의 올해 작물 상태가 나쁘진 않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얼러트 넷은 북한 당국이 자신들을 초청해 이 같은 모습을 공개한 것은 국제 사회로부터 식량 지원을 받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