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국 내 반 이민 정서, 요즘 부쩍 자주 듣게 되네요.
답) 그렇습니다. 두어 달 전에는 애리조나 주가 새 이민법을 내놔서 미 정국이 떠들썩했죠? 경찰까지 동원해 불법체류자를 색출하기로 해서 반발이 컸었는데요. 이번엔 그 무대가 네브라스카 주, 그 중에서도 ‘프레몬트’라고 하는 아주 작은 도시로 옮겨졌습니다.
문) 프레몬트요, 어떤 곳인가요?
답) 네브라스카 주 동부에 있는 곳인데요. 전형적인 미국 시골의 모습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인구는 2만5천 명 정도 되구요. 많은 주민들이 정육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문)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는데, 이번에 반 이민 조항을 담은 주민발의안이 통과되면서 주목을 받게 됐군요.
답) 맞습니다. 지난 21일 저녁 주민들이 투표를 실시했는데요. 불법체류자를 가려 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심을 통해 보여줬습니다. 주민 57%가 이 같은 원칙에 찬성표를 던졌으니까요. 이렇게 해서 바뀐 조항을 보면요, 우선 세입자는 자신에 대한 정보를 경찰에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또 시 당국으로부터 거주 허가증을 받도록 했구요
문) 그 과정에서 당연히 체류 신분이 드러나겠네요.
답) 그걸 노린 겁니다. 건물 주인은 불법으로 미국에 입국한 사람에게는 임대를 내줘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겁니다. 또 고용주들은 직원 채용 시 이들이 미국 내 취업자격을 갖췄는지, 체류 신분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의무화 한 거구요.
문) 강경한 조치인데, 이렇게 작은 도시가 이민자들에게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뭔가요?
답) 이민자들, 특히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막연한 불안감이 표출된 것이다, 이렇게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앞서 정육업이 이 지역의 주요 수입원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따라서 그나마 얼마 안되는 일자리를 모두 불법체류자들에게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피해의식이 깔려있는 겁니다.
문) 이 지역 불법체류자 규모는 물론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겠죠?
답) 말하는 사람에 따라 들쑥날쑥 합니다. 이번에 통과된 주민 발의안은 역시 중남미계 이민자들을 염두에 둔 것인데요. 20여 년 전만 해도 프레몬트 지역에 중남미계 인구는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990년에 1백 65명을 시작으로 2000년에는 1천85명으로 대폭 늘었구요. 지금은 다시 2천60명 수준으로 훌쩍 높아졌습니다.
문) 주민들 입장에선 그런 변화가 우려스럽다는 거군요.
답) 그렇습니다. 연방정부가 불법체류자 유입을 제대로 막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나선 것이다, 이런 입장입니다. 앞서 반 이민법의 통과를 강행했던 애리조나 주 당국의 논리와 비슷하죠? 이번 주민발의안에 찬성하는 이들은 불법이민자들이 늘면서 범죄율이 높아지고 토박이 주민들의 실업률도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문) 그렇지만 꼭 그런 주장만 있는 건 아니죠? 이런 반 이민 정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큰 것 같습니다.
답) 예.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득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주민 편익을 위해 집중돼야 할 비용과 노력이 불법 체류자를 가려내기 위한 법 집행 쪽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인데요. 결국 그 동안 시 당국이 제공해온 공공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고 법 집행을 위해 세금은 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그런 논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문) 또 이번 주민발의안이 위헌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 않겠습니까? 반대하는 측이 이 문제를 법정으로 가져 갈 경우에 말이죠.
답) 벌써 그런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인권단체인 미국 시민자유연맹이 앞장서고 있는데요. 주민발의안이 통과되자마자 즉시 소송을 걸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중남미계 이민자들에 대한 인종차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헌 요소가 많다는 주장입니다. 또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인 공정성과 평등에도 위배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구요.
문) 그 점도 반 이민법 통과 후 애리조나 주가 겪었던 파장과 비슷하군요.
답) 예. 그래서 이 두 가지 최근 사례가 비교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바로 누가 이런 반 이민 조항을 통과시켰는가, 그 주체가 다르다는 겁니다. 애리조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주지사나 지역 정치인이 관련 법안에 서명을 했습니다. 하지만 프레몬트 시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반 이민 정서를 드러냈다는 겁니다. 투표로 결정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