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등 다자제재모니터링팀 11개국이 북한이 10만 명 이상의 노동자를 최소 17개국에 파견해 지난해 8억 달러를 벌어들였다는 내용의 다자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북한의 불법적인 해외 노동자 파견을 돕는 고용주와 알선업체 등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과 한국 등 11개국이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을 통한 유엔 제재 위반과 회피를 규탄하고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조치를 촉구했습니다.
다자제재모니터링팀(MSMT)에 참여하는 미국과 한국, 일본, 영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뉴질랜드는 16일 합동 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공동성명을 내고 이같이 밝혔습니다.
11개국은 성명에서 “북한이 불법적인 해외 노동 네트워크를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조직적으로 위반하며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유엔 회원국에 북한 노동자 고용에 따른 위험을 알리고, 국내 조치를 포함해 제재 위반에 관여한 당사자와 조력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활동을 종료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을 기존과 같은 규모와 구조로 복원하라고 안보리에 요구했습니다.
11개국은 이 같은 공동 입장과 함께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규모와 수익, 제재 회피 방식을 종합한 73쪽 분량의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북한의 해외 노동을 이용한 유엔 제재 위반과 회피’라는 제목의 이번 보고서는 다자제재모니터링팀(MSMT)이 공개한 세 번째 보고서입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최소 17개국에 3만5천600명에서 10만1천280명의 노동자를 파견한 것으로 파악했으며, 또 이들이 2025년 한 해 동안 북한 당국에 벌어준 돈은 4억5천만 달러에서 8억 달러로 추산했습니다.
보고서는 이 가운데 대부분이 해외 IT 정보기술 노동자들이 벌어들인 수익이라며, 자금이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비롯한 국가적 우선사업에 투입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해외 노동자의 대부분은 중국과 러시아에 집중돼 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노동자는 2만 명에서 7만 명으로 추산됐습니다.
중국에서는 지난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북한 노동자 1만 명에서 2만 명이 일시적으로 귀국했지만, 2025년 1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약 1만 명이 새로 중국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주로 랴오닝성과 지린성의 단둥과 훈춘 등 북중 접경지역에서 제조업과 건설, 수산물 가공, 섬유, 식당, IT정보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또 일부 북한 노동자들이 취업 목적을 감추기 위해 연수생이나 학생 신분의 비자를 이용하며, 중국 내 중개업체들이 노동자 파견과 관리에 관여한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북한 노동자는 2025년 말 기준 1만5천 명에서 3만 명으로 추산됐습니다.
이들은 건설과 제조업, 조선, 철강 가공, 농업과 임업뿐 아니라 러시아의 방위산업에도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알라부가 경제특구의 군용 드론 공장에 배치됐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이 지역에서 생산된 무인기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배치는 북러 협력이 무기 생산 단계까지 확대됐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장갑차와 전투기 등 다른 방위산업 분야에도 북한 노동자를 투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북한으로 군사 기술이 이전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러시아가 북한 노동자들을 유학생으로 위장시키는 제재 회피 체계를 구축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가 지난 2025년 북한 국적자에게 발급한 비자는 모두 3만6천413건으로 전년의 약 4배였으며, 이 가운데 98% 이상인 3만5천839건이 유학 비자였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급한 북한 국적자의 취업 비자는 2020년 이후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노동자들이 유학 비자로 입국한 뒤 건설 현장과 농장, 벌목장 등에 배치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한 명이 벌어들이는 임금은 연평균 약 7천500달러로 추산됐으며, 업종에 따라 월 임금이 중국 파견 노동자의 최대 5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한편, 북한 노동자들은 중국과 러시아 이외에도 캄보디아와 라오스, 베트남, 몽골, 키르기스스탄과 적도기니, 나이지리아, 우간다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들은 해당 지역에서 IT정보기술과 식당, 건설, 의료, 제조업과 무역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해외 노동자 임금의 80~90%를 가져가며, 공제액이 실제 소득을 초과해 노동자가 북한 당국에 빚을 지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과 이동 제한, 외부인 접촉 통제를 겪고 있으며, 탈출할 경우 북한에 남은 가족이 보복을 당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11개국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유엔 회원국들에 북한 해외 노동자 고용을 억제하고 관련 제재 위반에 대한 인식을 높일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거나 파견을 알선한 기업과 개인을 조사하고, 학생 비자 악용과 북한으로의 자금 송금을 차단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기업들에도 공급망에서 북한 노동자를 식별하고 고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실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참여국들은 이번 보고서가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2024년 4월 활동을 종료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감시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MSMT는 전문가패널 해체에 대응해 2024년 10월 미국과 한국 등 11개국이 출범시킨 독립적인 다자 감시 체계입니다.
MSMT는 지난해 5월 첫 보고서에서 북한의 무기 이전과 러시아의 북한군 훈련 등 북러 간 불법적인 군사 협력 사례를 공개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10월 두 번째 보고서에서는 북한의 가상자산 탈취와 위장 IT 취업, 사이버 첩보 활동이 유엔 제재 대상 기관들과 연결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후속 보고서는 조사 범위를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IT 인력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등지의 제조업과 건설업, 방위산업에 투입된 북한 해외 노동자 전반으로 확대했습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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