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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북아프리카로 번지는 시위 물결


마나마 중심부에서 시위를 벌이는 바레인 인들
마나마 중심부에서 시위를 벌이는 바레인 인들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독재정권을 몰아낸 반정부 시위 물결이 이웃 이란과 예멘, 바레인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들에서는 과거 오랫동안 사회에 뿌리 박혀 있던 정치, 경제, 사회적 각종 비리들의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행렬이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천일교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문) 중동국가인 바레인에서 최근 시위자들이 잇달아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죠?

답)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에서는 전날에 이어 오늘 (16일) 도 수 천 명의 시위대가 정치개혁과 차별 철폐, 민생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했습니다. 바레인에서는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총격으로 지금까지 2명이 숨지고 수 십 명이 다쳤습니다. 시위에 가담한 한 시민의 말을 들어보시죠.

“None of them (protesters) even took a stone or anything to throw, but the police will not wait for us to do anything anyway, they will attack us with rubber bullets,

처음에 시위자들 중 아무도 돌을 던지거나 하지 않았는데 경찰이 지체 없이 최루탄과 고무총탄을 발사해 피해가 컸다는 얘깁니다.

이번 시위는 일요일인 지난 13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요. 경찰의 최루가스와 총기 사용에 시위대도 돌을 던지고 철책 등을 설치하며 맞섰습니다.

문) 그렇다면 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이 문제가 된 건가요?

답) 네. 경찰이 처음부터 무력을 사용해 강경 진압하려 했던 것이 원인이 된 듯 보입니다. 우선 지난 14일 21살 청년이 보안군이 쏜 총탄에 사망했고 그의 장례식에 몰려든 시위자들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총탄을 발사해 31살 젊은이가 사망했습니다. 이처럼 시위 과정에서 거듭되는 사망자 발생으로 시위대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사망자가 나기 전까지만 해도 시위자들은 정부의 개혁을 요구했었는데 지금은 현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시위대의 요구조건이 바뀌었다는 지적입니다.

문) 여기서 잠깐, 바레인에 대해 낯설어 하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 바레인은 어떤 나라입니까?

답) 네. 바레인 왕국은 중동 아라비아 반도 페르시아 만에 위치한 섬나라로, 입헌 군주제 국가입니다. 수도는 마나마라는 도시이고요, 주변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이란과 국경을 접하고 있습니다. 바레인이라는 나라 이름은 아랍어로 ‘두 개의 바다’를 뜻합니다. 국민 구성을 보면 아랍인들이 다수를 이루고 이슬람교가 주요 종교로 다른 종교는 엄격하게 금지돼 있습니다. 북한과는 2001년 수교했습니다.

문) 그런데 바레인에서 이번에 큰 시위가 발생한 이유가 뭡니까? 이집트와 같은 정치적인 문제인가요?

답) 그렇긴 하지만 이집트와는 조금 다른 양상인데요. 이번 시위는 바레인의 이슬람 시아파가 겪고 있는 고질적인 차별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번 시위도 시아파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시위대는 시아파에 대한 차별 철폐와 민생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새 헌법 제정과 정치범 석방을 포함한 정치개혁도 내걸고 있습니다. 바레인의 시아파 모슬렘들은 전체 인구의 약 70%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일부 정부 요직에서 배제되는 등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소수인 수니파 모슬렘들에 비해 생활수준도 낮은 편입니다. 이 때문에 시아파들은 집권층인 수니파에 상당한 적대감을 갖고 있고 바레인에서 자신들은 이등시민으로 취급받고 있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문) 그렇군요. 바레인 뿐아니라 이미 이란에서도 시위자 1명이 목숨을 잃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이란에서는 오랜 기간 억압을 받아온 야권 단체가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수도 테헤란에서는 지난 14일 수만 명이 참가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는데요. 이 과정에서 1명이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란 정부는 이에 대해 시위대의 과격 시위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란의 시위자들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란에서는 2009년 6월 대선 이후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래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져서 수십 명의 시위대가 숨지고 개혁성향의 공무원과 언론인, 학생, 활동가들이 수감된 바 있습니다.

이란은 오는 18일이 이란혁명 32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날을 기해 이란에서는 또 다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문) 이번엔 같은 중동국가인 예멘을 살펴 볼까요? 오늘로 엿새째 시위가 계속됐는데, 이 곳도 대통령의 장기집권 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예멘에서는 32년간 장기집권한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예맨의 수도 사나에서는 오늘 (16일)로 엿새째 수 천 명의 시위자들이 사나대학교 캠퍼스와 시내 중심부 알-타흐리르 광장 등에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살레 대통령은 이미 2013년에 퇴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시위자들은 당장 권좌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로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근로자들도 파업에 나서고 있는데요. 예멘 아덴항을 관리하는 국영업체 노동자들은 최근 회사 사무실을 습격해 부패관리로 지목됐던 회장 등 고위 임원들을 퇴출시켰습니다.

문) 이밖에 다른 중동국가들과 이집트 인근 북아프리카 지역들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죠?

답) 네. 사우디아라비아 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오만도 술탄 카부스 빈 사이드 국왕의 장기집권과 권력 세습이 문제가 되고 있고요.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르 대통령도 시위대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이 뿐아니라 북아프리카의 동쪽 수단에서부터 알제리, 모로코, 모리타니 등 서부지역에 이르기까지 각국의 지도자들은 정치적 반대파와 시민들의 반발로 일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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