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독재정권이 붕괴되면 군사적 위협이 사라지는 대신 다양한 경제적 문제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호에서 밝혔습니다.
이 잡지는 한국 정부가 서로 상반된 두 가지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무상 원조와 공공투자,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남북간 생활수준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든지, 아니면 가난한 북한 주민들이 높은 임금의 일자리를 찾아 한국으로 대거 몰려오는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코노미스트는 생활수준 격차를 줄이는 첫 번째 길을 택한 독일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동서독 마르크 화의 가치가 1대 1로 통합됐고, 노조의 압력 때문에 동독 노동자들의 임금이 서독 수준에 가깝게 올랐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동독 노동자들이 대규모 서독으로 이주하거나 동독에 투자됐던 자본이 대거 이탈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독에 대한 민간 투자가 막혔고, 많은 동독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부작용도 있었다고, 잡지는 전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반도 통일비용을 추산한 전문가들을 인용해, 남북한의 생활수준을 동등하게 맞추려면 통일 후 초기에 남한 세금 수입의 50% 이상을 북한에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통일비용을 세수의 30% 정도로 낮추려면 북한 주민 8백만 명 정도를 남쪽으로 받아 들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피터 벡 씨는 올해 초 한 강연에서 남북한 통일비용이 2조 달러 이상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었습니다.
my estimate is based on …
북한 주민들의 소득을 한국 주민들의 80%까지 끌어 올리는 것으로 가정할 때, 가장 바람직한 방식인 독일 방식으로 통일이 이뤄지더라도 30년에 걸쳐 2조 달러 이상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나 전문기관들은 남북 통일비용으로 최소 5백억 달러에서 최대 5조 달러까지 다양한 견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 잡지는 한국 국민들이 통일비용을 모두 감당해야 할 이유는 없다면서, 한국이 독일과 다른 길을 걷는다면 통일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방법으로 북한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잡지는 북한에는 자본이 절대 부족하지만 그만큼 투자에 따른 수익도 클 것이라면서, 투자자들은 북한의 지리적 위치, 풍부한 지하자원, 그리고 젊고 교육수준이 높은데다 값싼 노동력에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민간 투자를 유치할 경우 북한의 생산성은 급속도로 한국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잡지는 한국과 중국 회사들이 이미 북한에 투자를 하고 있다며 개성공단을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한편, 이코노미스트는 북한의 장마당 등에서 일상화된 은밀한 거래가 궁극적으로 역동적인 시장경제의 씨앗이 될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 중앙계획경제의 급속한 붕괴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제를 자유화한 공산국가 중에서 생산량이 급격하게 감소하지 않은 나라는 중국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따라서 북한도 시장경제로 성공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공공배급체계 같은 것부터 되살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잡지는 중국의 경우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도 중앙계획체제를 장기간 유지해 과도기의 혼란과 생산량 감소를 피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