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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전문가들, “한반도 교착상태 불가피”


한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 발표 이후 한반도 정세가 당분간 교착상태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될 경우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커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정부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20일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가 중대 기로에 선 만큼 새 판짜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들은 우선 1년 반 넘게 중단 상태에 있는 북 핵 6자회담 재개 노력은 당분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이후 회담 재개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선 천안함, 후 6자회담’ 기조를 내건 미국과 한국, 일본의 공조로 당분간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인 것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북한과 대화 테이블에 앉을 수는 없다”며 “당분간 6자회담 동력은 상실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6자회담 재개 흐름과 연계성을 보여온 남북관계 역시 최악의 대치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입니다. 한국 정부가 후속 조치로 전방위 대북 제재를 예고하고 있고, 결백을 주장해온 북한이 이에 강하게 맞대응할 것으로 보여 남북간 냉각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북한은 20일 최고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를 날조극이라고 주장하면서 국방위원회 검열단을 남측에 파견하겠다고 통보해왔습니다. 북한은 앞으로도 조사 결과 발표 내용을 전면 부인하면서 한국에 대해 더욱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앞으로 개성공단 통행 차단과 북방한계선(NLL) 상에서의 무력 시위, 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통해 한반도 긴장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남북관계에 정통한 전직 고위 당국자는 “지난 10년 간 남북간 완충지대로 작용했던 개성공단 사업이 중단되면 남북 간 군사적 긴장과 갈등은 더 고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한국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천안함 문제를 회부할 경우 북한이 미국을 겨냥하는 핵 카드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 내 민간연구소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천안함 사건이 안보리에 회부되고 제재가 취해질 경우 6자회담 복귀 거부와 3차 핵실험으로 맞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포기하겠다. 그리고 핵 보유로 가겠다는 입장을 밝힐 수 있습니다. ‘가장 높은 수준의 대응’인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앞으로 북한이 절대로 핵 포기 하지 않고 핵 보유의 방향으로 가겠다. 남한과 미국과의 대화 거부 입장을 실제적으로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각에서는 핵 문제와 남북관계를 연계하는 이명박 정권 임기 내에 남북관계 복원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 전문가인 김광인 북한전략센터장입니다.

“이명박 정부 내내 가게 될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 임기가 이제 3년 정도 남았는데 올해 지나고 내년의 경우 경제 문제에 많은 것을 할애하게 될 것이고, 특히 내후년엔 임기 마지막이라 북한에서 정상회담을 안하려할 겁니다. 한동안 어려울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한반도 불안정을 원하지 않는 중국의 입장을 감안하면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감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평화문제연구소 장용석 연구실장은 "북한의 유일한 후원국인 중국의 입장을 감안하면 핵실험 같은 초강수를 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성명 발표나 미사일 발사 등으로 내부 긴장을 고조시킬 수는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가장 큰 변수로 중국을 꼽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 구상 실현 여부가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한국 입장에선 가장 수위가 높은 제재를 택하고 싶지만 중국을 설득하는 게 관건”이라면서 “6자회담 관련국 등 30여 국가에 사전 브리핑을 한 것도 한국 손을 들어달라는 여론 조성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한반도 안정을 중시하는 중국 정부가 갑자기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습니다.

미-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천안함을 둘러싸고 미-한 동맹 대 북-중 동맹 구도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국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국제사회에서 대북 강경 목소리가 나오면 중국도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앞으로 북한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국제사회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중국 정부 간의 전략적 이해조정도 보이지 않는 변수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미-중 전략대화 등을 통해 양측이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양국이 천안함 사건으로 갈등 구도로 갈 확률은 낮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내 관측통들은 한반도 긴장국면이 미국과 중국에도 득이 될 게 없는 만큼, 올 하반기가 되면 자연스레 6자회담 재개 논의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전현준 박사입니다.

천안함 관련한 여파가 좀 지나서, 다시 말해 UN 안보리 상정에 대한 논의를 하고, 중국이 반대하는 등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오는 가을이 되면 또 북미 대화가 시작될 것으로 봅니다. 2~3개월 후면은 대화 국면으로 가지 않겠습니까?

외교안보연구원 최강 교수는 “천안함 사건 이후 전개될 한반도 정세는 한국 정부의 외교력을 시험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에서의 중국의 역할을 시험하는 계기도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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