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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바쥬 전 UNDP 평양사무소장] “북한 홍수피해 줄이려면 기반시설 정비해야”


제롬 소바쥬 UNDP 평양 사무소장
제롬 소바쥬 UNDP 평양 사무소장

북한이 매년 거듭되는 홍수 피해를 줄이려면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황폐화한 산림을 복원하는 등 근본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이 밝혔습니다. 2009년부터 5년 동안 북한 내 유엔의 활동을 총괄했던 소바쥬 전 소장은 곡물 생산 의존도가 높은 북한의 농업은 자연재해에 민감하고 식량난을 가중시킨다며, 북한 당국이 다양한 식품 생산에 주력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소바쥬 전 소장을 인터뷰했습니다.

제롬 소바쥬 전 UNDP 평양 사무소장
제롬 소바쥬 전 UNDP 평양 사무소장

기자) 올 여름 북한의 수해 피해가 예년보다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수 십 년 동안, 매년 거듭되는 북한의 홍수 피해, 가장 큰 원인은 어디 있다고 보십니까?

소바쥬 전 소장) “조기경보 시스템은 홍수, 집중호우에 더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재난관리의 기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죠. 여러 단체들이 북한에 이 시스템 설치를 위한 작업을 진행했지만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는데, 가장 큰 원인은 북한의 국가통계 자료가 유엔에 충분히 없다는 것이었어요. 보통 국제기구에 속해 있는 나라들은 각국이 서로 필요로 하는 여러 방면의 정보를 공유합니다. 국가 간 기상관측 조기경보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말입니다. 북한은 완벽하게 이런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공고(Bulletin)를 전달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북한이 각 지역 정보, 국제사회에 공유해야 하는 정보에 대한 완전한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북한을 자연재해에 속수무책으로 노출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의 재난대응 공조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보니,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소바쥬 전 소장) “인프라 구축이 잘 돼 있지 않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북한 내 휴대전화 보급율은 늘었습니다. 자체 연구 개발로 기상관측 장치도 개발한다고 하고요. 하지만 이에 따른 혜택은 지역차가 너무 큽니다. 산간지역 외딴 마을에 사는 북한 주민들은 어떻습니까? 예를 들어 호우특보가 내려지면 라디오나 휴대전화 등으로 관련 정보를 받아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북한의 통신망 기반이 완벽하지 못하다 보니 어느 지역에, 얼만큼 집중적으로 비가 올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받지 못하는 겁니다.”

북한의 곡창지대로 알려진 황해남도 숙천군 일대의 지난 6일 위성사진(위). 지난달 25일 사진과 비교하면 폭우 피해로 곳곳이 물에 잠긴 것을 알 수 있다. 자료=Planet Labs
북한의 곡창지대로 알려진 황해남도 숙천군 일대의 지난 6일 위성사진(위). 지난달 25일 사진과 비교하면 폭우 피해로 곳곳이 물에 잠긴 것을 알 수 있다. 자료=Planet Labs
북한의 곡창지대로 알려진 황해남도 숙천군 일대의 지난 6일 위성사진(위). 지난달 7일 사진과 비교하면 폭우 피해로 곳곳이 물에 잠긴 것을 알 수 있다. 자료=Planet Labs
북한의 곡창지대로 알려진 황해남도 숙천군 일대의 지난 6일 위성사진(위). 지난달 7일 사진과 비교하면 폭우 피해로 곳곳이 물에 잠긴 것을 알 수 있다. 자료=Planet Labs

기자) 사실 기후 조건은 주변국 한국, 일본과 비슷한데 피해는 월등히 크다 보니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어떤 부분을 지적하고 싶으신가요?

소바쥬 전 소장) “북한 경사지에서 볼 수 있는 산림 황폐화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수해를 부추기는 원인 가운데 하나인데, 식량난과 에너지난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땔감용으로 벌목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북한 당국도 불법으로 간주하면서도 크게 단속하지 않습니다. 또 경사지에 밭을 개간하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니 숲이 우거져야 할 산이 황폐화되고, 또 이런 상황에서 집중호우가 내리면 산사태가 일어나 마을에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겁니다. 산에 나무가 없다는 건 수해 취약성을 가중시키는 겁니다. 산림을 복구하겠다는 장기적 계획이 필요합니다.”

기자) 대비책도 문제지만, 피해가 발생한 후의 복구체계도 중요할텐데요.

소바쥬 전 소장) “재난위험 관리체계는 조기 경보와 대응 시스템을 혼합한 것으로 북한은 모두에 취약합니다. 복구 대응에 있어 기계 장비가 부족해 인력에 의존하는 거죠. 육체적인 노동으로 이뤄지는 작업이다 보니 더디고 뒤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까지 겹쳐 있습니다. 홍수 피해가 심각하면 북한의 식량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소바쥬 전 소장) “확실한 사실은 북한의 농업은 기상 조건에 따라 매우 민감하고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겁니다. 큰 비 한 번에 한 해 농사가 완전히 회복불가한 상황이 되고, 그러면 수 십 년 된 만성적 식량난을 가중시킵니다. 사실 북한의 기상 조건은 한국, 일본 등 주변국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식량난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단 수해 측면에서만 보자면 농업환경이 너무나 취약합니다. 한 예로, 홍수가 올해 추수기 3주 전에 온다는 예보가 있다고 칩시다. 그럼 당국에서 미리 추수를 해 보관하자는 결정을 해도, 농작물을 보관할 창고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미리 수확을 해 놓아도 쌀과 보리, 옥수수를 그냥 물에 떠내려 보내게 되는 겁니다. 한국, 일본의 장마 피해가 북한에는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이처럼 기상 조건에 취약한 북한 농업과 관련해, 당국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일까요?

소바쥬 전 소장) “북한은 쌀과, 보리, 밀, 옥수수 등 곡물 생산에 너무 의존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제 대답은 곡물 의존도를 낮추라는 겁니다. 북한은 과거 ‘고난의 행군’에 대한 기억이 아직 남아 있어, 곡물을 재배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생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곡물 생산 대신 닭과 소, 돼지를 키우는 축산업 개발 전략이 필요합니다. 또한 지금 상황에서는 상당히 어렵고,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해외 수출이 가능한 캐슈넛츠, 특산 사과, 버섯 재배 등을 통한 식량난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북한 내 유엔 활동을 총괄했던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 평양사무소장으로부터 북한의 홍수 피해와 관련한 이모저모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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