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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녀평등권 법령 75주년...여성 내각 비율 0, 미국은 44%


지난 21일 북한 평양 거리의 여성들.

북한은 ‘남녀평등권에 대한 법령’ 공포 75주년을 맞은 30일 관영매체를 통해 여성이 국가와 사회의 주인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미국 바이든 행정부 내각의 여성 비율이 44%인 반면 북한 내각은 여성이 전무할 정도로 북한 내 여성 파워는 미약하다고 유엔과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들은 지적합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30일 “온 나라 여성들이 남녀평등권 법령 발포 75돌을 뜻깊게 맞이하고 있다”며 “여성은 혁명의 한쪽 수레바퀴를 떠밀어 나가는 힘있는 력량(역량)”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6월 말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 처음 제출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위한 ‘자발적 국가평가(VNR)’보고서에서 북한은 남녀평등권 법령 공포로 이미 오래 전에 성평등을 달성했고, 유엔이 제시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대부분 성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VNR 보고서] “The DPRK has achieved gender equality long time ago, thus most of the targets of the global SDGs have been achieved….The State is further strengthening the rights of women in all domains of political, economic, and social life.”

그러면서,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자유와 권리를 갖고 국가와 사회생활에 참여하고 있으며, 정치와 경제, 사회생활 등 모든 영역에서 여성의 권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또 이에 대한 근거로 2019년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중 여성이 17.6%, 2017년 기준 15~49세 휴대폰 가입자 가운데 여성이 47.9%, 여성 등 인민은 모든 영역에서 주인이기 때문에 정신적·육체적 폭력은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유엔이 앞서 제시한 여성 관련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세부 목표는 여성과 여아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과 폭력 철폐, 가부장적 제도 등 악습 철폐, 여성에 대한 사회보장제도 강화, 정치와 공공 부문에 대한 여성의 리더십 보장 등입니다.

북한 당국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런 목표들이 대부분 달성돼 북한에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유엔과 국제사회의 진단은 북한 당국의 주장이 무색할 정도로 북한 내 여성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겁니다.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 등 유엔 기구들이 지난 1월 공동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식량안보와 영양 보고서를 보면 북한의 영양결핍 인구는(2017~2019) 무려 45%이고, 이 가운데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 등 취약계층입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북한 여성의 정치, 경제, 사회 분야 진출은 북한 당국의 주장과 큰 괴리가 있습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퀸타나 보고관은 북한이 지난 1월 18일 교체한 각료 명단에 여성은 전무하다며, 여성이 공적∙사적 영역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 보고서] “On 18 January, new Cabinet members were appointed and there are no women in the current cabinet.

실제로 북한이 지난 1월 개최한 8차 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 행사 단체사진을 보면 여성은 극소수만 포착됐고 지난 3월 종료된 제1차 시·군 당 책임비서 강습회에 참석한 수 백 명의 단체사진에 여성은 아예 없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외교협회(CFR)는 지난해 발간한 ‘여성파워지수’ 보고서에서 정치 분야에 진출한 여성 비율을 따져 정치적 평등성을 점수로 환산한 결과 북한은 100점 만점에 14점에 그쳤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이런 실태는 여성의 인권 신장과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에 따라 여성 권리를 더욱 강화하는 미국과 한국 등 많은 나라의 움직임과 대비됩니다.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대통령을 포함한 25명의 핵심 내각 인사 가운데 44%인 11명이 여성이며, 백악관 전체 직원의 60%가 여성입니다.

또 미국 정부 내 남녀 연봉격차도 과거보다 계속 줄어 바이든 행정부 내 여성의 평균 연봉은 9만 3천 752 달러로 9만 4천 639 달러인 남성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한국의 문재인 정부도 지난해 기준 장관 18명 중 33.3%인 6명이 여성이었고, 정치와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 여성 진출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북한은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위한 자발적 국가평가(VNR)’ 보고서에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위원회는 북한 내 여성 권리 실태가 국제 기준에 크게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7년 11월, 북한 심의 결과를 담은 최종 견해에서 북한 내 가정폭력과 성폭력이 심각하고 피해자 보호와 지원 대책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 당국에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구독자 62만 명이 넘는 인기 유튜버로 미국에서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인 박연미 씨는 여성 관련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대부분 달성했다는 북한 정부의 주장에 “매우 황당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연미 씨] “말도 안 되는 소리죠. 황당한 정도가 아니라 어떻게 저렇게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는지. 북한에서 어릴 때 그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개와 아이랑 아내는 매로 길들여야 한다고. 장마당만 나가도 안전원들이 여자한테 개간나 상간나 하고 욕하고, 여자를 사람처럼 대하지 않잖아요.”

박 씨는 북한과 비교해 현재 미국에서 누리는 여성 권리는 셀 수 없이 많다며, 가장 인상적인 것은 북한과 달리 가정폭력을 엄격히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탈북 대학생 박연미 씨가 지난 2015년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 인권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탈북 대학생 박연미 씨가 지난 2015년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 인권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녹취: 박연미 씨] “가장 좋은 게 집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바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잖아요. 어릴 때 저는 엄마가 아빠에게 맞고 사는 것을 보고, 주위 친구들의 엄마도 맞고 살잖아요. 가정폭력이 나쁘고 불법이란 것도 몰랐어요. 그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여기에서 남자에게 맞을 필요가 없다는 게.”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지난주 발표한 ‘2021 북한인권백서’에서 북한이 여성권리보장법 등을 통해 여성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남존여비의 고정관념과 정형화된 성 역할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여성 차별적 사회적 분위기가 북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여성권에 대한 교육과 인식 부족으로 “여성들 스스로 성 차별 인식을 내재화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고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북한 당국이 여성의 옷차림과 외모까지 단속해 여성의 권리가 더 악화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영국 주재 북한공사 출신 태영호 한국 국회의원이 최근 유튜브에 공개한 북한 선전선동부의 내부용 처벌 관련 영상입니다.

[녹취: 선전선동부 제작 동영상] “지금 화면에 비쳐진 평성시 문화동 20 인민반 김혜숙, 덕성동 69 인민반 리은별, 송림동 35인민반 김명순! 이들의 모습을 좀 보십시오. 호황하기 그지없는 글자가 찍힌 속내의를 입고..적당히 돌아치고 있는데, 진짜로 문맹인지 제국주의 사상문화의 침투에 안내자 선전자가 되고 싶어서인지 똑똑히 확인하고 배척해야 합니다.”

한국의 통일부 산하 국립통일교육원은 홈페이지에서 “북한 청소년들은 남녀평등에 대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을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전통과 의식, 가치관 등에서도 남녀불평등 구조가 여전히 일상화되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에서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박지현 씨는 북한 내 여성 지위가 여전히 열악하지만 장마당 활동 등을 통해 과거보다는 향상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외부 정보 등을 통해 여성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리고 여성권에 힘을 불어넣는 노력을 적극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북한 여성은) 남성들보다 다른 세계를 먼저 보고 다른 정보를 갖고 있단 말이에요. 여성들이 북한에서 많이 변하고 있어서요. 이런 변화하는 모습에 국제사회가 조금만 더 힘을 주면, 특히 정치보다 경제적 문화적 변화에 많이 힘을 불어 넣으면 특히 여성들이 많이 바뀌지 않을까…”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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