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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풍경] 북한 문학 수업 듣는 미국 대학생들


북한 문학예술출판사의 도서들. (자료사진)
북한 문학예술출판사의 도서들. (자료사진)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북한 문학을 배우는 미국인 학생들이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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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녹취]“꽃 사시오 꽃 사시오, 어여뿐 향기롭고 빛깔 고운 아름다운 빨간 꽃..”

1972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지도 아래 제작된 북한 영화 “꽃파는 처녀”의 한 장면입니다.

이 영화는 일제 강점기 시절 시골 처녀로 어머니의 간병을 위해 낮에는 지주의 집에서 일하고 밤에는 꽃을 파는 주인공 ‘꽃분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두 시간이 넘는 이 영화는 가난이 주는 고통과 애환, 그리고 조선인민혁명군에 입대한 오빠의 영향으로 주인공의 세계관이 달라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감상한 조지 워싱턴대학 학생 로렌 더프 씨입니다.

[녹취:로렌] “I found it very interesting to see how the ideology of North Korea impacts its media, and the strategies the Party has in place to ..”

북한의 이념이 미디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정권의 이념을 지키기 위해 북한 노동당이 사용하는 전략을 보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는 겁니다.

갈렙 드샤져 씨는 영화 속 인물을 통해 목적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일본에 대한 투쟁을 담고 있다면서, 북한의 핵심 가치를 담고 있는 효과적인 선전영화라고 말했습니다.

1982년 북한에서 개봉된 ‘월미도’는 1950년 9월 북한 해안포 대원들의 당에 대한 충성과 애국심을 주제로 한 영화로, 미군의 인천상륙작전에 맞서 인천 앞바다의 월미도를 사수하다 전사한 북한 병사의 이야기입니다.

조셉 김 씨는 이 영화에서 북한은 미국을 북한의 수 백만 인구를 죽인 적으로 묘사한다며, 이는 서방과 다른 관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이마뉴엘 김 교수의 ‘북한의 문학과 매체’ 수업을 듣고 있는 미국 학생들은 북한의 영화와 문학, TV프로그램, 역사 자료 등을 통해 북한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강의를 듣는 학생 수는 20여 명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다양합니다.

한국학 전공자로서 근현대 한국사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고 말하는 로렌 씨는 이 수업에서 알게 된 내용을 간추려 설명합니다.

[녹취:로렌] “This class taught me so much about ideology, and how powerful it can be when used in different strategies by a state. …”

우선 이데올로기에 대한 많은 내용을 배우게 됐고, 이데올로기가 국가전략에 따라 매우 다르게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합니다.

로렌 씨는 강의를 들으면서 북한 정권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이해가 가능해졌다며, 외부에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과 비교하는 등 많은 논의가 수업시간에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문학과 국가 문서, 심지어 학술 기사를 읽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은 숨은 의미들도 알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로렌 씨는 이번 강의를 통해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렌] “What the state approves is exactly what you would expect, praising the Leaders and the Party and is completely didactic. Other short stories and novels are not bogged down with ideology.”

북한 정권이 인정하는 것들은 지도자와 당을 칭송하는 등 예상하는 그대로인 반면, 단편 문학이나 소설은 이데올로기에 얽메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로렌 씨는 북한 문학과 관련해 상당히 많은 부분이 오해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이 수업의 성과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문학에서 발견되는 기개와 깊이는 상당하며 고난과 업악에 직면한 상황이 그 배경이라는 점도 논의를 통해 배웠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주민의 삶을 문학을 통해 배우고 싶어 이 수업을 선택했다는 조셉 김 씨는 외부의 수정이 가해지지 않은 북한의 자체 연구와 북한 정권이 자국의 문학에 끼치는 영향이 궁금했습니다.

조셉 씨는 북한의 언론과 문학이 선전도구인 줄만 알고 읽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문학을 통해 작가들의 자유와 창의성을 알게 됐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적 사고의 차이가 서구의 문학과 큰 차이점이라고, 조셉 씨는 설명합니다.

[녹취:조셉]” Some of the literature read for the class talks about the sacrifice of the individual to contribute to the group, particularly the state..”

북한 문학에서는 집단을 위한 개인의 희생이 자주 등장하지만 서구 문학은 자신을 위한 삶이 드러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겁니다.

조셉 씨는 또 북한 문학에서 강조되는 가족의 중요성은 유교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문학을 통해 작가들이 정권을 찬양하는 글만 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갈렙 씨는, 어느 나라든 자국이 적대시 하는 나라의 문학과 사상을 배우는 것은 객관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북한 문학은 소재나 주제의 다양성 면에서 서구 문학에 비해 뒤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토지 아만자 씨는 이 수업이 이번 학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수업이었다고 말합니다.

일본계 미국인으로 동아시아 연구에 관심이 많은 자신에게 북한의 역사와 문학, 영화를 통해 핵심적인 요소를 배운 것이 매우 뜻깊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담당 교수가 제공한 영화 가운데 “꽃파는 처녀”는 예술적인 면에서 놀라웠고, 자신의 기대를 깼다고 말했습니다.

그밖에 학생들은 ‘다른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북한에 대해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싶다.’ 서구사회의 미디어에서 전하지 않는 북한을 자세하게 알고 싶었다.’ 등의 목표를 갖고 있었고 기대를 충족시켰다는 반응입니다.

이마뉴엘 김 교수는 2년 전부터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북한의 문학과 미디어를 가르치고 있는데요, 김 교수의 수업에 대한 바람도 학생들의 기대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녹취: 이마뉴엘 김] “우리가 미디어에서 또는 탈북자를 통해 듣는 스토리만 북한이 아니라는 거죠. 북한은 그냥 미친 나라, 핵에 빠져있는 나라라고만 보면 너무나 긴 역사와 문화와 사회를 외면하는 것 같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북한은 다른 나라와 별 다름없이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고 거기에 뚜렷한 문화와 독특한 사회가 있다는 거죠.”

북한의 문학과 영화 등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다른 면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김 교수의 수업에는 평소 미디어에서 일반인들이 접할 수 없는 내용이 다뤄집니다.

북한 체제선전을 위한 언론과 미디어물뿐 아니라 체제선전이 담기지 않은 내용에서부터, 책을 출간해 널리 알려진 일부 탈북민들의 주장과 다른 내용도 포함됩니다.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도, 정권에 의한 인권 유린은 사실이지만 비판하는 주체에 따른 형평성에 의구심을 던지기도 합니다.

김 교수는 북한을 주제로 하는 수업인만큼 강의 시간에 종종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 온 유학생이나 한인2세들의 경우 반공교육을 받은 부모의 영향 혹은 한국사회 분위기가 그대로 수업에 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녹취: 이마뉴엘 김] “첫 수업시간에 한반도 지도를 그려 보라고 하면 남한을 더 크게 그려요. 특별히 한국에서 군대를 다녀온 유학생의 경우 반발이 큽니다.”

김 교수는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학생들에게 자료를 제공하고 각자 공부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북한에 대한 강의는 다음주로 끝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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