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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 특별보고관들 “한국전 70주년 맞아 납북자·전쟁포로 송환 촉구”


지난 2011년 4월 한국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 납북자 관련 행사에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의 사진이 놓여있다.
지난 2011년 4월 한국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 납북자 관련 행사에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의 사진이 놓여있다.

유엔 인권 전문가들이 6·25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북한에 전쟁포로와 납북자 송환을 촉구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반인도 범죄로 판단한 이 사안에 대해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협력에 나설 때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산하 ‘강제적 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강제실종 실무그룹) 의장과 주요 인권 분야 특별보고관 등 8명이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특별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정전협정이 전쟁포로와 강제 이주된 주민들의 송환을 명시하고 있지만 북한 정부는 송환을 지속적으로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인권 전문가들 성명] “Despite the return of prisoners of war and displaced civilians being enshrined in the Armistice Agreement, the DPRK has consistently refused to repatriate them,”

아울러 북한 당국은 이들과 사랑하는 가족의 자유로운 소통마저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전쟁 후에도 한국인과 일본인, 다른 나라 국적자 수 백 명을 납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가족들의 고령화로 더는 지체할 수 없다며, 북한에 납치된 모든 사람의 신상 정보를 제공하고, 가족과 자유로운 소통을 허용하며, 최대한 빨리 송환할 것을 북한 당국에 촉구했습니다.

[유엔 인권 전문가들 성명] “to urgently provide information on the status of all abductees, to allow them to freely communicate with their relatives and to repatriate them as soon as possible.”

강제실종 실무그룹은 북한 당국이 해명하지 못한 강제실종 316건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있으며, 앞서 유엔 안보리에 이런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1년 파주 임진각에서 납북자들의 송환을 촉구하는 피해 가족들의 집회가 열린 가운데, 허금자 씨가 1975년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보이는 오빠들의 송환을 염원하는 풍선을 날리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11년 파주 임진각에서 납북자들의 송환을 촉구하는 피해 가족들의 집회가 열린 가운데, 허금자 씨가 1975년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보이는 오빠들의 송환을 염원하는 풍선을 날리고 있다. (자료사진)

유엔 전문가들은 또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가 지난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북한 정권이 국제납치 피해자와 다른 송환이 거부된 사람들에게 반인도 범죄(crime against humanity)를 자행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이제 모든 납북자와 실종자의 생사와 행방을 밝히기 위해 진정으로 협력에 나설 때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강제실종은 국가기관 혹은 국가의 역할을 자임하는 단체에 의해 체포, 구금, 납치돼 실종되는 것을 의미하며, 국제사회는 이를 심각한 반인도적 인권 범죄의 일환으로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전시 납북자는 8~10만 명, 전후 납북자는 3천 835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3천 310명은 송환됐지만 나머지 516명은 북한에 계속 억류 중인 것으로 추정합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최종보고서에서 북한 정권이 1960~80년대 사이 한국은 물론 일본과 다른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을 납치했으며 1990년대에는 중국과 레바논, 말레이시아, 루마니아, 태국 등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의 납치에 관여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아울러 한국 국방부는 전시 한국군 실종자 8만 2천여 명 가운데 포로 교환으로 돌아온 군인은 8천 300여 명에 불과하며, 남은 한국군 포로들은 대부분 탄광 등 열악한 지역으로 배치돼 살다가 숨지고, 500여 명이 남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한국군 포로와 납북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 국방부는 1994년 조창호 전 중위 이후 한국군 포로 80여 명이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왔으며, 전후 납북자 9명 역시 자진 탈북해 귀환했다고 한국 통일부는 밝혔습니다.

한국 국립 6.25납북자기념관에 마련된 납북자 4천777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공간.
한국 국립 6.25납북자기념관에 마련된 납북자 4천777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공간.

한국의 인권조사기록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26일 VOA에, 유엔 인권 전문가들의 성명은 전쟁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유엔이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분석관] “북한이 납치자와 국군포로들에 가한 인권 침해를 관련 특별 보고관들과 워킹그룹에서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은 단순한 강제실종뿐 아니라 다른 연관된 인권 침해도 있었다는 것을 유엔 차원에서 인식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당연히 국제법상 국제 범죄에 해당되는 사안이고 그것에 대해 북한이 강제실종 피해자들을 석방하던지 아니면 생사나 행방을 밝히고 책임자들 문제를 해결해야 할 국제법상 의무가 따르게 됩니다.”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은 지난달에도 전시 납북자 34명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것을 북한 당국에 요청하는 등 현장 방문과 협력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이를 계속 거부하고 있습니다.

인권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이유로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 요구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유엔이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국제 범죄를 용인할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시각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토마스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6·25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유엔인권기구(OHCHR) 서울사무소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주민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선언을 옹호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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