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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문답] 미 의회서 재조명되는 ‘미-북 이산가족 상봉’…전망과 한계는?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이산가족’의 한 장면.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이산가족’의 한 장면.

미국 하원의 ‘미-북 이산가족 상봉’ 안건 의결로 미국 내 이산가족 상봉 노력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미국 내 이산가족들은 의회의 움직임이 고무적이라면서도, 실제 상봉 가능성에는 큰 기대를 걸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이조은 기자와 함께 미-북 이산가족 상봉의 전망과 한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미 의회에서 미-북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구속력이 있는 법안이 의결된 건 이번이 처음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상하원은 과거 여러 차례 관련 결의를 채택했었습니다. 하지만 결의 차원을 넘어 법적 구속력이 있는 법안이 상정되고, 더 나아가 의결로까지 이어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결의를 통해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단순히 촉구하는 차원을 넘어, 입법을 통해 실제 상봉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입니다.

진행자) 미-북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가 장기화 하면서 양국 간 협력이 여의치 않아 보이는데요. 이런 시점에 미 의회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재조명하는 배경이 뭔가요?

기자) 북한에 가족을 둔 미국 내 한인들의 고령화가 가장 주된 이유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죠. 미국 내 이산가족은 2001년 기준 약 10만 명으로 추산됐는데, 이들 대부분은 당시 60~70대였기 때문에 대부분 세상을 떠났고, 현재 남은 몇 천 명도 80~9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상봉이 시급하다는 겁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그동안 20여 차례나 있었지만, 미-북 이산가족 상봉은 단 한 차례도 없었으니까요. 미 의원들은 또 기본적으로 미-북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주의 사안으로 핵과 같은 정치외교안보 문제와는 별개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법안과 결의 추진에 탄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하원의 이번 의결에 대한 미국 내 이산가족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미-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재조명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지만, 실제 상봉에 대해서는 여전히 큰 희망을 걸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재미이산가족상봉 추진위원회 이차희 대표입니다.

[녹취:이차희 대표] “북한과 미국과의 정책(상황)이 지금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우리 이슈가 살아있다’, (이렇게) 생명을 불어넣는, 우리 이슈를 살리게 해주는 그런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이차희 대표는 그러면서, 실제 상봉은 미국과 북한 정부의 결정에 달렸고 과거 수차례 상봉이 무산된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상봉 전망은 미-북 간 외교적 상황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이차희 대표] “미국과 북한의 이 외교에 따라서 저희들 희망이 갔다 내려왔다, 그러니까 이렇게 ‘업 앤 다운스’, 희망을 가졌다가 희망이 없어지고. 그런데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은 미국 정부가 계속해서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과 그 다음에 또 한 가지는, 전과 다른 예입니다.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미국 정부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산가족을 돕기 위해서.”

진행자)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노력은 과거에도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정부와 의회, 적십자, 한인 이산가족 단체 등이 다양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특히 2011년~2012년 로버트 킹 당시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와 미국 적십자사가 적극 나서 미국 내 한인들이 북한 내 가족들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등 상봉을 위한 활발한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미 적십자사는 미-북 이산가족 명단을 수집, 관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일리노이주의 공화당 마크 커크 전 상원의원도 당시 국무부에 공개서한을 보내는 등 이산가족 상봉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계속 있었죠?

기자) 네. 의원들의 공개서한은 물론, 행정부 차원에서도 상봉을 위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특히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전인2018년 10~11월경,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미국 내 한인들도 포함시키는 방안이 미국과 한국 정부 사이에서 논의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이런 방안을 북한 측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었습니다.

진행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는 북한의 미온적 태도가 주된 이유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왜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꺼리는 건가요?

기자) 북한이 미-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미국에 대한 일종의 지렛대로 이용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라는 게, 킹 전 특사의 분석입니다.

[녹취:킹 전 특사] “The North Koreans want to use this as some kind of leverage on the United States…”

킹 전 특사는 과거부터 미국 정부는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려 했지만 북한이 호응하지 않았던 게 늘 문제였다고 밝혔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한국 정부도 남북 이산가족 상봉 추진에 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킹 전 특사는 또 북한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미국 내 한인을 포함시키는 것을 거부하는 이유는 “이 문제를 한국에 대한 정책의 일부로 이용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현재 상하원에 계류 중인 법안은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미국 내 이산가족들과 상봉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북한인권특사는 현재 공석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법안이 의회의 의결을 거쳐 발효돼도 실효성에 한계가 있는 또다른 이유입니다.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자리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1월부터 공석입니다. 북한인권법은 대통령이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를 지명해 상원 인준을 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3년 넘게 북한인권특사를 지명하지 않았습니다. 상원에서 법안 심의 시 이런 한계에 대한 보완과 수정이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조은 기자와 함께 미-북 이산가족 상봉의 전망과 한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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