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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들 "국제사회 대북 정보 유입 중시하는데, 한국은 금지...개탄스러워"


지난 2011년 12월 한국의 탈북민 단체 회원들이 경기도 파주의 임진각 망배단에서 북한으로 전단을 날리고 있다.

대북 전단과 물품 살포를 금지하는 한국 내 법안은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고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말살하는 북한 정권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탈북민들이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대북 정보 유입을 강화하는데 한국은 이를 막는 상황이 개탄스럽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4개국 내 탈북민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미국에 망명한 한 전직 북한 간부는 3일 VOA에 한국 집권당이 국회 외통위에서 대북 전단과 USB 등의 살포를 금지하는 법안을 단독 강행 처리한 데 대해 “마음이 매우 심란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학습받을 때 노동당은 인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교시했는데, 한국 집권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삐라 등 대북 정보를 보내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는 겁니다.

이 전직 간부는 “핵무기는 북한 정권만을 지키는 수단이고, 외부 정보는 그 정권에 속은 주민들의 의식을 깨우는 생명줄”이라며 “자유민주 국가인 한국 정부가 그 생명줄을 끊는 상황이 통탄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북 정보는 오히려 북한 주민뿐 아니라 남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도 지켜준다며, 과거 남한을 증오했던 자신이 정보를 접한 뒤 생각이 어떻게 변했는지 말했습니다.

[전직 북한 간부] “나도 같아요. 재외에 나오기 전만 해도 남한 사람들을 다 나쁜 놈으로 생각했고, 접촉하면 다 간첩으로 생각했어요. 대부분의 북한 주민이 그렇게 생각해요. 최근 영화나 드라마가 들어가면서 아 한국은 잘살고 있구나 하고 여러 깨달음을 얻는데 (이를 금지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말살시키는 겁니다.”

앞서 한국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외통위에서 제1야당의 반발 속에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안은 전단뿐 아니라 북한에서 ‘콤퓨터 메모리 막대기’로 불리는 USB, 금전 등 물품을 승인 없이 북한으로 보내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최대 징역 3년 이하 또는 미화 2만 7천 달러(3천만원)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와 집권 여당은 특히 법안의 주요 목적이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라고 밝혔지만 전단 살포 범위를 “제3국을 거치는 이동을 포함한다”고 명시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에 사는 탈북민들은 이런 움직임이 “개탄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거짓 선전으로 체제를 유지하는데, 그 정권과 대화와 협력을 통해 주민들의 의식을 깨울 수 있다는 논리를 북한 수뇌부가 수용할 수 있겠냐는 겁니다.

북송 재일 한인 출신으로 탈북 후 일본에서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인 에이코 가와사키 씨입니다.

[녹취: 에이코 씨] “(일본 내 활동가들은) 모두 우려하고 있죠.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가 하고. 정보를 차단하면 북한 사람들은 또 벌레처럼 완전히 고립돼서 바깥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자기들이 어떤 노예 생활을 하는지도 모르고 살아가야 한단 말입니다. 그럴 수 없지 않습니까? 지금 21세에 북한 같은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에이코 씨는 자신은 일본에서 자유를 조금 누리다가 북한으로 갔기 때문에 외부와 비교라도 할 수 있었지만, 북한에서 자란 사람들은 그런 능력조차 없다며 외부에서 정보를 꾸준히 보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탈북자 단체 관계자들이 강화도에서 쌀과 이동식저장장치(USB) 등이 들어 있는 페트병을 바다에 던지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의 탈북자 단체 관계자들이 강화도에서 쌀과 이동식저장장치(USB) 등이 들어 있는 페트병을 바다에 던지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에 탈북 난민으로 입국한 뒤 지난 2012년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대북 정보 유입의 중요성을 증언했던 한송화 씨는 “미-한 동맹이 강조하는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가치에 큰 혼란이 왔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의회는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정보 유입을 더 확대하는 북한인권법 재승인법안을 채택했는데, 동맹인 한국 국회는 오히려 금지법을 추진하고 있어 당황스럽다는 겁니다.

[녹취: 한송화 씨] “당황스럽죠. 한국도 자유 세계인데. 그 자유대로 모든 게 이뤄져야 북한도 자유 세계가 될 수 있잖아요. 저는 계속 정보를 보내줘야 한다고 100%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사람들의 자유와 정보 (유입) 활동을 막는 것은 북한과 똑같은 정치 통제란 말입니다.”

실제로 미국 의회가 지난 2018년에 채택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북한인권법 재승인법’은 USB와 오디오, 영상 재생기 등 구체적 기기까지 명시하며 기존보다 대북 정보 유입 수단과 내용을 확대하도록 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에 따라 대북 정보 유입과 인권단체들에 대한 지원 예산을 늘렸으며, 미국 의회는 2020회계연도에 관련 예산으로 1천만 달러를 승인한 바 있습니다.

영국에서 탈북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인 박지현 징검다리 대표는 영국 내 인권단체들과 정치인들도 대북 정보 유입을 금지하는 한국 내 법안에 대해 “납득하기 힘들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대표] “영국 단체들은 정보 유입을 가장 중요한 부문으로 보고 있어요. CSW(세계기독교연대)가 발표한 자료도 나왔고요. 지난 10년간 북한 주민들이 해외에서 정보를 받으면서 삶이 어떻게 바뀌었고 주민들의 인식 상황이 높아진 것에 대해 얘기하면서 정보의 중요성을 얘기했고요. 그리고 영국 국회 안에서도 정보의 자유에 대해 항상 얘기를 많이 하세요. 그래서 이번에 한국 정부가 하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할 것 같아요.”

박 대표는 과거 독일을 방문해 옛 서독 정부가 동독과 대화하면서도 다양한 채널로 외부정보를 꾸준히 유입해 통일의 기반을 다진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취임 초기 독일을 방문해 발표한 한반도 평화 관련 ‘베를린 구상’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대표] “우리가 평화를 얘기하고 평화 통일을 얘기하면서 한국 정부가 북한 주민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막는다면 그 자체는 평화를 원한다고 볼 수 없죠. 실질적으로 말과 행동이 다른 것에 분노합니다. 지금은 아날로그 시대가 아니잖아요. 정보화시대인데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에 살고 있어요. 21세기에 맞춰 북한 주민들도 정보 소식을 듣고 본인들의 삶에 대해 깨달음과 본인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알아야 하죠. 이건 북한 주민들의 권리인데 그것마저 박탈하면서 이루려는 평화가 과연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한국 정부는 관계자는 앞서 VOA에, 북한 정부가 반발하는 제재와 압박은 실효적 수단이 될 수 없다며, 남북 대화와 접촉, 교류 협력을 통해 북한이 정상 국가로 발전하도록 유도하고 지원해야 실질적인 인권 개선과 증진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가 이번 전단살포를 금지하는 법안을 “남북관계 개선 촉진법”이자 “한반도 평화 증진법”이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취지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한국 민간단체 중에 처음으로 풍선을 통해 대북 정보 유입을 시작한 탈북민 출신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은 그런 접근이 너무 순진해 역이용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민복 단장] “북한 당국과 교류하다 보면 정보가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논리거든요. 그런데 북한 당국이 그렇게 자기 체제가 무너지는 교류를 하나요? 절대 안 하죠. 오히려 역이용 당하면당했지. 참 불쌍한 것은 북한 동포죠. 21세기 노예가 바로 그들이죠. 노예는 인권이 없잖아요. 그 인권 중에 가장 기초가 알 권리, 볼 권리거든요. 북한은 외부 라디오와 인터넷을 허용하지 않는 세계 유일의 폐쇄 국가입니다. 정보는 거기에 보낼 수 있는 빛인데, 그것을 막는 것은 가장 불쌍한 자를 오히려 학대하는 행위가 되죠.”

이 단장은 일부 가스 자격증 없이 이벤트성 행사를 하는 아마추어 단체들 때문에 대북 정보 유입의 중요성이 침식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전단 살포 시기와 장소를 공개하지 않으면 접경 지역은 안전하며, 이를 위반하는 단체는 지금처럼 경찰이 현행법으로 저지할 수 있다면서, 집권 여당이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 다시 숙고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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