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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육아정책 개선' 강조…"북한 국경봉쇄, 육아 지원에 악영향"


세계식량기구(WFP)가 제공한 학교 급식을 먹은 북한 어린이들. 사진=WFP.
세계식량기구(WFP)가 제공한 학교 급식을 먹은 북한 어린이들. 사진=WFP.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국가 차원의 육아정책 개선을 강조하며 관련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한 어린이의 영양부족은 유엔 등 국제사회의 오랜 우려 사안으로, 북한 당국의 국경봉쇄 조치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지적입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선중앙TV’ 등 북한 관영매체는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양 어린이식료품공장 현지 지도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이 공장에 원료가 보장되지 않아 콩우유를 제대로 생산할 수 없다는 보고를 받고 직접 공장을 찾아 어린이 식료품을 더욱 많이 생산하고 공급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최고의 숙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조국의 미래인 어린이들을 튼튼하게 잘 키우는 것보다 더 중차대한 혁명사업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가 연일 육아·어린이 정책 개선을 강조하는 건 지난달 노동당 중앙위원회 3차 전원회의에서 ‘육아정책 개선 강화’를 주요 의제로 채택한 데 대한 후속 조치입니다. 6월 21일 `조선중앙TV' 보도 내용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수천수만금을 들여서라도 보다 개선된 양육 조건을 지어주는 것은 우리 당과 국가의 최대 중대 정책이고 최고의 숙원이라고 강조하면서…”

북한은 당시 전원회의에서 올해 주요 국가정책에 대한 중간 결산, 비상방역 상황 점검, 국제정세에 대한 대응 방향, 식량위기 긴급대책, 인사 등 주요 안건 8개를 채택하면서 ‘육아정책 개선 강화’를 6번째 의제로 제시했습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성장발육에서 탁아소, 유치원 시기가 제일 중요한 연령기”라면서 “국가적 부담으로 전국의 어린이들에게 유제품을 비롯한 영양식품을 공급하는 것을 당의 정책으로 수립할 것”을 결정했습니다.

이처럼 육아정책이 전원회의에서 부속의제가 아닌 독립 안건으로 채택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북한이 제재·코로나·자연재해 등으로 경제난에 직면한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식량난을 시인하며 식량 문제 해결에 집중할 것을 주문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북한 평양의 한 초등학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방역 요원이 계단을 소독하고 있다.
지난달 북한 평양의 한 초등학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방역 요원이 계단을 소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전원회의에서 육아정책 개선과 같은 구체적 민생 현안을 다루는 것은 과거에는 없었던 일”이라며 "긴박한 식량 사정 하에서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석했습니다.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부족은 새삼스런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5월 유엔아동기금(UNICEF)과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은행이 공동 발표한 ‘2021 아동 영양실조 추정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북한에서 5세 미만 어린이 31만 7천 800명이 발육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의 전체 5세 미만 어린이 18.2%, 5명 가운데 1명이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2012년 발육부진 비율이 약 26%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개선된 것이지만 국제기준에 비해 여전히 높은 비율입니다. 미국의 어린이 발육부진 비율은 3.2%, 한국은 2.2%입니다.

유엔 등 국제기구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이 영유아 등에 집중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습니다.

유엔 중앙긴급구호기금(CERF)이 지난달 발표한 ‘2020 연례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유엔은 영유아를 포함한 북한의 심각한 식량 불안정과 영양결핍 대응에 지난해 약 500만 달러의 긴급 구호자금을 배정했습니다.

1년 반 넘게 지속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이 북한 어린이의 영양 상태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4월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11개 구호단체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한 북한 당국의 국경봉쇄와 국내 여행 금지로 대부분의 지원 물량이 목표 지점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한 구호단체는 “신종 코로나 제한으로 아동과 임신부, 수유부 약 44만 명이 미량영양제를 받지 못하고, 영양실조가 심각한 아동 9만5천 명에게 필요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10만1천 명의 미취학 아동을 위한 영양강화식품도 전달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에서 오랫동안 어린이 영양 지원사업을 했던 유니세프는 “국경봉쇄 이후 공급 부족으로 영양 관련 비축물자가 줄어들면서 어린이 영양실조 상황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어린이 영양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 같은 진단이 “날조”라고 반발했습니다.

북한 내각 보건성 산하 의학연구원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 소장은 “유엔의 모자를 쓰고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북한에 심각한 ‘어린이 영양실조’ 문제가 존재하는 것처럼 현실을 왜곡하는 것은 우리 국가의 영상에 먹칠을 하려는 불순한 적대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열악한 인도주의 실태에 대해 “주민에게 돌아가야 할 재원을 불법적인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증강 쪽으로 전용하는 북한 정권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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