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탈북여성들 강제혼, 성매매, 강제노동 노출


중국 랴오닝성 차오양에서 살고 있는 탈북 여성이 탈북민 인신매매 피해 실태를 조사하는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자료사진)
중국 랴오닝성 차오양에서 살고 있는 탈북 여성이 탈북민 인신매매 피해 실태를 조사하는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자료사진)

7월 3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입니다. 자유를 찾아 북한을 탈출한 많은 여성들도 중국에서 인신매매에 희생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강제 결혼, 성매매,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조은정 기자가 탈북 여성들의 사연을 전해드립니다.

‘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을 맞아 유엔 마약범죄사무소 (UNODC) 가다 와리 사무총장이 29일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녹취: 와리 사무총장] “Every day, in every country in the world, human traffickers exploit people for profit. The poor and the vulnerable are most at risk.”

와리 총장은 “매일, 모든 나라에서 인신매매단이 이윤을 위해 사람들을 착취한다”며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사회는 특히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인신매매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의 강제북송 정책으로 탈북 여성들이 폭력과 착취 앞에 더욱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여성들의 밀입국을 알선하는 북-중 네트워크가 가동되는 가운데, 대부분의 북한 여성들은 중국 땅을 밟자마자 중국 남성에게 팔려갑니다.

영국에서 북한인권 운동을 펼치고 있는 박지현 징검다리 대표도 최근 VOA에 자신의 강제혼 경험을 나눴습니다.

영국에 난민 지위로 정착한 탈북민 박지현씨가 지난해 6월 영국 의회 청문회에서 증언했다.
영국에 난민 지위로 정착한 탈북민 박지현씨가 지난해 6월 영국 의회 청문회에서 증언했다.

박 대표는 1998년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했고, 중국 돈 5천 위안, 미화 약 700 달러에 헤이룽장성 시골 마을의 중국 남성에게 팔려갔습니다. 헤이룽장성 무단장 시장에서 장사도 하고, 북한에 있을 때 교사를 했던 경험을 살려 조선족 아이들에게 과외도 했지만, 중국 남성이 도박 자금으로 날리기 일쑤였습니다.

[녹취: 박지현 대표] “지하방에서 콩나물을 키웠어요. 한 달 있으면 애 돌이었거든요. 꼬장꼬장 20원을 모았어요. 그 돈까지 뺐겨서 애 돌도 못 챙겨주고, 그래도 제가 악착같이 살았어요... 장마당 하면서 조선족 아이들 과외를 했어요. 그 과외비도 제 손에 일절 안 들어오는 거에요. 그 남자가 싹 받아가서 도박 놀고, 그래서 걷어 치우고.”

중국 남성과의 강제 혼인 관계 속에 구타 등 폭력을 당하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한국내 탈북 여성들이 결성한 단체 ‘통일맘’ 소속 황현정 씨는 북한에 딸을 두고 돈을 벌려고 고향을 떠났다가 영문도 모른채 중국으로 끌려갔고, 중국인 남편에게 팔려갔습니다. 북한에 있는 딸에게 돌아가기 위해 계속 도망치다 무차별 구타를 당했습니다.

지난 2016년 황현정 씨가 VOA와 인터뷰 한 내용입니다.

[녹취: 황현정] “세 번째 잡혔을 때는 개를 패듯 패더라고요. 3~4개월 동안 운신을 못하고 더 이상 여성으로서 사명을 다 끝냈고, 출혈로 인해 수술도 받게 되었고…”

역시 통일맘 소속인 탈북자 손명희 씨는 지난해 10월 VOA와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미화 약 6천 달러에 장애인에게 팔려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손명희] “2007년에 탈북해 중국 한족에게 3만 8천 위안에 팔려갔습니다. 팔려간 곳은 장애인 남편에게 팔려갔다가, 도저히 살 수가 없어서 장사하는 남편한테 다시 시집갔거든요.”

강제혼인 외에도 미 국무부는 지난달 발표한 ‘2020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일부 북한 여성들이 성적 학대, 온라인이나 유흥업소 등을 통한 강제 성매매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통일맘의 김정아 대표도 지난해 10월 VOA에 중국에서 온라인 성매매를 겪은 탈북 여성의 사연을 전했습니다.

[녹취: 김정아] “성매매 업소에 딱 한명이 있었습니다. 이 친구 같은 경우에는 거의 갇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거부를 하니까 보는 앞에서 다른 동료를 쏴 죽였습니다. 지역 깡패더라고요. 사우나가 아닌 성매매 업소였던 거에요. 중국인 여자들은 다 자유롭게 하면서 이 친구는 독방에 가둬놓고 햇빛을 못 보게 했어요.”

영국에 있는 민간단체 코리아미래계획은 지난해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의 실태를 조사한 ‘성 노예: 중국 내 북한 여성과 소녀들의 매춘과 사이버 섹스, 강제 결혼’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영국 하원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탈북 여성의 인신매매와 성매매 등과 관련한 ‘지하 시장’ 규모가 1억 500만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