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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정연설에 북한 언급 없어..."미-북 협상 교착 상태 지속 가능성 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국정연설을 하기 위해 하원 회의장에 도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국정연설을 하기 위해 하원 회의장에 도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후 세 번째인 어제(4일) 국정연설에서 북한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미-북 간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약 80분 간 이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4일 국정연설에서 북한 이슈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올해가 처음으로, 탈북민 지성호 씨를 초대해 인권 문제로 강하게 북한을 압박했던 예년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북 협상이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북한을 언급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박원곤 교수는 5일 VOA에, 이번 국정연설은 전적으로 미국 국내용이자 대선용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대외정책에 대한 비중이 대폭 줄었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치적으로 삼아온 북한 이슈와 관련해 선전할 것이 없었다는 겁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그 전에는 핵과 미사일 시험을 유예했고 그것이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을 줄였다, 그것은 자신의 외교적 업적이라고 이야기했는데 북한이 작년 연말에 정면돌파 노선을 얘기하면서 언제든지 그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태이니까 섣불리 이야기할 수 있는, 업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 온 거죠. 그래서 북한은 빠졌다, 라고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1차 무역 협상 합의를 전면에서 내세우고 이란과 솔레이마니 사건 등 중동 문제, 그리고 베네수엘라, 쿠바 등의 군사적 업적을 언급한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자랑할 게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박 교수는 진전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북한 이슈를 언급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고 상황이 우스워질 수 있는 만큼 아예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 최강 부원장은 북한에 오판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이 안전하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가, 북한이 상황을 뒤집을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최강 부원장] “성공이라고 이야기 하기에는 작년에 북한의 도발이 많았고 향후 전망이 불확실하다, 이란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있죠. 컨센서스도 있고 무력시위도 했고 콧대를 확 꺾었으니까. 북한 언급을 뺀 것은 좀 조심스럽다, 자랑거리로 삼기에는 충분치 않고 자랑했다가 북한이 악용할 여지도 있고 전망이 아직은 불투명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간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익명을 요구한 전직 한국 외교부 고위 관리는 VOA에, 트럼프의 국정연설에서 북한 언급이 없었다는 것 자체가 뉴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미국의 여러 행동으로 미뤄볼 때 북한에 대한 기대 수준을 조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최] “미-북 간 별안간의 예기치 않았던 김정은-트럼프가 다시 만나서 ‘스몰 딜’이라도 해서 뭔가 업적을 내려는 것이 너무 risky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어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그냥 더 이상 북한이 ICBM이나 핵실험 안하고 넘어가는 게 사실상의 freeze (동결)이나 마찬가지라고 자랑할 수가 있단 말이죠. 그러니까 북한 문제에 대해서 더 이상 북한이 도발만 안하면 그냥 그걸 이슈로 해서 점수를 따겠다는 생각은 안하는 것 같아요. 왜냐면 이게 너무 risky 하거든요.”

이 전직 관리는 아울러 최근 주한미군이 WMD 대량살상무기 훈련 사진을 굳이 공개했다며, 이는 미국이 협상보다는 대북 강경 압박정책을 활용하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서강대 국제대학원 김재천 교수는 국정연설의 경우 외교정책보다는 국내정치와 경제정책 등의 성과가 더 중요하다며,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 핵 문제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사실상 진전이 없기 때문에 괜히 성과로 내세워 비판을 받기 보다는 ‘로우 키’로 설정한 것으로, 그만큼 중요성이 떨어졌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오는 11월 대선까지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녹취: 김재천 교수] “2017년 말 전쟁 위기까지 치닫는 게 아닌가 하는 비판, 그런 상황을 극복한 것, 그 다음에 김정은과의 유화적인 관계, 이런 정도만 내세워도 본전 이상은 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기조는 계속 유지가 될 거 같아요.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도발을 한 상황도 아니고 미국의 경우 제재를 강화한다든지 그럴 필요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야무야 이런 식으로 일단은 장기화되는 거 그런 상황이 지속되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는 미국의 대북정책에는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 않아 보여요.”

김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 해제를 위해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현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시험발사 등의 고강도 도발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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