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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 대북정책 완료 속 침묵 유지…전문가 "구체 내용 기다리며 대응 모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평양에서 군인 가족 공연을 관람했다고 관영 매체들이 전했다.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완료 사실이 공개된 직후 대미, 대남 비난 담화로 긴장을 고조시켰던 북한이 또다시 침묵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달 하순 미-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대북정책 구체 내용 공개를 기다리면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완료 사실이 공개된 직후인 지난 2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그리고 외무성 대변인 등 3명이 한꺼번에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담화는 미국을 향해선 대북정책과 인권 문제 지적에 반발했고 한국에 대해선 대북 전단 문제를 해결하라면서 보복 조치를 시사하는 등 긴장 수위를 높였습니다.

이후 북한은 대외 행보를 자제하고 내치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관영매체들도 경제난 극복과 체제 결속, 최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 고취 등에 지면을 집중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행보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대화 재개의 선결 조건으로 내건 북한이 미국 대북정책의 구체 내용이 공개될 때까지 상황을 관리하면서 대응책을 모색하는 과정이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내부적인 어려움에 따른 교착 장기화에 부담을 갖고 있는 북한이 자력갱생이라는 대내 노선과 ‘강대강 선대선’이라는 대외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공개를 기다리는 국면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마냥 지금 같은 분위기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엔 부담스럽잖아요. 그래서 일단 미국이 대북정책 윤곽을 냈으니까 지금 단계에서 실무적인 부분 등 이런 것들을 검토를 하면서 대응 준비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지난 2월 미국 측의 접촉 제의를 거부했던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 수립 전이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바이든 행정부의 구체적인 대북정책 내용에 관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측이 싱가포르 선언에 대한 존중 입장을 보이면서 ‘조정된, 실용적 접근’을 표방한 데 대해 긍정적 요소가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박 교수는 그러나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구체적인 대북정책 내용을 파악하기 위한 미국 측과의 접촉에 나설지에 대해선 또 다른 전략적 셈법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자신들이 대내외에 대화 재개 조건으로 천명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에 대한 미국 측의 언급이 없다는 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장기화, 전술핵무기 개발을 위한 미사일 시험발사의 필요성 등으로 미국과의 접촉을 의도적으로 피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박원곤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최근 미국의 입장이 3월15일 북한의 담화공세가 나오고 25일 탄도미사일 쏘니까 좀 더 유화적인 입장으로 바뀐 것 같아요. 특히 싱가포르 합의 존중한다는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그렇다면 북한 입장에선 바이든 행정부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좀 더 버티는 게 자신들한테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거고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 진행 중엔 제재와 인권 문제를 종종 언급하며 압박에 방점을 두는 듯 했지만 ‘조정된, 실용적

접근’이라는 대북정책 방향이 공개되면서 북한도 대화에 나설 여지를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북한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대화 재개 조건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원하는 것은 제재 완화일 수 있다며 때문에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때 제시했던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미국 측의 상응 조치가 북한의 주된 관심사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기본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조정된 실용적 접근방식은 북한이 원하는 방식이고요.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그 접근법에 따라서 어떤 합의안이 도출되느냐, 미국의 상응 조치가 뭐냐거든요. 북한은 이미 영변 핵시설까지는 내놓은 상태인 거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를 상당히 주의깊게 기다리고 있다고 봐야되는 거고요.”

조 박사는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달과 이달 초 대남 비난담화를 통해 모종의 도발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실제 행동에 옮기지 않고 있다며, 일단은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는 21일 미-한 정상회담에서 대북정책 조율 결과가 나오는 데 따라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보다는 장기전에 대비한 중국과의 관계 구축 차원에서 전략을 짜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여부를 미국과 치열하게 전략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자신의 후원세력으로 붙잡아두기 위한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김흥규 소장] “북한으로선 두 가지죠. 하나는 유화책이 있고 하나는 강공책인데 하나는 미국과 대화하는 척 하는 거죠. 그러면서 자신들이 요구할 것은 계속 요구하고 나름대로 성의를 보이고 있다는 표시를 중국한테 하는 거죠. 그 다음 두 번째로는 오히려 강공으로 나와서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지원해줄 수밖에 없는, 오히려 냉전적 구도도 나쁘지 않다라는 생각을 할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김 소장은 북한이 한반도 긴장 고조를 원치 않으면서도 미국과의 격화되는 경쟁 속에서 대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중국의 입장을 일차적인 고려 요소로 대미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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