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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시진핑에 구두 친서…“경제 위기 속 대중관계 관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성과를 칭찬하는 구두 친서를 보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 사태로 심화되고 있는 경제난을 돌파하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구두 친서를 보냈다고 8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시 주석의 영도 아래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고 전반적 국면을 관리해나가고 있는 데 대해 높이 평가하고 이를 축하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중국에서 이룩된 성과에 대해 우리 일처럼 기쁘게 생각한다”며 시 주석의 건강을 기원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구두 친서가 전달된 날짜나 구체적인 경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북한 매체 보도시점을 기준으로 지난 2월 1일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가 확산 중일 당시 위로서한을 보낸 이후 석 달여 만입니다.

북-중 관계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이번 구두친서가 북-중 두 나라가 신종 코로나의 내부 확산을 어느 정도 진정시키고 경제 정상화를 모색하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 사태라는 이중 악재로 경제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현안 보고에서 “북-중 국경 봉쇄가 장기화하며 주민 생활과 경제 전반에 어려움이 가중됐다”며 “장마당 개장률도 낮아지는 등 상거래 활동이 크게 위축됐고 조미료와 설탕 등 수입 식료품 가격의 일시 급등에 따른 불안심리로 평양시민이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는 현상까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으로선 지난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국면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하고 중국과의 밀착을 통해 ‘발등의 불’이 되고 있는 경제난 해소를 꾀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북한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선 중국에 손을 뻗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 소장은 특히 신종 코로나 사태로 미-중 간 갈등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의 우호관계 강화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흥규 소장] “더군다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북한 경제는 대단히 어렵고 그래서 중국의 지원이 점점 더 절실해진 상황이고요. 향후 여러 가지 어려움들에 직면할텐데 거기서 이제 북한은 중국과 같이 협력해서 이 어려움을 풀어나가고 싶다라는 의지를 전달한 겁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오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내세울 만한 경제 분야의 치적을 만들어 내기 위해선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평양종합병원 건설이나 순천인비료공장 정상 가동 등 김 위원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자체 능력만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김 위원장의 대중 밀착 외교는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추진 중인 한국의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가 함께 깔려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는 김 위원장의 친서는 남북관계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며 사실상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의 협력을 한국 정부에 압박하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남북관계 개선에는 쉽게 나오지 않겠다는 것이죠. 한국이 더 큰 선물이나 대미관계에서의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면 나오겠다는 거죠.”

한국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북한이 대남 비난을 강화하면서도 명시적으로 남북관계 포기를 선언하지 않는 것은 지난달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집권여당의 압승을 등에 업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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